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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Part 4] 랩어카운트 이상현상과 궁금증
입력 : 2011.05.27 16: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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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의 모든 것 ◆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올시다’다. 현재 랩 시장은 그야말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초 20조원대였던 랩 규모는 연말 40조원을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폭풍 인기의 중심에는 자문형 랩이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문형 랩의 규모는 5조원을 훨씬 넘어섰다. 10대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 랩 계약잔고만 해도 5조원에 달한다. 최근 10개월 새 10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나머지 증권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추가 판매가 이뤄진다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상품들을 한 단계 진화시키고 있다. 국내 일부 종목의 집중 투자현상을 뛰어넘어 채권 등에 투자해 위험 관리에 나서기도 하고 국외까지 투자영역을 넓힌 펀드도 나왔다. 예를 들어 우리투자증권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에 나눠 투자하는 랩오브랩(Wrap of wrap) 투자상품을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과의 합의하에 운용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단계별로 주식편입 비율을 낮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스텝다운랩을 선보였다.
증권사들의 올해 목표는 더 크다. 점유율 1위 삼성증권(잔고 2조9000억원)과 2위 우리투자증권(1조3000억원)은 자문형 랩을 각각 10조원까지 잔고를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랩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본다.
김정환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차장은 “유동성 장세만으로도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다. 지수 1900선부터 주식형 펀드 환매를 권유하며 재가입 타이밍을 보고 있는 은행권의 자금까지 올해 유입된다면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목 위주의 장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 흐름도 기존 주식형 펀드보다 랩 투자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상품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시장 규모 측면을 얘기하는 것이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는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자문형 랩)을 중심으로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고 무작정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정부가 스팟(목표수익전환형)랩어카운트를 규제한 것도 이 같은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서다. 스팟랩은 미리 정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일시 상환하는 랩상품이다.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게 과열투자를 부추길 수 있고 특정 종목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주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국내 자문형 랩은 주식 쏠림형이라는 점도 불안하다. 미국은 자산운용액의 30%가 랩을 통해 관리되지만 우리나라처럼 주식형 랩이 아니라 주식, 채권을 아우르는 종합자산운용 랩이다.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 자문형 랩은 위험에 상당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자문사들이 집중 투자했던 종목을 매도할 때 급락할 위험성도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팀장은 “자문형 랩은 종목 수가 20개 안쪽이다. 주가 상승기엔 수익률이 좋지만 조정 때는 손실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자문사에선 집중 투자된 종목을 예의주시하며 매도타이밍을 보고 있기도 하다.
랩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30%를 넘지 말아야 물론 장기적으론 랩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랩 시장의 발전을 사모와 헤지펀드로 가기 위한 자연스런 수순으로도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고 선진화될수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랩은 사모펀드·헤지펀드 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체 포트폴리오 중 주식투자 비중 범위 내에서 자문형 랩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PB들은 전체 투자 자금 중에서 30%를 넘지는 않는 수준에서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랩 상품의 비중은 20~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체 자금 가운데 투자형 상품이 얼마인지 파악한 다음에 그 안에서 랩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가입 금액이 얼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초기 랩 상품들은 최소 ‘억’대 금액을 요구했지만 최근 랩이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면서 가입 금액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5000만원 이하 상품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렇게 금액이 낮아질수록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수가 한때 2100선을 돌파한 이후 살 만한 대형 우량주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종목을 더 압축해서 투자해야 하는데 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10개 이하 종목으로 투자하긴 어려워졌다. 소액 가입자들도 결국 1억원 이상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 평균 수익률뿐 아니라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못한 수익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 선택해야 하나 랩에 투자하려고 마음을 먹고 난 뒤 어떤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지도 고민이다. 원래 가입했던 증권사를 통해 가입하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증권사로 갈아탈지 헷갈린다.
랩 상품 투자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자문사 선정이다. 자문사마다 운용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랩 선택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우선 자문사의 운용 철학을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 자신의 투자성향, 투자자금의 성격에 비추어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문진철 삼성증권 포트폴리오팀 과장은 “투자자 성향별로 자문사를 추천한다면, 일반적으로 가치주에 투자하려는 경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VIP투자자문을, 중소형주 투자자라면 유리자산운용과 섹터투자자문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성장주 투자를 원한다면 브레인투자자문, 장기 초과 성과를 기대한다면 창의투자자문과 케이원투자자문, 계량분석에 기초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산은자산운용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사의 운용 인력 구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용 규모가 너무 큰 경우 일관된 투자전략 유지나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자문사 CEO의 지명도 및 장기성과를 분석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현재 운용하는 자금 규모나 과거의 기간별 운용 성과를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 운용자금이 커져 다소 수익률이 둔해지거나 시가총액이 큰 종목 위주로 편입한 랩의 경우 단기간 탄력적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투자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사뿐 아니라 증권사의 운용 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현재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인기 자문형 랩의 경우 출처가 거의 같다.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레인, 케이원, 창의투자자문사 등에서 종목을 추천받아 증권사 운용팀에서 관리한다. 큰 틀에서 자문사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따르지만 같은 자문사 상품이라도 증권사가 어떻게 관리하고 신경 쓰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소리다. 한 관계자는 “운용 인력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논쟁
말은 그렇게 해도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인기 자문형 랩은 증권사마다 수익률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어 고객이 수수료 낮은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미래에셋을 필두로 해 수수료를 인하한 증권사에선 이를 근거로 고객 유치에 나서는 중이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수수료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수수료가 낮은 것도 중요하지만 선취인지 후취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선취는 말 그대로 원금에서 미리 수수료를 떼어가는 상품이고 후취는 운용 기간에 따라 떼어간다.
선취는 운용 기간에 상관없이 원금에서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만약 6개월 안에 수익률을 달성해 환매한다고 하면 나머지 6개월 분 수수료는 그대로 버리는 셈이다. 반면 후취는 운용기간에 따라 나중에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법이라 투자자에게 유리하지만 선취보다 1%포인트 이상 수수료가 비싸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경우 선취 수수료가 2%, 후취가 3.2%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후취를 택하는 것이 맞지만 결과적으로 선취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낼 공산도 크다. 왜냐하면 랩은 펀드와 달리 선취와 후취수수료를 매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장기투자자는 선취수수료가 낫고 1년 미만 단기 투자자는 후취가 유리하다. 한 관계자는 “랩 상품이 어디까지나 단기 상품인 만큼 선취보다는 후취 상품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범진 / 매경이코노미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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