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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성 남경무역 대표] 中 시진핑이 경주에서 마신 그 술…몽지람
입력 : 2025.11.27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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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성 남경무역 대표 ▶He is
진로에서 마케팅을 시작한 유 대표는 카스 맥주와 맥스의 론칭을 함께 했다. 진로발렌타인에서 위스키 마케팅 업무를 했고, 이후 페르노리카에서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발렌타인을 담당하기도 했다. 2016년 남경무역을 설립하고 양하주창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양하대곡, 몽지람, 해지람, 천지람 등을 국내에 독점 유통하고 있다.지난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두 정상 간 회담 내용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국빈만찬이었다. 만찬에는 풍기인삼을 넣은 보양 영계죽과 닭강정, 마라소스 전복 등과 함께 ‘시 주석의 백주(白酒)’로 잘 알려진 몽지람(夢之藍)이 올랐다. 몽지람은 지난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건배주로도 쓰인 중국 전통주. 몽지람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남경무역 유호성 대표는 “시진핑 주석의 술로 알려진 몽지람은 이름의 ‘몽(夢)’이 중국몽과 일맥상통해서인지 중국 정부의 주요 외교 행사마다 기념주로 사용되고 있다. 수많은 명주가 널려 있는 중국이지만 뛰어난 품질과 맛으로 떠오르는 프리미엄 백주로 각광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 대표가 중국술 몽지람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여년간 주류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는 한국 시장에 ‘프리미엄 중국 술’을 내세워 시장을 노크했다.
“국산 주류와 위스키 등을 마케팅하면서 나의 비즈니스를 한다면 어떤 술을 가지고 해야 할까 늘 고민이 있었어요. 당시 한 대학의 MBA 과정에 있었는데 한 중국 유학생을 통해 몽지람을 생산하는 양하주창의 술 브랜드들을 접했어요. 내 사업을 한다면 이 술을 꼭 한국 시장에 소개하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유 대표는 수소문 끝에 몽지람을 생산하는 중국 남경의 ‘양하주창’을 찾아갔다.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하주창은 이미 중국 강소성의 가장 큰 주류 회사로 1년 매출만 10조원에 이르는 곳이었다.
양하주창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양하대곡은 1400년 전 부터 만들어져 오고 있다. 청나라 때 건륭제가 좋아해 황실 납품을 시작한 이래, 중국 내 명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1952년부터 1989년까지 5번 개최한 주류 품평회 3회 연속 금상을 받은 8대 명주에 포함됐다.
몽지람은 양하대곡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부터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특히 M1, M3, M6, M9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단계적 성취를 상징한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술의 숙성도와 희소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2010년대 초반,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기조와 맞물리면서 중국의 미래와 함께하는 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얻었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하주창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개 주류를 수입하게 되면 특정 기간에 얼마를 팔겠다는 약속을 하게 마련인데, 대신에 저는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한국에서 양하주창의 제품 브랜드를 프리미엄으로 빌딩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브랜드가 서게 되면 당장 힘들더라도 길게 이어갈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설득에 나섰지요.” 결국 양하대곡과 함께 몽지람, 해지람, 천지람 등을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중국 술 시장은 중저가 제품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유 대표는 차별화를 시도해야 했다. ‘얼마나 팔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까’에 집중했다. 제품을 내놓자마자 판매처 메뉴판과 간판 배너 등 눈에 띄는 곳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사케가 유행한 배경에는 이자카야나 고급 일식당이 증가한 영향이 있습니다. 위스키 역시 유흥주점과 관련이 크지요. 보드카 같은 술은 클럽의 인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를 중국술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유명 중식 셰프, 인플루언서 등과 함께 고급 중식당에서 ‘페어링 디너’를 진행했다. 와인의 마리아주처럼 양하대곡은 하이볼과 칵테일로, 해(海)지람은 해산물 요리와, 천(天)지람은 닭, 오리 음식과 연계했다. 여경래, 이연복, 정지선 등 유명 셰프들의 요리와 술을 매칭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지금도 ‘양하 테이스팅 클럽’을 개최 매월 중식당 셰프의 음식과 술을 페어링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술은 고급 중식과 함께 즐겨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에 성공했다.
동시에 유 대표는 남경의 술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주창투어’도 기획했다. 소비자들이나 인플루언서, 중식 요리사 등을 대상으로 공장을 방문해 제조 과정을 직접 살펴보고 음식과 중국술을 같이 마시는 ‘경험’을 선사한다. 양하주창 브랜드 가치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 주류를 즐기는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유 대표의 프리미엄 브랜딩 전략은 성공적이다.
남경무역은 창업 이래 매년 40~50%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면세점 진출에도 성공했다.
“페어링 행사나 투어 등을 통해 소비들한데 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배달 음식으로 취급받는 중식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도 됐고요.”
유 대표는 브랜드 빌딩과 함께 프리미엄 중국술의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캐주얼한 중식당이 늘어나면서 중국 주류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사와 술을 페어링하는 문화가 커지는 동시에 중국술은 뒤끝이 없다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좋은 술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브랜드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지역별 매력이 다양한 술들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 기회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남경무역은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요.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것에서 벗어나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강소 주류 유통업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주류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지만, 좋은 품질의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