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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mark] 리처드 마이어의 게티센터(Getty Center)
입력 : 2011.05.20 14: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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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마이어는 대부분의 건축가가 그렇듯이 자신의 주장이 강하며 고집이 센 건축가다. 게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설계와 공사기간 내내 건축주인 게티 이사회는 물론 동료와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파트너와도 이견이 잦았으며 이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설득 대신 양보를 한 경우도 많았다.
게티센터는 이전의 마이어 작품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게티센터에서는 건물 하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대신 전체 건물의 기하학적인 배치, 건물 내·외부 경계 구분 없이 서로간의 완벽한 관입을 허용해 얻은 공간의 미학, 풍성한 옥외공간을 만드는 조경, 투박한 트래버틴과 세련된 세라믹 판넬의 조화를 통해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건축물을 창조했다. 어느 유명한 작곡가가 가장 왕성하고 성숙한 작품 활동시기에 완성한 한편의 교향곡을 보는 듯하다. 리처드 마이어는 작곡가로서 또한 초연을 성황리에 연주한 마에스트로로 관객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게티센터는 많은 사람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배치계획은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와 LA시 축을 따라 만들어진 하나의 축에 전시관을, 인접 주거지역의 도로 축을 따라 형성된 또 하나의 축에 도서관 및 연구소를 배치했으며 이 두 개의 축 사이에는 중정을 두었다. 이는 주어진 부지를 완력으로 지배하지 않고 주변 지세와 지형에 순응하려는 마이어의 배려다. 미술관 관람객은 억지로 만들어진 순로를 따라 전시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건물에서 열려진 중정을 통해, 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연결통로를 통해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게 됐다.
게티센터의 미술품 중 대부분은 회화작품으로 자연광이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마이어는 게티 이사회를 설득해 천창을 만들어 자연광을 갤러리 내부로 끌어들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연결구조물을 설치해 관람객의 휴식과 다양한 전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가까이는 산타모니카 산 구릉과 항상 차들로 가득한 고속도로가, 멀리는 LA 시내와 산타모니카 해변 모습등 시간, 방향, 레벨, 각도에 따라 천의 얼굴처럼 변하는 경관을 체험하면서 관람객은 또 다른 묘미를 발견한다.
이는 건물 배치로 인해 얻어진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라 마이어에 의해 고도로 계산되고 의도된 결과다. 외관 디자인에서도 이전의 마이어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곡선과 직선의 대비와 조화, 긴장감 있게 사용한 매스는 마이어의 다른 작품과 동일하지만 하이테크(Hi-tech)하고 백색의 경쾌한 금속판넬의 외장재는 중후한 석재로 바꾸어 애틀랜타의 하이뮤지엄이나 드모인의 아트센터에서 그랬듯이 또 다른 흰색의 판넬을 예상했던 대중의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그의 모든 작품에서 그렇듯이 내부 공간은 명확히 구분하기보다는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서로가 완벽하게 결합되어 빛에 의해 잘 섞여있다. 이러한 공간은 관람객에게 전시물의 감상으로부터 잠시 해방감을 만끽하게 하며 근무자에게 달콤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옥외공간의 중요성 때문에 마이어는 조경계획에까지 건축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는 계획을 원했다. 조경계획 과정 중 마이어에 못지않는 고집을 가진 조경설계자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그가 계획했던 옥외공간 설계가 다소 변경됐지만 관람객이 외부공간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일련의 공간상의 변화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보여지는 경관의 다양함은 마이어가 게티센터를 설계하면서 원했던 모습 그대로다.
게티센터 공사 진행 중 마이어는 자신의 어떤 작품보다도 현장을 자주 찾았으며 트래버틴이 생산, 가공되고 있는 이태리의 석산에서 중정에 놓일 벤치를 위한 자재를 직접 선택하기도 했다.
게티센터는 준공을 앞두고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되기 전에 연구소 직원이 먼저 입주해 사용했다. 그런데 마이어는 시설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사용 행태까지도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르다고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으며 식당이나 개인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배치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게티센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으며 그러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티센터는 유럽의 수많은 회화와 조각, 공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종합 문화예술의 공간이다. 전시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 중에는 반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러 오기도 하지만 리처드 마이어의 최고 걸작 건축물을 보기 위해, 때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기 위해, 또 게티센터에서 LA시내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낮에는 멀리 산타모니카 해변 너머 바다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특히 건축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라면 게티센터에서 제공하는 1시간짜리 건축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마이어는 뉴욕의 건축가인 마이클 그레이브스, 피터 아이젠만, 찰스 과트메이, 존 헤이덕과 함께 ‘뉴욕 5’라는 그룹을 이루었으며 이들은 꾸밈없는 기하학적인 건물의 표면을 흰색으로 치장했다. 이 때문에 이들 건축가는 백색주의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어를 제외한 다른 건축가는 곧 자신의 건축 스타일을 바꾸는데 반해 마이어는 평생 일관된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이어는 흰색 사용에 대해 투명성, 단순미, 불변함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하얀색은 하늘, 태양, 구름에 의해 계속 변화하는 자유로운 색으로 인식했다. 그의 건축은 고전주의적인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모더니즘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직선과 곡선 건물의 규모에 상관없이 항상 유지한 휴먼 스케일(Human Scale), 모듈과 질서, 내·외부 공간의 유기적인 결합, 빛과 공간의 유희는 어떠한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마이어는 1934년생으로 이제 70살을 훌쩍 넘겨 젊은 시절보다 작품 활동이 뜸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만큼 기하학적인 미학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건축가는 없는 것 같다.
리처드 마이어
마이어는 1934년생으로 이제 70살을 훌쩍 넘겨 젊은 시절보다 작품 활동이 뜸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만큼 기하학적인 미학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건축가는 없는 것 같다.
바르셀로나 미술관 / 드모인 아트센터 / 헤이그시 청사 / 하이뮤지엄
드모인 아트센터 아이오와의 주도인 드모인의 아트센터는 1948년 처음 엘리엘 사리넨(Eliel Saarinen)이 설계했다. 1968년 1차 증축은 198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오밍 페이(I.M.Pei), 그리고 1985년 리처드 마이어가 2차 증축에 건축가로 참여했다. 다른 세대의 3명의 월드 클래스 건축가가 크지 않은 규모의 건물을 설계한 몇 안 되는 사례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드모인 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미술관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증축을 결정했고 마이어는 약 2800㎡의 전시관과 수장고, 식당 등의 공간을 설계했다. 파빌리온의 중정과 외부 법랑패널 그리고 곡선의 도입은 리처드 마이어의 이전 작품인 하이 뮤지엄(High Museum)과 유사하지만 사리넨이 설계한 건물 원형에 최대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일부 벽면에 화강석을 사용한 점이나 이오밍 페이의 V자 형태의 지붕 모양을 거꾸로 얹혀 놓은 듯한 파빌리온 지붕의 피라미드 형태가 이채롭다.
헤이그 시청사 마이어의 다른 공공건축물과는 달리 도심에 위치한 가로 800피트, 세로 250피트의 대규모 복합 건축물로서 이 거대한 구조물은 도로축과 병행해 외벽을 형성했고 북서측 코너 부위는 원형의 도서관을 배치해 도로로 인해 예각으로 이루어진 부지의 건축물을 부드럽게 완화했다. 원경보다는 근경을 고려해 거대한 볼륨을 세분화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건물 내·외부 디자인에 엿보인다.
하이 뮤지엄 1983년 완성된 애틀랜타의 하이 뮤지엄은 리처드 마이어의 상징인 백색 타일 외관을 가장 잘 표현한 건축물 중 하나다. 내부는 커다란 아트리움을 두었으며 아트리움 한 쪽 벽체에 경사로를 두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일견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겐하임 미술관과는 달리 경사로를 전시공간으로 하지 않고 경사로 중간에 걸린 갤러리로 이동하는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다. 하이 뮤지엄은 이후 전시 공간 부족으로 확장하게 되었는데 확장을 담당한 건축가가 렌조 피아노다. 건축 철학과 성향이 다른 두 거장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조일현 한미파슨스 이사 choih@hanmipasons.com / 항공사진 = Bruce Perry 게티센터 사진 Kim Hong-Ki]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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