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위로 한강 공원 간다고? 반포·여의도·압구정 재건축 ‘환호’

    입력 : 2025.12.02 15:29:34

  •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를 상징하는 자연 경관을 하나만 뽑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꼽을 것이다. 평균 강폭 1.2km를 자랑하는 한강은 서울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세계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강뷰 아파트’는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됐고, 한강뷰에 따라 같은 단지의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강의 가치는 세계적인 건축가도 인정하고 있다. 뉴욕의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런던의 ‘콜드롭스 야드’, 상하이의 ‘1000트리즈’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를 디자인하고 한강 노들섬의 디자인을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헤더윅은 지난 4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이야말로 서울시가 가진 가장 큰 ‘소프트파워’라고 말했다. 헤더윅은 “런던의 템스강보다 (폭이) 세 배나 넓은 한강은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고 이 같은 기회를 가진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결코 많지 않다”며 한강의 가능성에 대해 강조해 말한 바 있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3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2.0에는 한강버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서울링 등 다양한 개발계획이 담겨 있는데 이중 핵심적인 것이 바로 ‘덮개공원’이다. 현재도 수많은 사람들과 전 세계 여행객들이 반포·잠원·여의도·이촌 등 다양한 한강공원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한강변을 따라 북쪽으로는 강변북로, 남쪽으로는 올림픽대로 등 핵심 도로들이 위치해 있어 도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둡고 습한 반지하 길, 일명 ‘토끼굴’을 통과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덮개공원은 도로 위를 넘어 한강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시설이다.

    공공 보행로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을 한번에 지어 오세훈 시장이 늘 강조하던 ‘많은 시민들이 한강을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공원이다.

    현재 있는 망원동 222번지 일대의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위에 녹지 공원을 조성하는 ‘망원 초록길(그린웨이)’이 하나의 예시다.

    헤더윅 역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덮개공원에 대해 “장기적으로 좋은 목표”라며 “과거엔 강이 도시의 뒷문과 같은 역할을 했지만 이젠 시민들이 강과 더 가까워지고 물 위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추세”라며 “도로를 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강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헤더윅이 만든 뉴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도 강 위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공공공간을 만드는 방식에서 덮개공원과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덮개공원을 새롭게 조성하고 싶어도 한강변 아파트 부지는 민간 소유로, 새로운 한강공원을 지을 만한 공간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한강변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사업지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공공시설을 지어 기부채납을 하도록 유도하며 해결했다.

    실제로 반포·압구정·성수 등 주요정비사업지에서는 덮개공원을 짓고 이를 기부채납하는 계획안을 포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강청 반대에 올스톱 위기 맞기도

    그런데 지난해 말,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이 덮개공원을 짓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해 오고 있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계획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강청은 민간 아파트 개발의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와 구조적 안정성, 하천 점용허가 등을 근거로 허가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강청의 반대에 덮개공원을 짓는 계획안으로 지난해 3월 이미 착공을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비롯해 덮개공원·입체보행교를 기부채납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던 서울 정비사업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는 정비계획 고시를 변경해야 하고 건축심의와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에 준공과 입주가 1년 이상 지연되며 사업비가 17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포주공1단지와 같이 한강 기부채납시설을 포함해 사업을 진행하던 곳은 ▲반포주공1단지(5007가구) ▲압구정2구역(2606가구) ▲압구정3구역(5175가구) ▲잠실5단지(6491가구) ▲여의도 시범아파트(2493가구) ▲용산국제업무지구(6000가구) ▲서빙고신동아(1840가구) ▲성수전략정비구역(9428가구) 등이다.

    총합 약 4만가구 규모로 서울시의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한 숨 돌린 정비사업지

    덮개공원을 둘러싼 서울시와 한강청의 의견 차이로 정비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던 와중에 한강청이 덮개공원 설치를 사실상 허용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나오며 한 숨 돌리게 됐다.

    지난 10월 한강청에서 진행한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는 하천기본계획을 변경하는 안을 심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강변에 덮개공원 등 공공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강청이 노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청은 덮개공원과 공공 보행로 등 시설이 일반 시민들의 한강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갖춘 시설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는 서울시가 제출한 기술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서를 통해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청의 결정에 덮개공원을 포함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강 접근성은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덮개공원을 품은 정비사업 단지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해 짓는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반포 일대 최대 재건축 단지로 무려 5007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곳은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중으로 내년 분양, 2027년 11월 입주 예정이다.

    단지에서 한강에 접해 있는 면은 직선거리로 1km 이상이어서, 바로 옆 아크로리버카프와 래미안원베일리를 합친 길이보다 길다.

    자연스레 한강뷰 가구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단지를 따라 조성되는 한강 덮개공원은 한강변 아파트의 가치를 더욱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만큼 현대건설은 조합을 위해 커뮤니티 시설에 수많은 편의시설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을 위한 피트니스센터, 볼링장, 수영장 등 시설을 기본으로 아이스링크, 조깅트랙, 클라이밍장 등 운동 시설과 디에이치 레스토랑, 프레쉬 카페 등 현대그룹의 계열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 수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3년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3년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최근 2493가구 규모의 대형 재건축계획이 확정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현재 1584가구 규모로 여의도에서 가장 큰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아 왔다.

    시범아파트는 데이케어센터 등 공공시설 계획에 주민들이 반대하며 서울시와 마찰을 빚으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지만, 11월 서울시에서 진행한 제11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대형 재건축 계획 심의가 통과되며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계획안을 보면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한강변 입지의 특성을 살리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단지 북쪽으로는 한강과 여의도공원을 고려하며 통경축을 확보하고, 남동측에는 단지와 가까운 63스퀘어와 어우러지는 스카이라인을 그린다. 특히 단지 내부에 십자형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해 한강변과 주변 단지로 이어지는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특히 한강으로 직접 연결되는 입체보행교를 설치해 공공보행통로와 함께 한강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범 아파트가 “폐쇄적 단지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한강을 쉽게 오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시범아파트의 시공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유력한 후보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압구정 재건축을 대표하는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안도 최근 통과됐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압구정3구역을 최고 70층, 517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짓는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현대 1~7차, 10차를 포함하고 있어 사업면적이 약 36만㎡로 무려 여의도공원(약 23만㎡)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계획에 따르면 랜드마크 2개 동의 최고 높이는 70층 내외 250m에 달해 여의도 63빌딩 249m에 맞먹는 수준으로 강남권에 새로운 랜드마크 건물이 생겨날 예정이다.

    이 단지에서도 ‘열린 단지’ 개념을 적용해 담장을 설치하지 않아 압구정을 찾는 시민들이 누구나 한강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조합은 성동구 성수동을 잇는 약 1km의 보행교를 지어 기부채납할 계획이었으나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으로 계획안에서 빠지게 됐다. 대신 단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공공통로와 단지 북쪽에 덮개공원을 지어 한강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한창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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