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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for CEO] “체한 줄 알았다”가 진짜 큰일날뻔…겨울 심근경색 경고
입력 : 2026.01.21 1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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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가 뺨을 베는 날, 몸은 본능적으로 ‘안으로’ 움츠러든다. 목도리를 감고, 어깨를 웅크리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겨울이 무서운 이유는 체감온도만이 아니다. 추운 환경에서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기 쉬워 심장이 더 세게, 더 바쁘게 일하게 된다. 평소엔 버티던 작은 무리가 겨울에는 ‘누적 스트레스’로 바뀐다. 여기에 연말연시 특유의 식습관 변화도 겹친다.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잦은 야식은 혈관에 부담을 더하고, 날씨가 궂을수록 운동량은 줄어 체중과 혈압이 슬그머니 올라간다. “겨울엔 움직이기 싫어지는 게 정상”이라며 웃어넘기기 쉽지만, 심장 입장에선 그 정상들이 모여 비상사태가 된다. 감기나 독감 같은 감염도 겨울 심장에 불을 붙이는 성냥개비 역할을 한다. 몸에 염증 반응이 커지면 혈관 안쪽 환경이 거칠어지고, 원래 있던 동맥경화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겨울은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은 끈적해지고, 생활은 느슨해지고, 감염은 늘어나는’ 계절이다. 심근경색이 늘기 쉬운 조건이 한꺼번에 깔리는 셈이다.
30분 이상 가슴통증 전조증상일까?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병이다. 중요한 건 “아픈데 참으면 낫겠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질환에서 시간은 감정이 아니라 예후다.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20~3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 통증이다. 환자들은 “가슴을 누가 꽉 쥐는 느낌” “무거운 돌이 올라간 느낌” “타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한다. 특히 통증이 왼쪽 어깨나 팔, 목, 턱, 등으로 퍼지면 ‘단순한 근육통’일 가능성은 작아지고, 심장 쪽 경고음일 가능성이 커진다. 식은땀이 나거나, 메스껍거나, 숨이 차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느낌이 동반되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포인트가 있다. “가슴이 콕콕 찌르는 통증”만 심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심근경색 통증은 ‘찌르는’ 것보다 ‘조이고 누르는’ 쪽에 가깝고, 무엇보다 지속시간이 중요하다. 또 여성·고령·당뇨 환자에게선 흉통이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속이 더부룩하고 체한 느낌,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 갑자기 숨이 차는 느낌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가슴만’ 보지 말고 ‘시간과 동반증상’을 같이 봐야 한다. 통증이 30분 이상 이어지고, 식은땀·호흡곤란·구역감이 함께 온다면, 그건 몸이 보내는 “지금이 마지막 알림”일 수 있다.
심근경색 골든타임 얼마나?심근경색이 의심되면 결론은 단순하다. 최대한 빨리, 심혈관 중재술이 가능한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빨리’를 가장 현실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119다. 자가운전은 위험하다. 운전 중 증상이 악화하거나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 있고, “다 왔는데…”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말이 되는 경우가 심장 사건에서 자주 나온다. 반면 119를 부르면 이동 자체가 빨라질 뿐 아니라, 현장에서 상태를 평가받고 병원에 사전 연락이 이뤄지는 등 치료 준비가 앞당겨질 수 있다. 심근경색은 병원 도착이 끝이 아니라,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 심장에 피를 돌리는 순간이 진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는 보통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로 심근경색 여부를 빠르게 확인한다. 진단되면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고 스텐트를 넣어 혈류를 회복시키는 관상동맥 중재술이 시행된다. 심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 상태이거나 심정지로 이송되었으면 인공호흡, 약물치료뿐 아니라 기계 순환 보조 장치를 활용해 심장과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받쳐가며 치료하기도 한다. 정소담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심장혈관에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심근경색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가슴 통증과 숨찬 증상이 20~30분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119를 통해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대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면 전조증상을 알고 골든타임 안에 들어오면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겨울철 심장 사건에서 가장 큰 적은 ‘통증’이 아니라 ‘미루는 습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혈압·콜레스테롤 관리부터 독감 예방까지 챙기는 법예방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기본을 ‘겨울 버전’으로 다시 맞추는 일이다. 첫째는 숫자 관리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끊지 말고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겨울에는 혈압이 더 쉽게 오를 수 있어 “여름엔 괜찮았는데?”라는 방심은 금물이다. 둘째는 생활 습관이다. 금연은 선택이 아니라 심혈관 안전장치에 가깝고, 절주와 적정 체중 유지는 혈관의 부담을 직접 줄인다. 식사는 간단하다. 짜고 기름진 음식의 빈도를 줄이고 채소·과일·생선 위주의 균형을 늘리면 된다.
셋째는 운동인데, 여기서 겨울의 함정이 나온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한파·폭설·새벽 시간대에 갑자기 격하게 뛰는 건 심장에 “워밍업 없는 스프린트”를 시키는 셈이다. 넷째는 감염 관리다. 독감이나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은 단순히 열과 기침에서 끝나지 않고 전신 염증을 키워 심혈관 위험을 건드릴 수 있다.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예방접종과 손 위생, 실내 환기 같은 기본 수칙이 심근경색 예방의 일부가 된다. 정 교수도 “위험요인이 있다면 검진과 생활 습관 점검을 통해 심근경색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