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umn] 장기간 투자하고 싶지만 변동이 싫은 당신이라면…

    입력 : 2025.12.10 16:40:00

  • 최근 시장은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모든 자산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상승장이 이어질 때 투자자들은 상승 흐름에서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며 매수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라 한다. 반면,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오히려 ‘포포(FOPO, Fear of Peak Out) 현상’, 즉 시장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장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타이밍’이 아니라 장기 투자와 체계적인 변동성 관리 능력이다.

    복리(Compound Interest)

    아인슈타인은 “복리는 세계 8대 불가사의이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돈을 벌고 모르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역시 장기적인 부의 축적에서 복리의 힘을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1억원을 30년 동안 예금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하자. 연 4%의 예금 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자를 지속적으로 재투자 한다면 자산은 약 3.24억원이 되고, 같은 방법으로 연 10%의 예금 이자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약 17.4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동일한 기간이라도 예금 이자의 차이는 자산의 성장 규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복리의 진정한 위력은 ‘시간의 누적 효과’에 있다. 연 7.2% 확정 예금 금리로 30년간 투자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첫해 발생한 720만원의 수익은 이후 29년간 재투자되어 약 54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 2년차 수익금 역시 남은 28년 동안 약 4700만원의 수익을, 5년차 수익금 720만원은 약 3800만원의 수익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로 인해 투자 원금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심리적·행동적 편향 역시 장기 투자의 지속을 방해한다. 시장의 단기 변동성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손실 회피 심리에 휘둘릴 경우, 계획된 복리 투자가 흔들리기 쉽다.

    투자자산을 생활자금, 긴급자금, 목적자금과 명확히 구분해 두어야 장기 투자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변동성 조절과 상관계수(Correlation)

    예를 들어, 두 명의 투자자가 각각 1억원을 2년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투자자는 첫해에 15% 손실 후 다음해에 15% 수익을, 다른 투자자는 첫해에 30% 손실 후 다음 해에 30% 수익을 얻었다면 결과는 크게 다르다. 첫 번째 투자자는 9775만원, 두 번째 투자자는 9100만원으로 마감한다. 두 사람 모두 각각 같은 수익률로 손해보고 이익 봤지만, 변동성의 크기 차이로 인해 최종 자산 가치는 달라진다.

    모든 자산은 크고 작은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 상관관계가 낮거나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을 함께 편입하는 것, 즉 분산투자(Diversification)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은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자산을 적절히 조합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상관계수는 단순히 위험을 분산하는 지표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 간 상관관계를 활용해 수익률을 개선하고 변동성을 낮추어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 핵심이 바로 자산 리밸런싱이다. 리밸런싱은 일정 주기마다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조정하여 위험 수준을 통제하고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는 전략적 관리 기법이다.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투자 원칙을 유지하게 해주며, 자산 간 상관관계를 활용해 ‘저가 매수, 고가 매도’를 체계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섀넌의 도깨비와 리밸런싱(Rebalancing)

    미국의 수학자이자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이론물리학과 전자공학뿐 아니라 투자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섀넌은 1960년대 중반, 자신이 고안한 ‘균형 복원 포트폴리오(Balanced Restoration Portfolio)’ 개념을 발표했다. 그는 “주식의 단기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는 랜덤 워크(Random Walk)”라고 전제하면서도, 투자자가 일정한 비율로 자산을 나누어 보유하고 주기적으로 그 균형을 복원(Rebalancing) 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보자. A주식의 가격이 매월 만원과 5000원 사이를 반복한다고 가정하자. 투자자 A가 투자금 1000만원을 주식 500만원, 현금 500만원으로 나누어 투자를 시작했다면, 1개월차에 주가가 50% 하락할 때 주식 가치는 25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때 그는 남은 현금 500만원 중 일부를 사용해 주식을 추가 매수하여 다시 주식 375만원, 현금 375만원으로 비중을 50:50으로 맞춘다. 다음 달 주가가 두 배로 상승하면 주식은 750만원이 되고, 현금은 375만원으로 남는다. 이 시점에서 다시 주식 일부를 매도해 주식과 현금을 각각 562만 5000원으로 조정하면, 비중은 다시 50:50이 된다. 이 과정을 단순히 50회 반복했을 때, 누적된 수익률은 약 1266%에 달한다는 것이 섀넌의 계산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감정에 반하는 기계적 투자’에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산이 상승하면 확신을 가지고 비중을 늘리고, 하락하면 불안과 공포 속에서 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섀넌의 방식은 반대로, 상승 시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하락 시 오히려 매수를 확대한다.

    이러한 균형 복원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상승기에 특정 자산으로의 쏠림을 완화하고, 하락기에는 기계적인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어 수익기회를 추구해 볼 수 있다. 결국 섀넌의 도깨비가 제시하는 본질은 투자자산 간에 ‘규칙적인 비율 조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리밸런싱이 수행하는 핵심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

    투자자는 위험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일정 부분 안전자산으로 이전해 보존하고, 시장이 과열되거나 조정 받을 때 안전자산을 활용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함으로써 변동성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장기투자가 가능해진다. 즉,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유지하며 시장 국면에 대응하는 전략은 오늘날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Asset Allocation Portfolio) 개념과 동일한 원리라 할 수 있다.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운용은 첫째, 투자자산의 수익률과 변동성을 고려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둘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 비율이 변할 때 시장의 유혹이나 공포에 흔들리지 않고, 사전에 정한 원칙에 따라 리밸런싱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은 단순한 투자 기술이 아니라, 자산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 철학이자 규율이라할 수 있다.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변화하는 시장이 수익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스스로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투자자의 자세이다.

    [김영길 신영증권 자산관리솔루션부 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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