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 | Elder Shift] 소비시장 주도하는 뉴노멀 시니어

    입력 : 2026.01.05 17: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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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대한민국은 인류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속도로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의 문턱을 넘어섰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단 8년. 일본(10년), 캐나다(14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2025년 9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1051만 명으로 20.3%를 차지하고 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인 셈이다. 2050년에는 고령인구가 전체의 4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50년 안에 시니어 세대가 사회 구성원의 절반인 주류가 된다는 의미다.

    과거의 시니어 세대가 돌봄의 대상이었다면 현재의 시니어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풍족해진 경제적 자산과 늘어난 기대수명을 바탕으로 사회 활동, 여가, 소비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 시니어’로 불리며 경제, 문화 분야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 시니어다.

    AI 활용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2026년을 살고 있는 시니어들은 과거의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디지털 도구와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며, 은퇴 후에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최근 발표된 ‘2025 우리금융 트렌드 보고서’(전국 만 20~69세 1만 명 대상)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AI 서비스 이용 의향이 무려 84.8%에 달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생성형 AI로 여행 계획과 투자 정보를 분석하는 디지털 시니어의 등장이다. 은퇴 이후에도 활발하게 사회·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액티브 시니어’란 신조어의 등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얼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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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우리금융 트렌드 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시니어 세대의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합한 총 자산 규모는 평균 7억 8000만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보유 부채는 평균 5272만원으로 청년 후기(30대)보다 낮아 총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역시 약 7억 3000만원으로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시니어의 총 자산은 청년 초기(20대)의 5.4배에 달했고, 이 중 금융자산은 2.8배, 부동산은 7배나 많아 자산 축적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시니어 세대의 부동산 보유율은 85.9%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특히 고자산 가구의 99.1%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저자산 가구의 부동산 보유율(65.4%)도 청년 후기 세대 전체 평균(52.8%) 보다 높았다. 급여나 사업 소득을 제외하고 시니어의 자산 형성에 가장 기여한 항목으로 부동산을 꼽은 경우(21.9%)가 가장 많았고, 해당 응답 비율은 고자산 가구(35.9%)가 저자산 가구(9.8%)에 비해 4배 가량 높았다.

    ▶ 새롭게 노령사회로 진입한 ‘마처세대’
    ‘마처세대’의 노령사회 진입도 2026년의 새로운 화두 중 하나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1960년 대에 태어난 마처세대는 2026년부터 차례로 65세 이상이 된다. 이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임박한 나이지만 현재 부모나 자녀 중 한쪽, 혹은 양쪽을 모두 부양하고 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60년대생 성인 남녀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생의 44%가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고, 액수는 월평균 73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84%가 평균 2.0명의 자녀를 두었고, 43%는 자녀에게 월 88만원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었다. 15%는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부양하는 상황이며, 돌봄 비용으로 월평균 약 164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책임에 대해선 ‘본인’이란 답이 89%로 집계돼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임을 보여줬다.

    노후에 믿을 건 현금 흐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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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시니어에게 경제활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존재감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2025 우리금융 트렌드 보고서에도 이러한 경향이 여실하다. 전체 시니어 가구 중 4분의 3이 비은퇴가구로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특히 60대 중후반에서도 절반이 넘는 59.2%가 여전히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니어의 직업 유형을 살펴보면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자영업자의 비중은 늘어 퇴직 이후 자영업을 선택한 비중이 높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경제활동에 나선 시니어 중 과반(52.1%)은 본업에서 퇴직한 후 재취업해 일하고 있고, 37.2%는 아직 퇴직 이전이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니어 세대가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시점은 ‘70대’를 꼽은 이들이 많았다. 80대까지 경제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응답도 6.6%나 됐다. 퇴직 이후 일할 의향이 없는 경우에는 비교적 은퇴 예상 시기가 빨랐다.

    그럼 시니어 세대는 어떻게 노후와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시니어(82.2%)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외에 노후 대비 자산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정년에 가까워진 50대 이후에 노후 대비 저축을 시작했다는 응답(51.9%)이 과반이었고, 20대 이전부터 미리 준비한 경우는 5.4%에 불과했다. 한편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에 따라 노후 대비 저축을 시작하는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미혼의 시니어는 노후 대비 저축을 하고 있는 경우가 66%에 불과해 결혼 경험이 있는 시니어(80% 이상)에 비해 다소 소홀했다. 자녀가 있는 시니어 가구 중 20~30대에 노후 대비를 시작한 경우는 21.3%로 미혼 및 무자녀 가구(27.1%)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과반(53.0%)은 50대 이후에 노후 대비 저축을 시작했다. 자녀 양육으로 인한 지출부담이 노후 대비 저축을 늦추는 주요 요인이란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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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준비의 핵심은 첫째도 현금흐름, 둘째도 현금흐름, 셋째도 현금흐름입니다.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게 하세요.”

    2025년 11월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2025 서울머니쇼 플러스(+)’ 현장에서 회자된 노후 준비의 핵심 코멘트다. 연금·노후 설계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장기 연금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연에 나선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S&P500, 나스닥100지수, 배당 상장지수펀드(ETF) 등 우량 종목을 선별해 20년 투자하고 잊어버리면 성공적인 연금 투자”라고 콕 짚어 말했다. 좋은 자산군에 장기 투자하면 자연스레 수익률이 올라가고 배당소득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성공적인 노후설계를 위해선 자산을 가만히 손에 쥐고 있기보다 현금흐름 중심으로 돈의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퇴직 후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기보다 이를 주택연금으로 전환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흔히 ‘주식으로 임대사업을 하라’고 자주 얘기한다”며 “근로소득에 더해 배당소득, 임대료, 연금 등으로 현금흐름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배당 ETF의 배당수익률이 3~4% 정도인데, 배당도 매년 성장한다”며 “나중에 보면 배당수익률이 10%, 20%로 넘어간다”고 전했다. 구독자 약 42만명을 보유한 연금 채널 ‘연금박사’를 운영하는 이영주 대표는 “주식이 100m 달리기라면, 연금은 마라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 없게 된 상황에 체계적인 연금 투자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건강을 관리하려면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청년 때부터 연금 공부로 노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매월 400만~500만원의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공적 연금에 그치지 않고 사적 연금을 더해 4~5층의 안정적인 연금 탑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국민연금 100만~150만원, 퇴직연금 100만원, 개인연금 100만원 등 알찬 포트폴리오를 짜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핵심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연금보험 등으로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 연금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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