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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Report] 조직관행 확 바꾸려면…변화 이끌 핵심 축을 먼저 찾아라
입력 : 2012.01.26 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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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구성원들이 변화를 원치 않거나, 변화 추진을 위한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최근 유럽의 한 소매은행은 해당 업무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 변화 프로그램을 추진한 결과 매우 큰 효과를 달성했다. 더욱 신속하게 소기의 변화를 실행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참여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된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의 효과는 과거 다른 실행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했던 한 유럽의 국영은행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6000개 이상의 영업점을 보유한 이 은행은 지방 고객의 니즈에 특화된 지역 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은행 측은 중앙집권적 감독 체계를 전면 수정한 신규 조직모델을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마케팅, 기타 프로모션 등을 현지의 관심도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지점장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최고경영진들은 신규 조직 모델의 취지를 전 직원들에게 신속히 설명했다.
또한 지점장이나 해당 상관들이 어떻게 각기 이를 실행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포함해 신규 조직 모델 자체를 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문이나 인트라넷을 통한 공지는 물론이고, 신규 조직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별도의 자료집 발간 등 전통적 방식에다 최고경영진들이 직접 설명자로 나선 일련의 로드쇼 등을 동원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사내 모든 직원들이 동일한 정보를 접하게 됐으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신규 모델이 도입됐다.
그러나 수개월 후 진척도를 평가한 최고경영진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여전히 업무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대출 의사결정 프로세스 단순화에 따라 이제 지점장들은 일련의 유관 부서 승인과정 없이(리스크 수준에 따라 최대 5개) 최종 의사결정자(대출규모 별 승인권한이 명시된 일련의 위원회 중 하나)에게 직접 추천을 할 수 있게 됐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 혹은 유관부서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기존 업무방식만을 고수하고 있었다.
지점장과 지역 본부장 간의 관계 역시 기존의 상명하달 방식에서 탈피해 코칭 관계로 전환되어야 했으나, 본부장들은 물론 지점장들도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절한 코칭 기술을 갖추지 못한 본부장들이 상당수에 달했으며, 지점장들 역시 일정계획 및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체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진은 소기의 변화를 실행하기에는 추진 모델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됐다. 새로운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 지 확인하며 단계별로 확산하기보다는 너무도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시도했던 것이다. 지역의 자율성이나 권한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을 탈피한 보다 효과적인 추진 방안이 필요했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결국 이 은행은 해당 변화를 가장 신속히 촉진시킬 수 있는 직원들을 먼저 공략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맥킨지엔 이러한 우선적 공략 접근법과 일맥상통하는 또 하나의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그 조사에선 조직 내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들이 변화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성공 가능성이 4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변화의 중추적 역할은 중간 관리자 그렇다면 이와 같이 변화 추진의 촉매로 기능할 이들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 은행이 여기에 적합한 직원들을 선별하기 위해 수립한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소기의 업무 결과 달성에 직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책은 무엇인가.
- 조직 내 다수의 하부그룹들과 연결되어 있는 직책은 무엇인가.
-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직책은 무엇인가.스웨덴 스톡홀름의 한델스방코 본사. 이 은행엔 ‘진짜 은행은 24시간 열려있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걸려 있다.
업종별로 변화 실행의 주축으로서 공략해야 할 대상들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전력 산업의 경우 유지보수 담당 관리자가 가장 중요한 반면, 석유나 리테일 산업의 경우 주유소 매니저나 의류 리테일 점장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언제나 논리적 결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류 리테일 부문의 경우 고객과의 직접적 접촉을 통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원은 매장의 점원이므로 이들을 주축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점원들의 경우 타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점포 밖에서는 회사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유럽은행의 경우, 변화 실행의 중심 주체로서 지점의 관리자들을 선정했다. 관리자로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 해당 지역의 일선 업무에도 정통한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고위 경영진들은 기존의 하향식 확산 프로세스를 전격 재편해 변화 관련 커뮤니케이션, 시기 및 역량 구축 관리계획을 수정했다. 6000명의 지점 관리자들을 우선적으로 공략한 후 기타 직원들을 대상으로 변화를 확산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결과, 일선 지점의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실행하고 있는 변화들을 지켜보며 자신이 향후 추진해야 할 변화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은행은 결국 이러한 방식을 통해 추가 2000명의 고위급 관리자 및 3만 명 이상의 지점 직원들에게까지 해당 변화 프로그램을 확산해 갔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인식 및 행동을 고객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단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 직책별 구체적 니즈에 따라 2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당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세스는 신규 조직 모델이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정확히 설명하는 세션으로 시작했다. 그 후에는 현지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판단하기 위한 방안, 신용 및 자산관리 역량, 품질 및 고객만족의 핵심 원칙, 인재 관리, 커뮤니케이션 및 갈등 관리 관행 등 필수적 영업 기술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새로운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들이 변화를 추진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공통적 이슈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개설했다.
이러한 우선적 작업들을 통해 핵심 관리자들이 해당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 및 준비가 갖추어질 때까지(약 6개월 소요) 전 직원 및 상부로의 확산은 잠시 보류했다. 추진과제는 직책별 우선순위에 따라 차별화된 내용으로 구성했으며(예를 들어 지역 본부장들에게는 협업적 리더십 및 커머셜 플래닝에 대한 교육을 제공), 프로그램의 모든 단계별로 차별화된 내용을 구성하기 위한 조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은행 차원에서 이는 막대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접근법이었다. 해당 관리자들의 경우 자신의 상관이나 부하 직원들이 아직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으로 고객 및 자기관리 관련 업무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했다. 당연히 동료들이 변화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강제적 시행으로 적대적 태도를 보이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은행은 개인의 자존감 및 회사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도록 변화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이는 이들의 커리어 및 은행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커리어 계발을 위한 코칭을 제공하고 조직개편의 결과로 확대될 지점장의 책임 및 권한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권한 확대 가능성은 변화 추진과 관련해 관리자들의 전반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제고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개월 후 고객관계 담당자(해당 관리자들의 직속 직원으로 고객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는 효율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 응대에 30%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은행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으며 지점당 판매상품 수 역시 15% 확대됐다. 대출 관련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25% 단축됐다.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고객 반응 역시 두 배 이상 향상됐다.
또 전국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은행 지점에 대한 고객만족도도 20% 개선됐다. 장기적인 효과 또한 달성할 수 있었다. 조직 내에서 변화 추진의 촉매로 기능할 수 있는 직원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 직원 주도로 구축된 네트워크 역시 지식 공유 및 상호 지원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결국 이 변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은행은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더욱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됐다.
신제품 발표하던 스티브 잡스. 잡스는 그가 떠났을 당시 개인주의가 판치던 애플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한 리더이기도 하다.
2. 포괄적 프로그램을 구축하라 변화 프로그램이 목표하는 바는 명료하고 의미 있어야 하며 실행의 주축을 담당할 인력들 간에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전 조직이 추진할 변화는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초기의 긍정적 모멘텀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진공 상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르코 가르디니·마르고 마리치 / 맥킨지 로마 오피스 컨설턴트│지오반니 쥴리아니 / 맥킨지 밀라노 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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