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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축복이자 함정, 디지털 시대의 명암
입력 : 2011.09.30 13: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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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파워스 지음 |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우리는 항상 분주하게 살면서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생각도 외부로 향한다. 나와 내 곁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저 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한다. 누군가 나에게 인터넷으로 말을 걸어오면 즉시 답장을 준다.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니 즉답을 줘야만 할 것 같다.
저자는 철학자들을 통해 답을 찾으려 시도했다. 소크라테스는 파이드로스와 성벽 밖을 거니는 것으로 아테네의 분주함을 뒤로 했다. 군중과 번잡함에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거리로 나가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될까.
세네카는 물리적 거리 두기가 힘들자 한 가지 생각이나 한 사람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나머지 세상을 무시함으로써 내적 거리를 확보했다. 컴퓨터에서 인터넷 창을 하나만 열어두는 방법이다. 구텐베르크는 자기 성찰을 위한 가장 위대한 도구인 책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리도 가끔은 노트북의 무선 인터넷 신호를 끄고 군중에서 벗어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종이 노트 같은 ‘오래된 도구’로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종이 책을 읽어라. 내가 몰스킨을 사용하는 것처럼 일기를 쓰거나 단순한 공책에 아무거나 끼적여라…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점차 힘들어지는 멀티태스킹 세계에서 웹에서 벗어난 종이의 호젓함이 가진 힘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288쪽)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들 중에 소로가 가장 인상적이다. 소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월든의 오두막으로 갔다. 분주함을 극복할 방안으로 평화의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소로는 월든의 오두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오두막에는 3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다른 하나는 우정을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을 위해서다.”
그는 멘토이자 친구였던 에머슨이 “진실로 행복하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군중에서 벗어나 홀로 있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던 조언을 실천에 옮겼다.
저자는 자신의 해답을 ‘인터넷 안식일’에서 찾았다.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인터넷 모뎀을 끈 것이다. ‘분주한 삶’의 근본 원인을 정기적으로 차단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굼뜬 느낌이었지만 차츰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느긋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시대, 그건 분명 우리에게 축복이면서 동시에 함정이다. 분주한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고요하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결국 우리 개개인의 결심과 실천의 문제다.
[예병일 / 플루토미디어 대표 biyeh@plutomedia.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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