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FOMC 앞둔 한국증시 2중고 ‘중동리스크·인플레’

    입력 : 2026.03.16 09:00:06

  • 미국 연방준비 위원회
    미국 연방준비 위원회

    3월 금융시장은 이상한 긴장감 속에 움직이고 있다. 표면만 보면 미국 물가는 조금씩 내려오는 듯 보이고, 연준도 굳이 다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은 지금 발표된 숫자보다, 앞으로 들어올 숫자가 어떤 방향으로 틀어질지를 먼저 보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7~18일 열리는 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따지는 것은 ‘이번에 동결하느냐’가 아니라, 유가 충격 이후에도 연준이 여전히 인하를 말할 수 있느냐다.

    미국의 2월 CPI는 겉으로는 제법 얌전했다. 전년 대비 2.4%, 근원 2.5%였다. 전월 기준으로도 각각 0.3%, 0.2% 상승에 그쳤다.

    주거비 상승세는 전보다 둔해졌고, 숫자만 놓고 보면 ‘최소한 1~2개월 전보다 사정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줄 만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 숫자를 곧장 신뢰하지 않았다. 2월 CPI는 본격적인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미국 소비자 가격에 번지기 전 시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미 에너지 지수는 2월에 0.6% 올랐고, 3월 들어서는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숫자는 안정적이었지만, 해석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2월 물가는 무난했다, 그런데 시장은 왜 더 불안해졌나

    연준의 고민은 CPI보다 PCE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1월 PCE 물가는 전년 대비 2.8%, 근원 PCE는 3.1%였다. 연준 목표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더 중요한 건 이 수치가 유가 급등 이전의 물가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연준 입장에서는 “전쟁 전에도 물가가 충분히 편하지 않았는데, 전쟁 후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1월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은 향후 정책 조정 시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국제 금융여건을 함께 보겠다고 했다. 지금처럼 에너지와 환율, 지정학이 한꺼번에 흔들릴 때 가장 쉽게 사라지는 것이 바로 조기 인하 기대다.

    월가도 빠르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리포트를 통해 3월 13일 첫 인하 예상 시점을 6월에서 9월로 미뤘고, 연내 인하 횟수도 1회로 축소했다.

    같은 흐름에서 시장 참가자들도 첫 인하 기대를 늦추고 있다. 로이터는 한때 첫 인하 예상이 12월까지 밀렸다가, PCE 발표 후 다시 9월 정도로 당겨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당겨짐’조차 안심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지금 연준이 더 빨리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덜 나쁜 쪽으로 후퇴한 상태에 가깝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PCE 경로를 다시 위로 밀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결이 아니라, 동결이 길어지는 시나리오다.

    에너지 리스크가 불러온 연준의 매파 기류

    이번 변수의 중심은 역시 에너지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 우려와 중동 전쟁 확산으로 원유시장은 다시 공급 충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해협 차질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보고 2026년 4분기 브렌트와 WTI 전망을 각각 71달러, 67달러로 높였다.

    다만 그보다 더 시장을 자극한 것은 현물 가격의 속도였다. 전쟁 이후 브렌트와 WTI는 36%, 39% 이상 뛰었고, 장중 119달러를 넘기도 했다.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물류업계 부담이 커진 3월 11일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멈춰서 있다.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물류업계 부담이 커진 3월 11일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멈춰서 있다.

    IEA가 4억 배럴 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시장은 아직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유가가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정유주가 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에선 인플레 경로가 꼬이고, 유럽과 아시아에선 성장과 통화가 동시에 압박받는다는 뜻이다.

    미국 가계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미시간대의 3월 소비심리지수 예비치는 55.5로 떨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쟁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은 21% 넘게 올라 갤런당 3.63달러를 기록했고, 조사 응답자들의 개인 재정 전망은 전국적으로 7.5% 악화됐다.

    이 장면은 중요하다. 유가 상승이 생산자 가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체감 인플레와 심리를 통해 경기 둔화 우려까지 키우기 때문이다. 연준 입장에서는 가장 다루기 곤란한 조합이다. 성장 우려는 커지는데, 물가 때문에 선뜻 금리를 못 내리는 상황이다.

    “전쟁 당사국도 아닌데?” 왜 한국증시는 미국보다 더 크게 흔들리나

    이 충격이 한국에서 더 크게 보이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동시에 올해 들어 AI와 반도체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빠르게 올라 있던 시장이었다.

    즉 좋은 뉴스가 쌓일 때는 가장 빨리 오르지만, 외부 충격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차익실현이 나오는 전형적인 고베타 시장이었다.

    3월 4일 KOSPI는 하루 12.06% 급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5.8원까지 올라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었다. 같은 로이터 집계로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817.6조 원이었다.

    한 외신은 이 급등락을 “전쟁 공포와 AI 기대가 겹친 한국 시장의 구조적 진폭”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 글로벌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에 강하게 몰렸다.

    하지만 유가 급등, 달러 강세, 연준 인하 지연 우려가 한꺼번에 덮치자 그 자금은 반대로 빠르게 흔들렸다. 여기에 로이터는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시작됐고, 바클레이즈와 모건스탠리 등은 에너지 가격이 결국 이 흐름을 결정할 변수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국처럼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이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에선 이런 글로벌 리스크 오프가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시장 전망, 상단은 환율이 막고 하단은 반도체가 받친다

    그렇다고 한국 증시를 단번에 붕괴 시나리오로 보는 것은 과하다. 정책과 펀더멘털 양쪽에 완충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필요하면 100조 원이 넘는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긴급 바이백과 국채 직매입까지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일 재무장관도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 공동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는 당국이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실물경제로 번질 수 있는 금융 불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하단을 받치는 것은 여전히 수출이다. 한국은행은 2월 26일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월 수출은 29.0%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160.9% 급증해 세 달 연속 200억 달러를 넘었다. 에너지 리스크가 커진다고 해도 한국 증시 전체를 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유·방산·일부 원자재 민감 업종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생길 수 있고, 반도체는 유가보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번 FOMC 뒤에 한국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

    그래서 이번 FOMC 뒤에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파월 의장이 에너지 충격을 얼마나 일시적 변수로 보느냐다.
    둘째, 점도표와 기자회견에서 인하 개시 시점이 사실상 더 늦어졌다는 신호가 나오느냐다.
    셋째, 그 결과로 달러 강세가 다시 한 번 원화 약세를 밀어붙이느냐다.

    만약 연준이 예상보다 더 경계적인 언어를 쓰면 한국 증시는 한 차례 더 환율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파월 의장이 아직 물가 경로를 단정하기 어렵고,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긴다면 시장은 안도 랠리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

    결국 3월 16일 현재의 결론은 단순하다. 미국의 물가 숫자는 아직 괜찮아 보이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걱정은 한국에서 환율과 증시 변동성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FOMC는 금리 결정 회의이면서 동시에, 유가와 인플레와 한국시장이 한 줄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번 회의는 미국 뉴스가 아니다. 바로 서울 시장의 다음 방향을 가를 해외 변수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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