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명품시장의 새로운 소비계층 40·50대 남성 탐구

    입력 : 2011.06.02 10:34:05

  • 적극적으로 쇼핑 즐기는 40·5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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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고객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남성 고객, 그 중에서도 ‘아저씨’로 불리는 40·50대 남성들이 쇼핑의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들을 지칭하는 ‘로엘(LOEL)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남성들은 각종 패션 및 뷰티 브랜드와 백화점 등 다양한 유통 분야의 마케팅 방향을 바꾸어 놓고 있다. 화장품, 헤어 제품, 피부 관리 용품 등을 구매하는 남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뷰티 브랜드는 조심스럽고 안전한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남성들에 대해 모두 고운 시선을 보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롤모델로 생각하는 스포츠 스타나 유명 셀러브리티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제품의 실질적인 효능을 강조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7% 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8000억 규모로 성장했다. 뷰티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1조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P&G에서 선보이는 뷰티 브랜드 ‘SK-II’는 올 가을 시즌을 목표로 남성 라인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대가 높은 화장품도 이제는 충분히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패션 필드에서도 남성들을 향한 변화가 불고 있다. 패션마켓 전반에 걸쳐 남성 제품의 매출 상승이 도드라지자 명품 브랜드는 남성만을 위한 숍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2010년 2월 뉴욕 메디슨가에 에르메스 남성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경기 침체에도 남성 제품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존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에 위치한 에르메스 맨(Hermes Man)에 슈트와 넥타이, 가방, 신발 등 남성이 원하는 모든 것을 구비해놓았다.

    미국 브랜드 코치 역시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한 여성 매장 옆, 맨해튼 370번지 블리커 거리에 남성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랄프 로렌 또한 뉴욕 메디슨가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라인랜더 메종(Rhinelander Mansion)을 작년 가을 남성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한 백화점의 움직임
    신세계 강남점 멘즈 컬렉션
    신세계 강남점 멘즈 컬렉션
    국내 백화점 역시 새롭게 부상한 큰 손을 잡기 위해 재빨리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10월 강남점 6층에 남성 편집매장 ‘신세계 멘즈 컬렉션’을 오픈했으며 뒤이어 남성 잡화 편집매장인 ‘멘스 스타일 플러스’를 확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작년 12월1일 남성 클래식 편집매장인 ‘g. street 494 homme’를 새롭게 선보였다. 글로벌 사업팀 오아람 바이어는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원하는 디자인이나 상품군이 다행해졌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무난하고 튀지 않는 디자인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눈에 띄는 컬러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누구나 아는 명품 브랜드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겸비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백화점에 입점돼 있는 남성 편집매장을 구성하는 브랜드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롯데백화점의 행보 역시 눈에 띈다. 새롭게 부상한 고객층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백화점 우수 고객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의 관심사인 건강, 자산관리, 봉사활동 등과 관련된 프로모션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여성 제품 위주로 제작됐던 광고 인쇄물의 내용을 남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조정하며 이들만을 위한 전용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정승인 마케팅부문장은 “올해 롯데백화점의 남성 고객 구매 금액은 2008년 대비 34% 증가했다. 전통적인 남성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남성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이 큰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말했다.

    [신경미 기자 lalala-km@mk.co.kr]



    새롭게 등장한 ‘큰 손’ 로엘(LOEL)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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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6%를 넘어서며 소비는 더욱 늘었다. 그런데 소비가 늘면서 소비 구성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20대의 씀씀이는 줄어들었고 50대의 씀씀이는 늘어났다. 그리고 여성보다 남성의 구매력이 더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이 2010년 말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과 2010년 매출이 성별과 연령대별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매출에서 남녀 구성비를 보면 2008년에 남성의 비율이 20%였는데 2010년에는 21%로 1% 상승했다. 구매액 증가율만 보면 여성은 27% 증가한 반면 남성의 구매액은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를 포함한 20대 이하 소비자는 2008년 17%에서 2010년에는 15%로 2% 떨어졌다.

    반면 50대의 비중은 19%에서 21%로 상승했다. 구매액으로 보면 50대의 구매 금액은 2년 전에 비해 37% 상승했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이들 세대들은 건강과 시간 활용에 관심이 많아 등산, 트레일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는데 이러한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이 등산복을 포함한 아웃도어 상품군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50대 소비자의 아웃도어 상품 구매액은 2008년에 비해 무려 76%나 늘어났다.

    머츄리얼리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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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츄리얼리즘(Maturialism)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의 머츄어(mature)와 리얼리즘(realism)을 합친 말인데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기존 소비시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40·50대가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 등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가꾸기 위해 상품을 찾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이런 트렌드에 주목한 유통·패션계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탄생시켰는데 이른바 머츄어 캐릭터다. 제일모직은 ‘젊은 감성을 지닌 40·50대의 우아한 여성’을 위해 머츄어 캐릭터 브랜드 르베이지(le beige)를 2009년에 론칭한 바 있다. 시니어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나우(NOW)족, 헤라(HERA)가 있다. 나우족은 ‘New Old Women’의 약자로 재력과 패션 감각을 겸비한 40·50대 여성을 말한다. 헤라는 주부(Housewife)면서 고등교육(Educated)을 받고 인생 제2기를 재설정(Reengaging)하는 진취적인(Active) 여성을 말한다. 시니어 여성에 비해 연령대가 약간 아래인 여성층을 비유하는 말로는 나오미(Not old image)족, 줌마렐라(Zummarella), 아티즌(Artizen), 맘프러너(Mompreneur)가 있다. 나오미족은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30·40대 여성을 말하며, 유미(YUMMY;Young Upwardly Mobile Mommy)족은 직장생활을 하며 자기관리에 노력하는 활동적인 젊은 어머니를 말한다. 또 아티즌은 인터넷(Netizen)을 즐겨 하는 아줌마(Azumma)이며 맘프러너(Mompreneur)는 경쟁력을 갖춘 주부(Mom) 사업가(Entrepreneur)를 말한다.

    중년 여성 못지않게 중년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개념도 최근 많이 생겼다. 노무(NOMU)족, 신레옹(Leon)족, 알파 대디(Alpha Daddy) 등이 그렇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는 40·50대 남성을 노무(NOMU)족이라 부른다. 노무가 ‘No More Uncle’의 약자니 아저씨로 불리기를 거부하는 남성인 것이다. 신레옹족은 가정에서는 따뜻하고 다정한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사회에서는 품격과 캐주얼을 적절히 소화시킨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으로 완숙미와 여유로움을 과시하는 40·50대 멋쟁이 댄디 가이(Dandy Guy)를 말한다. 또 사회적으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아이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엄마 역할까지 하는 가정적인 아빠는 알파 대디라 부른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아빠를 21세기 슈퍼 대디(Super Daddy)라고 불렀다. 이제 슈퍼맘(Super mom)만 있는 게 아닌 셈이다. 아저씨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외모에 신경 쓰는 40·50대를 일컬어 미중년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은 화장품, 스파, 패션, 명품잡화를 고르는 데 신경을 많이 쓰며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로엘(LOEL)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앞서 말한 40·50대 남성 개념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큰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남자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이 로엘백화점 사장으로 나온다. 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롯데백화점이 자주 나오는데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로엘족이라는 말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로엘(LOEL)은 롯데그룹의 유통점인 롯데백화점과 럭셔리 매장인 에비뉴엘(Avenuel)의 합성어인데 방송국에 에비뉴엘 매장을 촬영장으로 제공하면서 로엘에 의미 부여를 더 하게 되었다. 그래서 LOEL을 ‘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의 약자로 만들었다. 젊은 층 못지않게 개방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살려고 하고 자신을 꾸미는 데도 적극적이어서 화장품, 고급 패션, 명품 및 명품잡화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남성이 바로 로엘족이다. 로엘족은 사실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는 콘셉트는 아니다.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김주원의 나이는 34세. 하지만 여기서는 40·50대 로엘족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보자. 앞서 말했듯이 최근 40·50대의 남성의 소비 지출 증가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40·50대 남성이 소비지출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하자 백화점들은 남성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남성 전용 편집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 전용 액세서리 편집매장인 ‘다비드 컬렉션’의 주요 타깃은 50대 남성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혼자 옷을 고르기 힘든 남성들을 위해 같이 다니면서 쇼핑을 도와주는 ‘코디바’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 하면 으레 40·50대 여성이 많은 공간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남성들도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남성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지만 조만간 해당 프로그램이 늘 것이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아웃도어 매장 기업으로 레크리에이셔널 이큅먼트(Recreational Equipment Inc.)가 있다. 시애틀 등산가 로이드 앤더슨이 1938년에 설립한 회사로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용품점이다.

    시애틀 남쪽에 해발고도가 3700m나 되는 레이니어 산에 갑자기 오르려고 하는 한 고객이 이 매장에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객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매장 내에는 코디가 있어서 등산복, 등산화, 모자, 배낭, 등산용구 등을 모두 맞춤형으로 추천해준다. 매장 내에 하이킹 신발을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지형의 길이 있고 비옷을 테스트하는 비 내리는 방도 있다. 산악자전거 기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이 같은 고객맞춤형 서비스와 시설이 있기에 이 아웃도어 매장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40·50대 남성에게 등산 의류, 장비를 포함해 아웃도어 시장이 크게 늘고 있는데 레크리에이셔널 이큅먼트 같은 매장이 생기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포춘>지가 매년 선정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 100대 기업’에 199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선정됐다. 2010년에는 14위를 차지했다. 건강과 부를 과시하는 웰시 피프티(Wealthy Fifty)
    남성 편집 매장 란스미어
    남성 편집 매장 란스미어
    인구통계학적 조사에 따르면 노인층은 65세 이상을 말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노인층은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고 2018년이 되면 14%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이미 진입했고, 고령사회(Aged Society)를 향해가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는 유엔 방식과 달리 기업에서는 5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1950년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노인층으로 계산돼 노인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 노인층은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의 경우 55세 이상의 사람이 국부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1948년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데 680만 명이나 되는 이들이 2007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했다. 단카이 세대는 50조원이나 되는 퇴직금을 가지고 소비지출을 하므로 일본 경제 활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50·60대층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때 축적한 자산이 많고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 자식들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지 않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많다. 그리고 나이에 비해 건강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소비를 많이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대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건강수명은 68.6세다. 따라서 68세까지는 외식, 문화예술, 쇼핑, 여행, 골프, 사교모임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의 건강과 부를 과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노인층을 우리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50대에만 국한시킨다면 웰시 피프티(Wealthy Fifty)가 된다. 이들에게는 그저 나이로만 따진 실버(Silver)의 이미지가 아닌 더 고급 이미지의 플래티늄(Platinum)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린다.

    돈 많은 시니어계층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일본에는 노년 남성을 위한 파파스(Papas) 매장이 큰 인기다.

    젊은 층에 밀려 소외당하던 노년 남성들만을 위한 패션매장인데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고품질의 비싼 의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40·50대 남성은 같은 연령대의 여성 못지않게 왕성한 소비지출을 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멋있게 보이려는 욕구도 함께 분출하고 있다. 로엘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추세라고 본다. 더구나 올 2011년에는 이변이 없는 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5~5%가 예상되므로 로엘족의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엘족의 파워가 커지더라도 백화점이 높은 연령층을 주요 타깃 고객으로 삼기는 힘들 것이다. 주요 고객의 연령층이 높아지면 매출액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지만 젊은층이 발길을 돌려 백화점의 전체 이미지와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백화점은 높은 연령층에 너무 집중하다가 이미지가 손상됐고, 결국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백화점은 이런 딜레마를 현명하게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백화점은 고급 이미지와 활력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김민주 /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mjkim@hanmail.net]



    아저씨 자유시대… 마케터의 타깃은 맨슈머(Man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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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부터 알고 지낸, 이제는 40대가 된 선배를 만났다. 테이블에 올려진 아이폰에 아들 사진 대신 탤런트 한효주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깔려 있었다. 어린 여배우 사진이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놀리니 “나도 이제 늙었나 봐” 한다. 요즘 아저씨들이 난리다. 오빠 팬이 아니라 아저씨 팬들이 아이돌에 환호한다.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도 아저씨들이다. 군인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경찰 아저씨…. 아저씨는 학생 신분이 아닌 남자 어른을 총칭한다. 그런데 최근에 영화 한 편으로 꽃미남 ‘원빈’이 아저씨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예쁜 얼굴에 다부진 식스팩 장착은 기본이요, 이웃집 소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줄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다.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는가. 원빈뿐 아니다. 이 시대의 아저씨 모델들은 이병헌, 차승원, 정우성, 배용준 등 20대 못지않은 얼굴, 한 몸매 하신다. 어린 꽃미남에게는 없는 카리스마와 명성 그리고 재력까지 겸비했다.

    화장품부터 주방 소품까지, 확대된 남성 소비문화 마케터들이 ‘맨슈머(Mansumer)’에게 주목하는 이유다. 꽃중년, 미중년, 메트로 섹슈얼, 위버섹슈얼, 그루밍족, 엠니스 등등 ‘아저씨’ 소비자를 그룹 짓기 바쁘다. 이 소비자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다. 가장 먼저 맨슈머들의 집단공격(?)을 받은 상품군이 화장품이었던 것도 거울 보는 아저씨들 덕분이다. 화장품이라고 해봐야 스킨, 로션이 전부였던 남성화장품이 화이트닝, 안티 에이징 등 기능성 라인까지 갖추며 여성화장품 라인만큼 코너가 확장됐고 이제는 남성 전용 뷰티숍까지 생겼다.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토털 그루밍숍인 ‘맨스튜디오’를 열었다. 아모레퍼시픽 헤라 옴므가 단일 브랜드로 500억 매출을 올렸고 지난 한 해 기초세트를 200만 개 이상 판매한 결과로 전용숍까지 기획한 것이다. 이제 화장품업계에서 남성라인이 없는 화장품 브랜드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2006년 47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800억원대로 성장했다. 여성화장품 시장이 6~7% 성장세라면 남성화장품은 10%가 넘게 신장하고 있는 추세다. 화장에 맛들인 아저씨들이 기초제품 외에 비비크림,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등 진짜 화장에 도전하고 있어 ‘거울 보는 남자들’이 앞으로도 ‘블루슈머(Bluesumer)’ 역할을 맡아 시장 확장세는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저씨들은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면서 또 다른 소비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슈퍼 대디(Super Daddy), 베타 대디(Beta Daddy)로 불리는 이들은 가족과 함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고민한다.

    가사(家事)를 그저 아내의 일을 돕는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하고 자녀를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계 주방가구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독일 주방가구업체 포겐폴(Poggenpohl)이 포르쉐디자인그룹과 함께 남성용주방인 ‘키친 포 맨(Kitchen for Men)’을 내놨다.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같은 남성 스타요리사의 유명세에 힘입어 요리를 취미로 하는 남성들을 위한 주방시스템이다. 남성 신체 사이즈에 주방가구를 맞춘 것 외에도 남성들의 관심사인 오디오 시스템까지 곁들여졌다. 디자인 또한 고급 세단처럼 매끈하다. 주부를 위한 공간 만들기에 주력했던 아파트 건설계에서 현대건설이 남성 전용 주방공간을 기획해 화제가 된 예도 있다.

    아저씨들의 주방에 대한 관심은 야외활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캠핑 열풍을 이끈 소비자가 바로 ‘아빠 파워’다. 캠핑시장은 2009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그중 오토캠핑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다수라 운전하고, 텐트치고, 아이 돌보고, 요리까지 하는 슈퍼 대디, 베타 대디의 눈부신 활약을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도 남성 소비 늘어 남성 소비자 중 큰손으로 명명되는 ‘골드 미스터(Golden Mr.)’들을 모시려는 움직임 또한 치열하다. 주요 백화점 명품 남성 의류브랜드는 비즈니스 캐주얼과 각종 잡화를 모아 편집매장을 구성해 스타일에 관심이 지대한 맨슈머(Mansumer)를 불러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타이 없이 스타일리시하게 비즈니스 캐주얼을 코디한 ‘쿨비즈 캠페인’을 겨울 들어 ‘웜비즈 캠페인’으로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수입 남성캐주얼 브랜드를 개발해 선보인다. 신세계는 330㎡ 규모로 남성복 편집매장인 ‘신세계 멘즈 컬렉션’을 열었다. 이 편집매장들은 모두 남성 슈트와 스포티 캐주얼, 골프 의류 및 액세서리 등을 종합해 패션은 물론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2010년 상반기 현대백화점의 매출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 신장은 한 자리에 머물렀으나 40대 남성이 주요 고객인 비즈니스 캐주얼은 전년 동기 20%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새롭게 등장한 아저씨 고객들을 잡기 위해 남성용 천연화장품 만들기, 남성 이미지 메이킹 등 문화센터 강좌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 마켓 또한 남성 소비자의 새로운 활약 무대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정속옷, 레깅스, 패션 가발까지 남성 소비자의 관심이 지대하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운영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패션의 경계가 성형으로 확대되면서 성형미남도 늘고 있다. 매끈한 남자가 되려고 전신 제모를 하고 얼굴 성형에도 적극적이다. 외모가 경쟁력인 사회 분위기 탓도 있지만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는데 남의 시선이 두려울 리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문 저널리스트 마크 턴게이트는 ‘남자에게 팔아라’고 했다. 한 번 모시기가 어렵지 고객이 되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씀씀이 또한 크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까도남, 차도남의 표본을 제대로 연출해 냈다. 0.1%의 최상위 계층이 모델이 되면서 새로운 럭셔리 그룹으로 등장한 ‘로엘족’. 이탈리아 수공품임을 강조하는 ‘한 땀 한 땀’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키며 남에게 없는 나만의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가 입는 옷, 자동차, 집까지 모두 인기 절정이다. 까칠하고 잘난 척해도 멋지고, 따뜻하고 가정적이어도 멋진 이 시대의 아저씨들. 자신이 원하는 삶에 솔직해서 더 멋지다. 아저씨의 자유시대가 왔다.

    [박세은 / 에이다임 인터패션플래닝 사업부 전략컨설팅 supark@adigm.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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