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과 그림자를 소중히 여기는 건축가 스티븐 홀의 `MIT 사이먼스 홀 기숙사`

    입력 : 2011.09.30 14:22:52

  • 사진설명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보스턴(Boston)시 외곽의 케임브리지(Cambridge)시는 미국의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로 하버드(Harvard)를 비롯해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등 유서 깊은 대학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찰스강변을(Charles River) 끼고 위치한 MIT 캠퍼스는 20세기 초에 지은 고전적인 보자르(Beaux-Arts)양식의 건물들과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물들로 아름다운 캠퍼스를 형성하고 있다. 보자르 양식이란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기원한 19세기~20세기 건축 양식의 하나인데 미국의 대표적 보자르 양식 건물로는 보스턴 도서관(1888년~1895년 McKim, Mead & White 설계)과 뉴욕 공립 도서관 (1897년~1911년 Carrere와 Hastings 설계)이 있다. MIT 캠퍼스에 있는 대표적 거장들의 건물로는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베이커 하우스 기숙사(Baker House. 1949)와 에로 사아리넨(Eero Saarinen)의 크레지 강당(Kresge Auditorium. 1955)과 예배당(MIT Chapel. 1955), 아이엠 페이(I. M. Pei)의 지구과학관(Green Center for Earth Sciences. 1964)과 미디어랩(Media Lab. 1985) 등이 있다. 현대 작가들의 건축물로는 스티븐 홀(Steven Holl)의 사이먼스 홀 기숙사(Simmons Hall. 2002),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레이 앤드 마리아 스테이타 센터(Ray and Maria Stata Center. 2004), 후미히코 마키(Fumihiko Maki)의 MIT 미디어랩 신관(MIT Media Lab. 2009) 등이 있다.

    Photo by leonelponce / Photo by rucativava
    Photo by leonelponce / Photo by rucativava
    현대작가 건물 중 21세기에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은 스티븐 홀이 계획한 사이먼스 홀 기숙사이다. 사이먼스 홀이 들어선 대지는 MIT 캠퍼스 서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사이먼스 홀이 들어서기 전에는 학생들로부터 ‘시베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외진 곳으로, 북측의 철길과 바사스트리트((Vassar Street) 사이의 좁고 긴 대지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안이었다. 대지 북측으로는 철길 넘어 공업단지와 주택단지가 보이며, 대지 남측으로는 MIT의 운동장(Briggs Field)과 찰스강을 따라 늘어선 다른 MIT 기숙사들이 보이는 곳이다. 건물에서 보이는 찰스강변의 기숙사들 중에는 핀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의 베이커 하우스도 있다. 1999년 MIT로부터 기숙사 설계를 의뢰 받은 스티븐 홀은 MIT가 제시한 포켓파크와 여러 개의 건물로 나뉘는 기존 기숙사 형태의 개발지침을 무시하고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느껴질 뿐 아니라 MIT 캠퍼스 내부와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이 동일하게 느껴 질 수 있는 ‘스폰지(Sponge)’라고 불리는 다공성 건물 형태를 제시했다(현재까지도 MIT 학생들은 자신들의 기숙사를 ‘스폰지’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다공성은 스티븐 홀이 헬싱키의 키아스마 미술관(Kiasma art museum in Helsinki. 1998)과, 암스테르담의 오피스(2000) 등 사이먼스 홀 이전부터 다른 프로젝트에도 반영했던 디자인 요소인데 사이먼스 홀에서 그 완성을 이루었다. 다공성은 이후 스티븐 홀의 다른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 요소이다.

    건물의 외부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격자무늬의 박스 모습을 하고 있다. 10층 높이에 가로 117m, 세로 16m의 좁고 긴 건물의 외벽은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퍼프콘’(Perfcon)이라고 불리는 고강도 프리캐스트콘크리트 판넬과 가로세로 60㎝의 정사각형 격자창 5538개로 마감되어 있다. 프리캐스트콘크리트는 공장에서 고정 시설을 가지고 기둥, 보, 바닥판 등의 부재(部材)를 철제 거푸집으로 만들어 양생시킨 기성 콘크리트 제품으로 현장 시공품보다 정도(精度) 및 강도가 좋다.

    외벽 격자무늬의 단조로운 입면은 칼로 썰어낸 듯이 잘라낸 매스의 변화와, 부분적으로 사용한 부정형의 창호, 외벽의 끝에서 깊숙이 들어가 설치되어 깊이가 느껴지는 창호, 외벽 창호 주위에 사용한 빨강, 노랑, 파랑 색상 등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변화되는 다채로운 입면을 가진 건물로 변화하게 된다.

    건물 외부에 규칙적인 격자무늬를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면, 내부는 생물학적 개념의 디자인 요소를 사용했다. 건물 우측 모서리에 위치한 주출입구를 통해 로비에 들어서면 동굴 같은 느낌을 주는 부정형의 콘크리트 벽체와 계단을 만나게 된다. 이 부정형의 구조물은 스티븐 홀이 ‘Lungs(허파)’라고 이름 붙인 공간으로 지붕에서부터 오픈 돼 실내의 자연채광과 환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건물 내부에서 아래위로 뚫려져 있어 중앙복도의 건물이 주는 폐쇄감을 상쇄시키고 복도 및 기숙사 내부에서 다양한 공간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상부가 뚫려 있어 천창으로부터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부분에는 다목적 집회실, 공동 휴게공간, 스터디룸 등 개방감을 필요로 하는 공용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Photo by Rucativava - 명상실
    Photo by Rucativava - 명상실
    1층에서 2층까지가 로비, 명상실(Meditation room), 식당, 다목적 집회실, 컴퓨터실, 오락실 등의 공용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3층에서 7층까지는 학부생을 위한 1~2인실의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다. 8층에서 10층까지는 대학원생과 교환교수들을 위한 숙식이 가능한 아파트 형태의 주거로 돼 있다. 기숙사의 기본 유니트는 기본적으로 9개의 창문이 설치돼 있다. 각각의 창문은 개폐가 가능한 구조로 환기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45㎝두께의 두꺼운 벽체는 한옥의 처마와 같은 역할을 하여 여름철에는 깊숙한 그림자를 제공하여 내부공간을 시원하게 하며, 겨울철에는 충분한 채광을 받아들여 내부공간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밤에는 각각의 창문에서 나오는 빛의 운율로 매혹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이먼스 홀 기숙사의 구상도
    사이먼스 홀 기숙사의 구상도
    사이먼스 홀은 단순한 기숙사 이상의 ‘도시의 한 조각’과 같은 기숙사이다. 내부의 공용공간은 단순히 식사와 휴식의 공간이라기보다 MIT 캠퍼스의 메인 블록에서 멀리 떨어진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상업공간 속의 ‘도시’의 삶을 즐기며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하며, 외부는 주변 건물들과 차별화 된 독창적 디자인으로 MIT의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한 조각을 형성하고 있다. 빛과 그림자를 소중히 여기는 건축가
    Photo by jcestnik - 로비계단 / Photo by Vitor Pamplona - 다목적 집회실
    Photo by jcestnik - 로비계단 / Photo by Vitor Pamplona - 다목적 집회실
    스티븐 홀은 1947년 미국 워싱턴주 브레머톤(Bremerton)에서 출생했다. 1970년 미국 워싱턴 대학을 졸업한 후 약 5년의 실무 과정을 거치고 영국 런던의 건축학교 ‘AA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에서 수학했다. 1976년 미국으로 돌아와 1977년 뉴욕에 스티븐 홀 아키텍츠를 설립했지만, 초기에는 한동안 일이 없어 단순히 계획안으로 끝난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스티븐 홀은 실현되지 못한 프로젝트의 진행과 병행하여, 파슨스 디자인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 시라큐스 대학(Syracuse), 플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콜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등 미국 유수의 건축대학에서 건축 강의를 하며 그만의 건축 세계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명성을 쌓은 스티븐 홀은 1981년 Pool house and sculpture studio을 시작으로 실제 건축주의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전 세계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1991년 일본의 후쿠오카 집합주택으로 PA(Progressive Architecture Award)상과 1992년 뉴욕 AIA(AIA NY Honor Award)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3년 사이먼스 홀로 미국 AIA 디자인 건축상(National AIA Design Award)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현재 콜롬비아대학교의 건축교수로 이론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작품들을 진행하고 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건축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스티븐 홀은 초기 건축에서는 내부 공간보다는 순수기하학적인 형태나 혹은 그들의 조합을 통하여 건물의 외관을 구성하는데 관심을 쏟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그는 공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과 그것의 경험을 통한 객관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학에 영향을 받아 공간을 고정된 시점으로 파악하는 것보다 관측자의 이동에 따른 공간 체험이라는 동적인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후 스티븐 홀은 건축 내부공간이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하나의 형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어색해 보이더라도 공간에서의 현상학적 체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내부공간에 좀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스티븐 홀이 내부 공간 구현을 위해 활용한 방법은 크게 개념 설정, 수채화 스케치를 통한 계획, 전체 형태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티븐 홀은 주어진 환경의 시간과 문화, 프로그램, 대지로부터 도출된 구체적이며 제한적인 개념을 건축 작업 시 반영해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시각으로 계획을 진행한다.

    수채화 스케치를 통한 계획은 수채화의 장점인 색의 농담으로 밝기, 투명함, 반사효과 등과 같은 다양한 공간 효과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형태를 조직하는 방식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전체 매스가 하나의 정리된 형태로 보이도록 연속된 외벽을 사용하는 방식. 둘째, 두 개의 매스가 결합된 형태를 활용하는 방식. 셋째, 자유로운 형태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스티븐 홀은 3가지 방식을 프로젝트의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개념 설정 후 적용한다. 스티븐 홀은 현대 건축가들 중 개성적이며 완결성이 높은 작품을 하는 건축가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각 프로젝트마다 매우 구체적이면서 제한된 개념을 독특한 물리적 형태로서 구현하고, 이를 통해 유행에 얽매이지 않은 근원적이면서도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내는 건축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케 센터 (Vanke Center, 중국 심천, 2006~2009)
    Photo by ELOOOODY
    Photo by ELOOOODY
    반케센터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 반케 컴퍼니(China Vanke Company Limited) 본사 건물로 중국 광둥성 심천에 위치하고 있다. 업무시설, 호텔, 아파트, 공원의 복합시설로 ‘수평 마천루’란 별칭처럼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만큼의 긴 길이를 자랑한다. 주변 남중국해의 풍경을 해지지 않도록 고도가 제한돼 있어 전체 건물이 35m 이하의 높이에서 하나의 연결된 건물로 계획됐다. 건물은 최소 50m 이상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8개의 다리가 떠받치며 ‘수평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지상에 넓은 녹지공간을 확보해 공공에 개방하고 있다. 이 건물은 중수처리 시스템을 이용한 인공호수, 건물 지붕의 태양광 패널, 외벽의 대나무와 같은 지속가능한 재료를 적용한 친환경 건축물로, 남중국 최초의 LEED(미 친환경 빌딩 인증) platinum 등급 인증을 받았다. 2010년 미국 그린 굿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뉴욕 건축가협회 명예상 등을 수상했다.

    링크드 하이브리드(Linked Hybrid, 중국 베이징, 2003~2009)
    Photo by Wojtek Gurak
    Photo by Wojtek Gurak
    베이징의 옛 성벽 경계에 인접해 있는 644세대의 아파트를 포함한 ‘도시 안의 도시’로 2500명 거주자의 일상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모든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가능한 도시공간을 형성한 프로젝트이다. 8개의 타워는 카페나 서비스 시설이 있는 20층에서 고리 모양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각 빌딩을 연결하는 캔틸레버의 밑 부분은 저녁이면 빛이 나는 색깔 있는 얇은 막으로 마감돼 있으며, 연못에서 나오는 흩뿌려지는 듯한 분수는 저녁 불빛을 마치 다채로운 구름처럼 보이게 한다. 공중에 떠 있는 영화관의 중앙에는 영화관 밑면으로 투사되는 상영 영화의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보여진다. 허닝 박물관의 컨템퍼러리 아트(HERNI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덴마크 허닝 2005~2009)
    Photo by c.rankin
    Photo by c.rankin
    덴마크 허닝 센터는 3개의 서로다른 문화기관을 위한 공간이다. 허닝 예술박물관(Herning Art Museum), 미드웨스트 앙상블 (MidWest Ensemble), 그리고 싸클 드 몬드(Socle du Monde) 이 세 개의 문화기관을 위한 공간으로 영구 전시실과 임시 전시실, 150석 규모의 오디토리움, 음악연습실, 레스토랑, 미디어 도서관과 행정실 등이 한 층에 배치돼 있다. 스티븐 홀의 계획은 주위 풍경과의 조화에서 시작해 ‘대지의 건물’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평평한 대지를 잔디 언덕과 연못들로 새롭게 제방 처리된 조경은 주차장과 서비스 시설을 감춰주고 있다. 갤러리 공간은 매우 단순하게 예술 전시를 위한 직각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곡선모양의 지붕의 단면을 통해 자연광이 내부로 유입되도록 돼 있다. 외부의 백색콘크리트와 세덤(Sedum) 으로 식재된 녹색의 지붕은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김도한 /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차장 dhkim@hmgloba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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