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 “호텔은 소유가 아닌 삶을 구독하는 공간”

    입력 : 2026.02.19 18:01:00

  • “집처럼 편안하면서, 업무도 볼 수 있는 호텔이 없을까?”

    김정은 대표가 글로카로카를 창업한 건 잦은 출장 때문이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 부동산 PM(Property Management)으로 일하며 전국 각지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낯선 지역에서 숙소를 잡고 미팅 장소를 물색하는 게 번거로웠다. 이 경험은 공유오피스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2012년, 국내에 공유오피스나 부동산 공유경제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호텔링 오피스’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2020년 호텔처럼 편안하게 숙박하면서 업무도 할 수 있는 ‘글로카로카’를 창업하고, 현재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19층, 20층에 광화문 5호점까지 확장했다. 글로카로카는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외국인들이 현지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실제 광화문 글로카로카의 공유 주방엔 종류별로 한국 라면을 구비해놓고 배달음식도 먹을 수 있게 해뒀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여행오는 가족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다이닝에 모여 함께 라면을 먹거나, 한국 문화를 공유할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호텔의 매력은 위치, 시설 등 하드웨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재미와 경험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결정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
    ▶She is
    호텔 밸류애드 전문가.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석·박사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교 서비스디자인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호텔 공실을 활용한 공유 주거 및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글로카로카’의 대표로, 커뮤니티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카로카 광화문점 20층 커뮤니티공간
    글로카로카 광화문점 20층 커뮤니티공간

    Q 글로카로카의 ‘호텔형 오피스’와 기존 공유 오피스의 차별점은 뭔가요.

    A 기존 공유 오피스가 ‘자유로운 독서실’ 느낌의 하드웨어 제공에 그쳤다면, 글로카로카는 주거, 사무, 호텔링 서비스가 완전히 통합된 모델입니다. 집과 같은 편안한 공간, 전문적인 호텔 서비스, 고객의 필요에 맞춘 유연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Q 창업 초창기와 현재, 고객군이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A 초기에는 출장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자유롭게 업무 공간을 옮길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직원 레지던스로 글로카로카의 공간을 사용하거나, 가족 단위 장기 투숙객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촬영공간을 찾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텔에 묵으며 공유 다이닝에서 한국 음식 소개 라이브방송을 하는 식입니다.

    Q 비즈니스 공간으로 글로카로카를 선택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A 최근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원룸이나 오피스텔 대신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주근접형 복지’를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되는 삶’을 제공함으로써 업무에 집중할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출장 때문에 머무는 경우에도 비즈니스 미팅을 호텔 내부에서 해결함으로써 이동 시간을 아끼고 피로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Q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강조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서비스와 공간을 설계하셨나요.

    A 공간을 설계하기 이전에, 어떤 서비스를 운영할 것인지 먼저 계획하고 그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고객마다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요구사항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카로카에선 정형화된 호텔 조식이 아닌 공유 주방을 열어뒀습니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음식도 해 먹고, 다양한 한국 라면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또 고객들이 가장 만족하는 서비스는 ‘세탁’입니다. 단순히 빨래를 해주는 것을 넘어 속옷까지다 빨아서 개어 문 앞에 두는 수준의 밀착 케어를 제공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전체 입주자에게 깜짝 선물 증정, 문화 교류 모임 등을 운영하며 커뮤니티 호텔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Q 글로카로카와 같은 호텔링 오피스의 성장잠재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A 공간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를 얹는 모델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저평가된 부동산 자산을 가치 있게 바꾸는 솔루션으로서 시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Q 글로카로카처럼 운영하려면 컨시어지 서비스 대중화와 전문가 양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돌봄 노동과 섬세한 감정 노동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글로카로카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이나 재취업을 원하는 시니어, 고학력 청년층이 ‘컨시어지 서비스 매니저’라는 전문 직군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합니다.

    [박수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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