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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제품보다 라이프스타일에 주목 ― 브랜드 철학 공유하는 멤버십 라운지
입력 : 2026.02.19 15: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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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브랜드를 찾는 VIP고객들은 물건을 사려고 매장에 들르는 게 아닙니다. 원하는 브랜드와 내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차이를 경험하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위해 매장에 들어서죠.”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한 명품 매장의 쇼룸 매니저가 전한 고객의 특성이다. 대중적인 럭셔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자산가들은 단순히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의미다. 그런 이유로 브랜드 쇼룸과 플래그십스토어가 제품을 진열하고 파는 장소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멤버십 라운지는 더 이상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의 취향이 우선이다. 가구부터 공간을 감싸는 향기, 심지어 눈의 피로도를 고려한 조명 제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고객 한 사람을 위해 조율된다. 어쩌면 공간은 지갑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 오너를 위한 공간, 제네시스 라운지
서울신라호텔 5층에 자리한 제네시스 라운지 명품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건이 있다. 장인정신, 헤리티지, 가치, 희소성, 독창성 등, 그런데 최근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건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VIP마케팅’이다.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서울 신라호텔 5층에 운영 중인 ‘제네시스 라운지’는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G90 롱휠베이스, G90 블랙, G90 롱 휠베이스 블랙)의 오너만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국내에선 단 2500여 명만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 5층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호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자랑할 만도 한데 그 흔한 안내문이나 화려한 간판 대신 음각으로 ‘GENESIS LOUNGE’라 표기된 게 전부다. 현대차가 신라호텔에 임대한 공간은 80여 평(264㎡). 입구부터 마치 럭셔리한 아지트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라운지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 오픈 다이닝 홀, 사운드 룸,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나뉘어 있다.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소장이 주도한 내부는 한국 고유의 건축 개념인 ‘터’에 착안한 여백과 열린 공간의 미학에 초점을 맞췄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인 ‘한국의 미(美)’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라운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위스키 바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득한 선반 위로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에 앉아 고개를 들면 마주치는 풍경이다. 이곳에선 한국 전통차를 비롯해 45종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샴페인, 와인 등이 마련돼 있다. 직접 위스키를 가져가 즐길 수도 있는데, 콜키지는 무료다.
사운드 룸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이름 높은 유국일 명장의 사운드 시스템이 채우고 있다. 커다란 창으로 남산과 영빈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운드 룸에선 엄선된 플레이리스트를 최상의 음질로 감상하며 도심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문정균 제네시스공간실험실 실장은 “독립된 공간에 앉아 고성능 금속 스피커가 뿜어내는 클래식 음악을 원음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며 “차가 달릴 때 나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차 타는 즐거움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제네시스의 실내 공간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보유하고 있는 음원만 20여 만곡에 이른다. 하이라이트는 프라이빗 다이닝룸. 이곳엔 설희경 작가가 한국 전통 조각보의 문양과 색감을 모티브로 제작한 테이블이 자리했다. 제네시스 라운지 회원이 지인을 초대해 최고급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신라호텔 한식 레스토랑 라연 출신의 강승목 셰프가 내는 코스요리는 제철 식자재와 조리법을 활용해 담백하고 은은하게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린다. 제네시스 라운지 관계자가 전한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10여 명. 두 달 단위로 예약할 수 있는데, 잠깐 들러 차 한잔 즐기는 건 예약 없이도 가능하다. 차와 다과는 무료, 한식 코스요리는 15만원이다.
전 세계 부유층이 선택한 공간디자인, 시치스
시치스 서울 지하1층 바(Bar) ‘시치스(SICIS)’는 모자이크 예술의 수도라 불리는 이탈리아 라벤나 지역에서 탄생한 공간 브랜드다. 도대체 공간 브랜드가 뭔가 싶은데, 쉽게 말해 텅 빈 방에 조명, 의자, 소파, 침대, 패브릭, 벽 장식, 바닥, 오브제 등 IT기기를 제외한 전 제품을 오직 고객의 주문대로 제작해 채우고 배치한다. 물론 단 하나의 품목도 허술하거나 서툰 게 없다. 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로 원 앤 온리(One&Only) 솔루션을 구현한다. 모든 제품의 제작은 라벤나의 대형 공방에서 60여 명의 장인들이 100% 수공예로 진행된다. 모자이크 타일부터 가구, 조명까지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전 세계 어느 곳의 프로젝트도 동일한 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시치스에서 일하는 장인들은 모두 국립예술학교 내 모자이크학과에서 최소 5년 이상 수련을 거쳐 학위와 자격을 취득한 인원들이다. 그들이 작업하는 각각의 테세라(Tesserae·모자이크 조각)는 크기가 채 1㎜도 되지 않지만 이 테세라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은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요트의 내부나 두바이 7성급 호텔을 장식한다. 시치스는 지난해 12월 서울 도산대로에 쇼룸을 열고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프리뷰 행사에 참석한 엔리코 몬티 시치스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다면 그것은 럭셔리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럭셔리는 그것을 원하는 개인만을 위한 것일 때 럭셔리라 불릴수 있다”고 브랜드의 원앤온리 철학을 소개했다. 시치스 관계자는 “쇼룸 입구와 연결되는 1층은 시치스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을 위한 응접실(로비)의 기능으로, 실제 시치스가 구현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리빙 공간 등 ‘편안한 럭셔리’ 콘셉트로 꾸몄다면, 지하 1층은 럭셔리한 소비를 이끌 수 있는 화려한 바(Bar) 중심의 공간으로 구상했다”며 “럭셔리라는 단어의 본질에 집중하며, 공간들을 구현한 것이 시치스 서울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번개치는 정원’ 설치전경 ©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명품 브랜드의 메종은 직역하면 ‘브랜드의 집’이다. 이 개념을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정착시킨 브랜드 중 하나는 ‘에르메스’다. 2006년 11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에 둥지를 튼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에르메스의 전 세계 4번째 메종이다. 직접 생산한 가구와 집기 등을 활용해 집처럼 아늑하게 꾸민 공간은 현재 판매 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4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리노베이션이 진행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지하 1층에 현대미술을 위한 전시 공간인 ‘아뜰리에 에르메스’와 ‘카페마당’, 1층부터 3층까진 에르메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설계는 전 세계의 에르메스 메종을 디자인한 고(故) 르나 뒤마가 진행했다. 에르메스 가문의 5대손인 고(故) 장-루이 뒤마 회장의 부인이자 건축가였던 그는 메종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당 국가와 도시, 거리를 연구했다고 전해진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역시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 설치전경 ©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사각형의 부지에 자리한 건물은 큐브를 닮았다. 그 안에 여백의 공간을 만들고 주변에 매장과 전시실, 접대 공간, 사무실 등의 공간을 배치했다. 건물의 중앙에는 지하 카페에서부터 건물 높이를 넘어 하늘까지 아트리움이 길게 뻗어 있다. 외관은 유리 외벽으로 마무리됐다. 빛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하루 종일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데, 유리벽에 실크스크린된 황금빛의 줄무늬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동선은 매장을 찾은 후 지하 카페에서 에르메스 식기에 담긴 음식과 음료를 즐긴 후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소개하는 작가 전시회로 이어진다. 메종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현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선 3월 8일까지 스페인 바로셀로나 출신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첫 한국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 체험, 미식의 세계를 아우르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지난해 11월, 루이 비통이 서울 중구 신세계 더 리저브에 공개한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 여기에 맛과 멋까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려 6개 층에 걸쳐 자리했다. 1~3층은 매장, 4~5층은 루이 비통의 역사를 테마별로 엮은 문화 체험형 공간과 기프트숍, 카페, 6층은 레스토랑으로 구성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부아뜨 샤포(모자박스)’로 둘러싸인 터널형 공간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곳부터 외부와는 전혀 다른 루이 비통만의 분위기가 펼쳐진다. 특히 4~5층의 문화 체험형 공간은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세밀하게 배치됐다. 워치, 공방, 테스트 룸으로 나열돼 있는데, 마크 제이콥스, 킴 존스, 버질 아블로의 협업 디자인부터 니콜라 제스키에르, 퍼렐 윌리엄스의 창작물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전시하고 있다. 6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비통’은 미국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가 솜씨를 발휘한다. 한국 출신 셰프의 첫 루이 비통 레스토랑이다. 코스는 부드러운 계란찜과 함께 제공되는 간장 게장부터 한국식 겨자와 고추장으로 풍미를 더한 랍스터, 비트와 갈비소스를 곁들인 한우 안심, 장인의 손길로 만든 쌀 아이스크림과 감귤 소르베 위에 은은한 막걸리 폼을 올린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구성이다. 4층 한쪽의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선 지난해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막심 프레데릭이 총괄한 페이스트리와 티타임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 스타일의 고구마 페튤라는 구운 베니하루카 고구마에 피칸 크런치를 더해 새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