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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中 제조업 업그레이드, 값싼 인건비+대량생산은 ‘옛말’
입력 : 2026.02.05 15: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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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 접목해 산업 경쟁력 재편
중국의 ‘AI 굴기’를 보여줬던 딥시크. <사진 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의 반격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 전반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값싼 인건비와 대량생산에 기반한 ‘세계의 공장’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AI 기술을 제조 현장에 직접 결합하는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니라, 기술을 산업 시스템 안에 얼마나 빠르고 넓게 깔 수 있는지가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AI를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 경쟁보다, 공장·물류·설비·로봇·에너지 관리 등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대량으로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전략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산업군에서 특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딥시크는 고가의 최첨단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경쟁력 있는 성능을 구현한 AI 모델을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용 효율성과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설계는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확산 속도가 미국·유럽보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더 빠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딥시크 쇼크’ 발생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딥시크는 글로벌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저비용·오픈소스 모델과 정부 지원을 앞세운 중국 AI가 미국 AI를 추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AI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AI가 미국·유럽 등 서구권을 제외한 시장에서 이미 미국 AI를 넘어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간한 ‘AI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는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딥시크 사용량은 다른 지역 대비 2~4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됐다.
중국 AI, 美·유럽 제외한 시장선 압도적국가별로 보면 딥시크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89%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에서도 강세가 뚜렷하다. 러시아(43%), 벨라루스(56%), 이란(23%)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딥시크는 에티오피아 AI 시장의 18%, 짐바브웨의 17%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딥시크의 확산 배경은 무료 제공 전략이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AI 기업들은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개인 구독이나 기업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이 같은 유료 구독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 딥시크의 확산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 AI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국은 AI를 프리미엄 기술 경쟁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보급과 침투가 가능한 산업 도구로 정의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 물류 최적화, 설비 유지보수, 에너지 효율 관리 등에서 ‘충분히 좋은’ AI를 널리 사용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 내 방대한 산업 데이터와 내수 시장을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웨이의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화웨이는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라인업을 축으로 데이터센터용 가속기뿐 아니라 통신 장비, 산업 자동화, 자율주행 플랫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핵심은 칩 하나만 내놓는 게 아니라 칩·소프트웨어 스택·클라우드·산업용 모델·레퍼런스 하드웨어를 하나의 묶음으로 내놓는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에도 어센드 계열을 중심으로 중국 내 AI 연산 인프라를 확장해 왔다. 2026년에는 어센드 910C 생산을 크게 늘리는 계획이 거론된다.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업계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6년에 신규칩 약 60만 개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수량 확대’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 뿐 아니라, 산업 현장(제조·에너지·물류 등)에 AI 연산을 깔아야 하는 화웨이의 사업 구조와 맞물린다는 분석이 많다. 클라우드와 산업용 모델은 이 패키지의 확산을 주도한다. 화웨이는 자사 클라우드에서 판구(Pangu) 계열 모델을 산업별로 특화해 공급하고 철강·비철·에너지 등 공정 산업에 적용 사례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제재 이후에도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인프라를 묶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차량개발 단계부터 자율주행 내재화
바이두 아폴로 로보택시. <사진 연합뉴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의 움직임은 빠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를 비롯해 화웨이의 자율주행 솔루션, 샤오미와 BYD 등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내재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연구·시범 단계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차량과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하는 방식이 공통적이다. 바이두는 로보택시를 중심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화웨이는 센서·연산·운영체제·알고리즘을 묶은 통합 스택을 완성차에 직접 탑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샤오미와 BYD는 외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차량 개발 단계에서부터 결합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역할도 크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등 주요 도시는 자율주행 테스트 구역을 확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운전자 없는 운행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전용 차로, 교차로 인프라, 통신 설비를 함께 구축해 상용화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도로 환경과 교통 밀도, 기후 조건에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자율주행 경쟁력이 알고리즘 자체보다 실제 주행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에서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운영과 차량 판매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로 다시 환류된다. 주행 보조 기능의 사용 빈도, 개입 시점, 도로 상황별 반응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학습에 반영되면서 업데이트 주기가 짧아진다. 자율주행 기술이 단발성 시연을 넘어, 대규모 운영 데이터에 기반한 ‘현장형 기술’로 자리잡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은 자율주행을 옵션이 아닌 차량 기본 기능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제조업 반격의 또 다른 축은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보급 속도에서 이미 세계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 전자, 배터리, 금속 가공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서 로봇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신규 공장뿐 아니라 기존 생산라인의 자동화 전환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자동화 투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CES 2026에서 중국 기업 하이센스 부스에서 ‘하이 로봇’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AI 기반 비전 시스템과 결합된 로봇의 활용이 늘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용접 품질 검사, 조립 정밀도 확인, 외관 결함 탐지 등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생산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불량률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업계에서는 일부 공정에서 인력 투입 대비 생산성 개선 효과가 두 자릿수 비율로 나타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로봇과 설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핵심 자산으로 작동한다. 설비 가동률, 고장 징후, 에너지 사용량, 공정별 편차 데이터가 실시간 수집되고, 이는 다시 AI 모델 학습과 공정 최적화로 이어진다. 예지 보전과 공정 자동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생산 중단 위험을 줄이고 원가 구조를 안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현장에 특화된 모델이 만들어지고, 모델이 개선될수록 데이터 품질이 높아지는 학습 루프가 형성된다.
구조의 강점은 규모의 경제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과 밀집된 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동일한 자동화·로보틱스 솔루션을 여러 공장에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한 공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이 다른 지역과 산업으로 전파되며, 적용 비용은 낮아지고 학습 속도는 빨라진다. 지방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금융 지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는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동·생산·물류 전반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AI 학습으로 이어지고, 학습된 모델이 다시 현장에 적용되는 구조다. 중국 제조업의 반격은 이처럼 AI를 산업 전반에 깊게 깔아 운용하는 실행 속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소버린 AI’ 전략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정부 기관, 국영기업과 협력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기술 경쟁이 외교·안보 영역과 맞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AI 모델과 시스템을 채택하느냐가 단순한 기술 선택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운영 권한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의 반도체 정책 변화도 주목된다. 올해 1월, 미국 백악관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판매대금의 25%를 미국 정부가 환수하고,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고성능 반도체가 미국으로 유입될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건을 달았다. 기술 차단 일변도의 정책에서 거래와 관리로 방향이 조정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좁은 마당, 높은 담장’으로 요약되던 대중 기술 통제 기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은 보다 거래 중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완전 차단 보다는 통제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가 안보 자산인 동시에 수익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환경이 중국 제조업의 현장형 AI 확산을 가속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중국은 확보한 연산 자원을 연구실이 아닌 공장, 물류, 로봇 시스템에 투입하며 생산성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산업 경쟁력을 축적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韓 기업 경쟁 부담도 커져한국 기업들에 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밸류체인, 배터리 소재·셀, 제조 장비,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등 한국이 강점을 가졌던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직접 경쟁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은 가격, 한국은 기술’이라는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나 가격 경쟁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정 혁신, 품질 신뢰성, 글로벌 규제·인증 대응 능력, 그리고 AI를 산업 운영 체계에 통합하는 역량이 새로운 경쟁 포인트로 거론된다. 중국이 패키지를 공급한다면, 한국은 그 위에서 고신뢰·고부가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제조업의 반격은 단순한 저가 공세의 재현이 아니다. AI와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를 결합해 산업 현장에 깊게 스며드는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경쟁의 무대는 연구실이 아니라 공장이 되고 있으며, 그 공장에서의 실행 속도가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추동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