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 나무가 우거진 파주시 광탄면의 벽초지문화수목원(BCJ Gardens)을 찾았다. 여타 수목원과 달리 평원에 있어 접근이 수월한 편인데도 첫 느낌은 유적했다. 도로변의 넓은 주차장이 목적지임을 쉬이 알려주지만 입구에 높고 길게 늘어진 대흑색의 담장은 벽초지 정원의 풍경을 가리고 있었다. 외부와 잘 교류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
가만 보니 담을 쌓아 올릴 때 쓰인 돌의 검은빛이 예사롭지 않다. 전해 듣기로 보령 남포면의 오석(烏石)을 구해와 지었다고 한다. 오석은 까마귀 깃털처럼 검고 윤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령 일대에서만 생산된다. 신라 시대부터 최고급 비석과 벼루를 만드는 데 쓰는 돌로 정평이 났다. 그래서인지 비오는 날 이곳을 찾으면 빗물을 머금은 담벼락의 오묘한 색채로 한결 아취를 자아낸다고 했다. 풍수(風水)에서 검은색은 곧 물로 수기(水氣)에 속하며 재물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간직하고 저장하는 속성을 지녀 보통 대문이나 현관에는 잘 적용하지 않는 색상이다. 희소식이나 길한 인연과의 교류를 촉발시키는 활기가 묻히는 까닭인데, 내실을 다지는 측면에선 특장이 있다. 게다가 수기는 목기지모(木氣之母)가 되니 수목원을 잘 보호하고 간수해 남기는 보존적 차원에선 상책일 수 있다. 다만 번화하게 창성하는 데는 일말의 장애 요소가 되므로 개방과 보존이라는 난제에 봉착하기 쉽다.
불길한 기를 반사시키는 거울과 유리
분홍색 후록수꽃
성문처럼 보이는 공원의 문을 여는 순간 바깥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내부 공간의 아름다움이 보기에 색다른 데가 있다. 전통적으로 검정색 대문을 고수하는 화이트홀의 영국 수상 관저와 비슷하다. 아름다운 꽃과 솔로 어우러진 풍치는 잔잔한 바람을 일으켜 열기를 식히는 기분이다. 정원의 첫인상은 곱고 깨끗했다. 정문의 좌측으로 살짝 숨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탁 트인 잔디 광장과 연못 건너편의 숲속 별장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정경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공원은 연못과 나무, 화초가 조화를 이루며 동양식과 서양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못의 이름은 벽초지(碧草地). 간단히 말해 푸른 풀이 있는 연못이라는 뜻인데 물가에 늘어진 풍성한 수양버들 가지와 연못을 가득 덮은 연꽃의 경관은 온통 녹색천지다. 각각의 테마로 조성된 공간 또한 동서양의 명칭들로 섞여 있다. 이를테면 무지개원이나 나래길, 연리지 등의 예스러운 이름들과 채플 돔, 체스 가든, 캐슬 게이트 같은 외어들이 혼용됐다. 이곳의 서양식 명칭은 우리말의 고아한 표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조가 떨어지는 감이 있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BCJ 플레이스라는 간판을 내건 유리 외벽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원 전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본부 건물이자 쉼터로 활용되는 곳이다. 지하에는 갤러리가 있고 로비에는 카페, 위층에는 레스토랑 및 연회장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외벽에 온통 유리를 두른 건물은 여름철에 유난히 더워 ‘전기 먹는 하마’란 별칭이 붙을 만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 여름철엔 더 덥고 겨울철엔 더 춥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관이 보기 좋다는 이유로 유리 건물 짓기는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한편 유리 건물은 꽤 긍정적인 풍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거울이나 유리는 외부 환경의 위협적이고 불길한 기를 반사시키고 내부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날로 위압적인 초고층 건물들이 늘어서는 대도시와 같은 환경에서 위협에 노출되는 낮은 건물들은 외벽에 거울을 부착하거나 유리를 둘러 살기를 무력화시키는 대응책을 강구한다. 하지만 수목원 어디에도 이 유리 건물을 위협하는 구조물은 찾아볼 수 없다. 본관 건물은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좋지만 수목원의 미관에 일조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높은 풍수 점수를 매기기는 어렵다. 다만 건물의 외벽 모서리가 직각으로 모나지 않고 둥근 형태로 건축된 점은 다행한 일이다. 토형(土形)의 가상(家相)에 원형의 금기(金氣)로 상생돼 안정감은 특별하다.
재물 성취에 힘을 기울이고 욕심내는 부자의 팔자
본관의 1층 휴게실 뒤편 가장자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수목원의 박정원 대표와 대담을 나눴다. 첫눈에 느껴지는 인상은 차분하고 강직해 보였다. 낮은 목소리를 침착하게 이어가는 모습은 모진 굴곡을 겪어도 꺾이지 않는 강한 기세를 내포한다. 원숙한 유연함이라기 보단 어떤 유혹도 이겨 낼 꼿꼿한 정신에 가까운 기운이다. 박 대표는 1947년 정해(丁亥)생으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다. 10년의 세월을 뚝심으로 준비해 2005년 가을경에 수목원을 개원했고 현재도 여전히 조용한 열정을 수목원에 쏟아 붓고 있다.
박정원 벽초지문화수목원 대표. 신미(辛未)의 재고귀인(財庫貴人), 부명(富命)으로 완고한 성정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갑진(甲辰)월, 신미(辛未)일, 경인(庚寅)시에 태어났다. 갑목(甲木)은 팔자에 뚜렷하게 투(透)하여 드러난 재(財)의 성분으로 ‘재물과 처, 건강’을 주관하는 용신(用神)의 생명과 같은 글자다. 여기에 을목(乙木)의 기를 암장한 미토(未土)의 재물 창고가 더해져 재물의 성취에 힘을 기울이고 욕심을 내는 부자의 팔자로 두터운 재복(財福)을 타고났다. 경남 함양 출신의 박 대표는 29세 때 서울에서 양화점을 시작한 뒤 20년 동안 다양한 서비스업을 해봤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이 전성기. 경기도 부천과 대구 등에서 스포츠센터와 관광호텔 등을 운영했고 인천에서는 14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분양하기도 했다고. 다만 왕자입묘(旺者入墓)라, 팔자에 재물 창고가 있는 가운데 강력한 재물의 글자가 드러나면 때에 따라 크게 재산이 산실(散失)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마련이다.
큰 재산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처궁(妻宮)의 우환이나 치명적인 질환이 따라붙는다. 팔자명리(八字命理)는 명운(命運)에 담긴 이러한 이치를 물상대체(物象代替) 내지 상보(相補) 관계로 표현한다. 그래서 크게 손재해도 그나마 건강이 무탈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또 처가 집을 나서면 덕분에 재산이나 건강을 지킨 셈으로 친다. 명(命)을 아는 자, 하늘과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 이치가 바로 이런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박 대표의 팔자는 재고(財庫)인 미토(未土)를 타격하는 축(丑)이나 술(戌)의 시점에 삼형(三刑)이 성립돼 법적 송사(訟事)를 야기하며 산재(散財)하는 경우가 많다. 재물 창고가 열리면서 가진 재산을 이리저리 써서 없애 버린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1999년 정축(丁丑)년이 크게 불운했다. IMF 경제위기 때를 전후해 투자했던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던 재산을 다 잃었다는 것이다. 사업이 망한 뒤 지금껏 송사에 시달리고 있을 만큼 여파가 매섭고 독했다. 상심이 깊었던 시기에 지금의 수목원 별장으로 들어와 심신을 달래다가 문득 소나무에 마음이 사로잡혔단다. 실패하고 보니 “변치 않는 나무가 바로 내 재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동안 돈만 악착같이 벌다가 이내 나무와 돌에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1996년부터 농장 주변에 흉물처럼 흩어져 있던 축사를 사들이고 전국을 돌며 소나무와 자연석 등을 모았다. 정원 곳곳에 숭숭 구멍이 난 시커먼 현무암도 꽤나 인상적. 그는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들어온 돈마저 고스란히 수목원에 투자해 왔다. 융자까지 보태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이 대략 300억원이 넘는다. 수목원 정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굴절된 모양의 두 그루의 노송과 대면하게 된다. 300년이 넘는 세월의 한파를 이겨낸 소나무가 심겨진 정원은 빛솔원으로 명명돼 수목원의 상징이 됐다.
어떻게 보면 이들 소나무는 불굴의 집념과 끈기로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 주인장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굴곡은 졌지만 꺾이지는 않은 소나무의 강한 기상이 느껴진다. 물형으로 갑목(甲木)에 비유되는 소나무는 박 대표에게 생명과 같은 용신(用神)의 의미가 있다. 사업이 무너진 뒤의 절망감을 소나무를 통해 이겨낸 셈이 됐다.
색에 따라 달라지는 꽃 풍수
벽초지수목원은 12만㎡(약 3만6000평)의 평지에 소나무와 지리산 주목, 각종 야생화 등 1400여 종의 식물과 자연석이 장관을 이룬 정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호화스런 사계절 꽃의 향연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드라마와 CF 촬영의 명소로 부상했다.
풍수에서 꽃은 특별하다. 아름다운 꽃은 행복을 날라주는 힘이 있다. 꽃 풍수는 보통 크기나 색채에 따라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구분해 밸런스를 맞추는 식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해바라기나 수선화, 민들레 같이 노란색 계열의 꽃은 토(土) 기운에 속해 금(金)의 금전운을 높이는 데 응용한다. 이때 해바라기는 양(陽)에 속하고 수선화나 민들레는 음(陰)에 속해 전자는 재정의 원활한 운용이나 융통, 후자는 주로 저축이나 재산 증식 등의 의미와 연계된다. 장미나 튤립 같은 붉은색의 꽃은 대개 양화(陽火)의 기운으로 건강과 활력, 번영의 파워를 지닌다. 핑크색의 벚꽃이나 카네이션은 인연을 불러들이는 기운이 담겨 애정운을 고양시킬 때 주로 쓰인다. 주홍색의 팬지나 히비스커스는 사교의 꽃이다. 목(木) 기운의 보라색 제비꽃이나 파란색 나팔꽃 등은 창의와 성장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공간의 동쪽이나 남쪽 영역에 두면 번영을 가져온다. 싱싱한 초록의 관엽식물도 적용법이 같다. 백합과 같은 흰색의 꽃은 금기(金氣)에 속하여 이성과 결단성을 키운다. 사교에서도 수직의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꽃 풍수의 상식으로 꽃이나 화분을 침대 가까이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적어도 반경 1m를 벗어나야 한다. 꽃 자체가 주변의 생기를 흡수하는 까닭인데 피지 않은 상태의 난이나 식물은 가까이 둬도 무방하다. 대개 공간의 구석진 곳이나 모난 곳에 사기(死氣)가 조성되는데 이런 곳에 화분이나 꽃을 두면 해로운 기운을 흡수해 정화하는 작용이 있다. 효능 면에서 생화가 가장 뛰어나지만 조화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꽃그림이나 꽃무늬도 같은 맥락에서 활용된다. 기분을 좋게 하는 사물이나 소품은 다 같이 좋은 풍수의 뜻을 담기 때문이다.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서양식 정원. 마치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신비로운 옛이야기를 만난 느낌이다.
퀸즈 가든의 우측 편으로 놓인 오색길을 따라가면 조각공원으로 향하는 유럽식 정문인 BCJ 성문(城門)이 나타난다. 이 부근에 유럽식의 호사스런 공원이 조성됐다. 성문에서 그린하우스로 이어진 좁은 통로에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백색의 조각상과 스탠더드 장미가 늘어서 맑고 깨끗한 흥취를 자아낸다. 푸른 잔디가 가득한 정원의 중앙에는 유럽식 분수대가 있고 그 너머로 허브가든과 워터가든, 원형 지붕 형태를 갖춘 채플돔이 위치한다. 이 주위로 물방울가든, 음표가든, 체스가든 등이 흥미롭게 조성됐고 멀리 보이는 자작나무숲도 볼만하다. 성문에서 바라볼 때 정원의 우측 편에는 신상(神像)이 모인 제우스가든과 허브를 주제로 한 자연체험학습장이 자리한다. 끝자락에는 야외 웨딩가든도 구색을 갖춰 드라마 촬영지로 최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원에는 분수대나 워터가든과 같이 물을 주제로 한 공간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구형의 검은색 큰 돌이 떡하니 놓여 있는데 물이 나오면 스스로 돌아가는 형태로 설계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양식 정원에선 물을 구경할 수 없었다. 분수나 돌은 작동되지 않고 멈춘 상태로 정지돼 있다. 풍수에서 물은 곧 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물이 좋으면 재운 또한 상승한다는 얘기다. 건물의 현관 밖에 분수대를 설치하면 대개 길하다. 그러나 건물 내부에 분수대를 설치하면 좋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분수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폭포의 활수(活水) 형태가 최적이다.
최근에는 건물 앞에 설치한 인공 폭포나 워터스크린(water screen) 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좋은 배치는 현관에서 마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계단식으로 물이 고였다 흘러넘치는 식이 가장 좋다. 계단식 인공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흘러 다시 아래의 연못으로 들어간다. 연못이 가득 차면 이 물이 다시 높은 곳으로 흘러가 순환하게 된다. 이렇게 물이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순환하면 재물의 원천이 끊이지 않는다.
물이 세차게 치솟거나 소리가 크면 사나운 기상이 돼 급속하게 재산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 정원의 큰 돌은 자칫 혼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딱딱한 돌은 그 성질이 음(陰)에 속하므로 앞뜰에 커다란 돌을 놓아두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현관 앞에 커다란 돌을 놓아두면 재운(財運)을 가로 막고 사건사고를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뒤뜰이나 집의 양쪽에 커다란 돌을 두는 것은 괜찮다. 만약 돌이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불리하다.
풍수와 연관이 깊은 연꽃
하이라이트는 벽초지다. 수목원의 문패로 정해졌을 만큼 그림 같은 연못이다. 연못가에는 파련정이라는 아담한 육각정자가 제법 운치가 있게 자리 잡아 고풍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바로 이 정자에서 장년의 유명 가수 두 명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고 대사하는 모 제약회사의 광고가 제작됐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벽초지 하나만 봐도 이곳의 주인장이 정원 가꾸기에 얼마나 세심한 열성을 기울였는지 짐작이 간다. 흔히들 수련을 한자로 수련(水蓮)이라 쓰기 쉬운데 수련(睡蓮)이 맞다. 햇빛이 환한 낮에만 피고 밤에는 꽃송이를 오므리고 잠이 든다고 해서 자오련(子午蓮), 또 오후 세시 전후인 미시(未時)에만 꽃이 핀다 해서 미초(未草)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이름에 졸음 수(睡)자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필자는 타이밍을 놓쳐 연꽃의 개화를 보진 못했다.
연꽃은 풍수와 연관이 깊다. 이를테면 형국론(形局論)에 종종 거론되는 연화부수형(連花浮水形)이나 연화출수형(連花出水形)과 같은 용어는 물 위에 뜬 연꽃의 모습을 말한다. 교과서적으로 물이 사방으로 둘러싸 가옥을 한 바퀴 돌아 나가면 연꽃형의 길지로 보는데 보통 평탄한 지형이면 연화부수형이 되고 경사면을 이루면 연화도수형(連花到水形)으로 구분한다. 연꽃은 오성으로 화성(火星)에 속하며 민간에서는 가운데 씨방에 씨가 많아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더러운 물속에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는 특성으로 이런 곳에서는 출신이 한미해도 출셋길에 올라 고귀한 인물이 될 수 있는 길지의 형상으로 봤다. 서울의 봉원사와 전남의 실상사는 연화부수형의 대표적 명당 터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다 연못이 있다. 연꽃은 불교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은 더러운 곳에서 피어나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청정한 자태를 나타낸다. 불가에서 부처는 곧 연꽃에 비유됐다.
둘째, 화과동시(花果同時). 이 말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뜻인데 원인과 결과가 늘 함께 한다는 불교의 진리를 설명한다.
셋째, 종자부실(種子不失). 연꽃의 씨앗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물속에 떨어진 연꽃 씨앗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있다가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움터 꽃을 피운다는 불성을 상징한다. 풍수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연꽃 모양의 향로나 문양, 연꽃을 담은 수반(水盤) 등은 재운(財運)의 고양이나 후손의 번영을 꾀하는 의미로 활용되는 소품군에 속한다. 풍수에서 물은 정원을 꾸미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집 마당에 우물이나 못을 파는 게 매양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크게 흉할 때가 많다. 또 보통의 가옥에서 연못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은 얘기다. 이때는 큰 돌을 파서 물을 부어 쓰도록 만든 석기인 석조(石槽)로 대신하면 훌륭한 풍수 처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