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 | Super Cycle of Semi-condu] 반도체 산업 대전환기, 위험 vs 기회

    입력 : 2026.01.05 16:28:27

  • 2025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CPU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 공정 과정 설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5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CPU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 공정 과정 설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12월 18일 마이크론의 2025년 3분기 매출액은 136억 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전 분기 대비 21% 급증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134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시장이 더욱 주목한 것은 향후 전망(가이던스)이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액 전망치로 183억~191억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블룸버그 컨센서스(약 144억달러)를 30% 가까이 상회하는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확인됐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가운데 AI 주도주들의 실적 호조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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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인공지능(AI) 투자 폭증이 메모리 시장 판도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된 생산 공정은 범용 D램·낸드의 공급 여력을 빠르게 줄였고 AI 서버 확산은 다시 이들 범용 제품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공정 전환과 수요 급증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물량은 사실상 ‘완판’에 들어갔다. AI가 촉발한 이번 구조적 초호황은 과거의 단기 사이클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5년 가을 전망’을 통해 새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2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1조달러(약 1470조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30년에 1조달러 규모를 돌파할 것이라는 애초 전망을 4년 앞당긴 것이다. WSTS는 2025년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22% 성장한 7720억달러(약 1134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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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전 세계 AI 인프라 확대는 메모리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HBM에서 범용 메모리로 이어지는 연쇄적 품귀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추론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기존 서버 대비 수십 배의 연산·대역폭을 요구한다. 이에 엔비디아·AMD 등 주요 가속기 업체의 시스템 설계는 HBM3E와 차세대 HBM4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일부 클라우드 기업들은 차세대 서버 아키텍처를 새롭게 재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메모리 수요의 확대 방향성을 장기적으로 고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수요는 범용 메모리 전반으로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AI 서버는 HBM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대용량 D램과 SSD 기반 낸드플래시는 안정적 학습·추론 운영에 필수다. 모델 파라미터 저장과 중간 연산 데이터 보관도 범용 메모리가 담당한다. 서버 한 대 당 D램 탑재 용량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SSD 수요도 HDD 대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다.

    AI가 촉발한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과거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업무 현황이 1~2년 호황 뒤 공급 급증으로 조정에 들어가는 전형적 재고 순환형이었다면, 지금은 AI 인프라 확대라는 구조적 수요 요인이 중심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들은 향후 2~3년간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정해 놓은 것이 배경이다. 시장은 단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수요 기반 재편이라는 구조적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서버 고객들이 2027년 물량까지 선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이로 인해 PC·모바일용 메모리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의 기저가 학습·추론 서버뿐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엣지 AI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2027년까지 이어지는 ‘울트라 슈퍼사이클’ 시나리오는 단순 낙관론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삼성·SK 반도체서 200조원 번다
    오는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오는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한국 반도체 업체 입장에선 제품 단가가 높은 HBM 공급이 늘어나고 범용 D램 가격까지 오르며 이익 쌍끌이가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D램 가격은 2025년 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생산을 늘리면서 D램 생산이 줄었고, 일반 서버도 교체 주기를 맞아 일반 D램 수요가 급증했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체들이 일반 D램 신규 증설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에선 HBM 팔아서 남는 돈보다 D램 팔아 남는 돈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DDR5 마진이 HBM을 상회해 수익성 역전이 예상되고, 전체 D램 생산 능력의 70%를 범용 D램으로 운영하는 삼성전자에 직접 수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구조는 당분간 지속되며 반도체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지만 업체들이 일반 D램 시설 투자와 생산량 확대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반도체 공급 부족의 해”라고 했다. 2018년 슈퍼사이클로 증설했다가 시장이 꺾이며 악성 재고로 남았던 기억이 있어 업체들이 증설을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격적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2026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최근 증권가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107조 612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기존 증권가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83조 2420억원 대비 29.3% 높은 수준이다. iM증권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93조 843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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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 전망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AI 칩 자체 개발 이슈도 포함돼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문형 반도체(ASIC)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기대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가 대표적이다. 오픈AI 역시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섰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트레이니엄3’를 개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내년에 AI 칩 ‘마이아200’을 출시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SIC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삼성전자의 2026년 HBM 출하량이 2025년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1분기(1∼3월)에는 주요 ASIC 칩에 적용되는 HBM 판매가 크게 늘고, 2분기(4∼6월)에는 엔비디아 ‘루빈’에 탑재될 HBM4 출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새해부터 반도체 시장이 ‘대전환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과 수출 규제 확산에 따른 ‘지정학적 제약’과 AI·패키징·메모리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성장 기회’의 충돌 ▲세계 주요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확보에 나서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 하락 ▲재고·가격·수요 불확실성 등에 압박받는 전통 시장과 성장하는 AI 분야의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반도체 시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관세 확대와 함께 엔비디아·인텔·AMD 등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첨단 제조 장비와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중국 역시 자국 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에 옴디아는 2029년에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4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는 아직 내수용으로 제한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2025년 4분기 화웨이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양산 체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에는 5세대 제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HBM 제조 능력을 중국이 확보했다는 건 기존 메모리 업체를 긴장케 하는 요소다. 이미 범용 D램에서는 중국의 수준이 상당하다.

    최근 CXMT는 서버용과 모바일용을 가리지 않고 프리미엄급 D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 분야 한중 기술력 차이는 1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최첨단 생산장비 반입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낸드플레시 분야도 중국 성장세가 가파르다. YMCT는 현재 270단 낸드를 납품하고 있다. 300단대의 삼성, 하이닉스와 기술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메모리 수요가 떨어지더라도 국내에서 소화가 가능하고,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생산 캐파를 늘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현재 매출의 60% 정도를 5나노미터(㎚·1㎚=10억분의 1m)와 3나노 공정에서 올리고 있다. 이런 기술 발전에 따른 성장과 각국의 반도체 규제 확대가 충돌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옴디아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은 산업 참여자들에게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는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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