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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자의 취향, 하이엔드 공간의 진화―지극히 개인적인 VIP 살롱
입력 : 2026.02.19 09: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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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더 이상 명품이 아닐 때 진짜 부자들은 어떤 걸 원할까요.”
이 당돌한 질문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 매니저로 10여 년간 VIP 마케팅을 담당해 온 질문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명품 시장은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어요. 명품 소비는 늘었지만 동시에 대중화라는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품 브랜드가 n차 가격 인상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오픈런은 늘었지요. 차별화에 대한 욕구가 대중으로 확산된 거예요. 이제 백화점 명품매장에 진열된 가방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어요.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로고가 됐습니다. 진짜 VIP들은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아요. 그분들이 원하는 건 접근이 제한된 경험, 초대장 없이는 입장할 수 없는 공간, 예약이 쉽지 않은 서비스, 바로 그 안에서만 공개되는 라인업과 컬렉션이죠. 지극히 개인적인 VIP살롱이라고나 할까요.”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이렇게 답했다.
“VIP 고객들이 가장 감동하는 순간은 주문한 차에 오를 때가 아니에요. 그 차가 있는 특별한 공간,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에서 내가 특별하다고 느낄 때죠. 브랜드는 차를 파는 게 아니라 바로 그 감정을 파는 겁니다.”
과거 명품이나 하이엔드 브랜드의 전략은 명확했다. 화려하고 눈부신 조명, 쇼윈도 앞을 지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스플레이….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철저히 관리하고 분리한다. 제품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공간이 그대로 럭셔리가 됐고, 알음알음 입소문을 낳았다. 이렇게 형성된 그들만의 커뮤니티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로 이어지며 새로운 고객군을 이끄는 선순환 효과도 낳았다. 브랜드는 VIP에게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그들과 시간을 공유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공간은 판매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집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상업적인 공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초고가 주거 단지는 단순히 비싼 집이 아니라 폐쇄적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입주민만을 위한 프라이빗 라운지, 미쉐린 셰프가 상주하는 레스토랑, 개인 맞춤형 스파까지 갖춘 수직 도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부자들은 선호하는 공간은 어떤 형태일까. 국내 대표적인 VIP살롱을 소개한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