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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다시 보는 덴마크 노동 개혁
입력 : 2026.01.26 15: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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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노동시장 만들고
사회 구성원 신뢰, 합의로
복지와 고용 두마리 토끼 잡아
우리는 언제까지 정쟁만 할건가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새해 들어 회자 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북유럽의 소국 덴마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베나수엘라 마두로를 체포한 뒤 다음 타깃으로 그린란드를 지목했다. 17세기 덴마크로 편입된 자치령 영토다. NATO 회원국인 덴마크를 대상으로 어떤 무리수를 둘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덴마크는 오는 6월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상대로 유력한 나라다. 본선 조편성 결과 홍명보호는 유럽 플레이오프 D조 1위 국가와 첫 경기를 치른다. 덴마크는 D조 4개국 중 FIFA 랭킹이 21위로 가장 높다. (참고로 한국은 22위)
진작부터 덴마크는 한국의 정관계, 재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고용 유연성(flexibility)과 사회적 안전망(security)을 결합한 ‘플렉시큐리티’ 모델 때문이다. 덴마크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 언제든지 해고와 재취업이 가능한 노동시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말은 쉽지,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와 합의, 그리고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는 장기적인 로드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덴마크는 현재 소득세율이 55%, 소비세율(부가세)은 25%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세는 22%로 OCED 회원국의 평균을 밑돈다. 개인에게 많은 세금을 징수하는 대신에 고품질 의료와 무상 교육, 해고 당해도 재취업이 가능한 직업 훈련 체제를 운영한다. 그래서 “세금은 착취가 아니다”라고 정부를 믿는 국민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매년 50만 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고, 전체 근로 인구의 25%가 일자리를 바꾼다. 반면에 기업 세금은 최대한 줄여 다국적 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투자와 고용, 유연근무를 촉진하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했다. 유럽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 비만치료제(위고비)로 유명한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풍력터빈 세계 1위인 베스타스, 오랜 전통의 장난감 회사 레고와 같은 강소 기업들이 변변한 자원도 없는 낙농국가 덴마크를 고부가 산업국가로 변모시켰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고 권력층의 부패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보다 2배 더 많은 7만 3000달러(지난해 기준)로 국민들이 불만을 가지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우리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덴마크 모델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화두만 꺼내고 연구만 할 뿐 진전은 없다. 입법 기관인 국회는 정쟁으로 날을 새우고 관료 사회도 정치권 눈치만 본다. 경사노위와 민노총이 공식석상에서 만났지만 주52시간 예외적용이 먼저냐, 65세 정년 연장이 먼저냐를 놓고 샅바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냥 ‘쉬고 있는’ 2030 세대는 무려 70만 명을 웃돈다.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더 줄일 수 있다. AI가 산업 지도와 고용 패턴, 생활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북유럽의 복지와 자본주의 체제를 혼합한 덴마크 모델은 1899년 노사간의 ‘9월 합의’로 시작해 1994년 고용보호법 제정까지 오랜 산고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덴마크는 인구 600만 명 소국이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우리도 지금 당장은 괜찮지 않냐고? 모든 걸 그렇게 치부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