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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트럼프 시대 승리하는 투자는
입력 : 2025.11.25 16: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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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이후의 세계 질서
케네스 로고프 지음/노승영 옮김/ 윌북
달러는 세계 경제의 언어다. 미국이 인쇄기 스위치를 누르는 그 순간, 종이에 찍힌 숫자와 발행량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명령어이자 질서를 이루기 때문이다. 단순한 화폐를 넘어 달러는 자본의 흐름을 구조화한다. 저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자는 국제 경제 담론에서 발언조차 불허된다. 한 세기 동안 달러 패권은 시대정신이었다. 이를 ‘팍스 달러(Pax Dollar·달러가 세계 질서 중심이 된 시대)‘라 부른다.
하지만 오늘날 팍스 달러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란 경제 거인 옆에서 또 다른 거인인 중국이 위안화를 손에 쥐고 부상하면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신간 ‘달러 이후의 질서’에서 쩍 갈라진 성벽의 틈을 들여다본다. 달러 제국 미국의 충실한 파트너였던 중국으로 인해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그래도 달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안도감과 ‘이번엔 다르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달러 질서는 과연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책은 과거 70년에 걸쳐 달러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통화로 거듭난 과정을 살펴보고 중국이 주도하는 탈달러 거래 및 암호 화폐의 대두 등에 주목한다. 이를 토대로 ‘여러 수치로 보건대 달러 패권은 2015년에 정점에 도달하여 그 뒤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중국이 달러 블록에서 완전히 이탈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7월 서명한 대규모 조세·지출 법안에는 외국인 거주민의 투자소득에 최대 20%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달러의 미래에서 중요하며 특히 한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본다. 중국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무역 상대로 여기는 한국으로서는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의 동향도 환율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키우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국이 이 분야 선도국임을 알면서 왜 협력을 증진하기보다는 징벌적 관세와 조건으로 한국의 뺨을 후려치려 들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이자 아시아 독재국들에 맞선 보루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충고한다. 책은 달러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합법적 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할 지배적 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본다. 새로운 결제 수단이 세계 지하 경제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등 장기적 가치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암호화폐와 법정 통화는 정부가 규칙을 만드는 게임에서 대결하는 셈이어서 어떤 민간 통화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은 단지 어려운 수식으로 가득한 경제학 저서가 아니라 ‘달러’라는 불가피한 공용 경제 언어를 중심으로 권력의 구조를 해부해낸다.
스테이블 코인의 모든 것
조진형·이정환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언론인 출신 조진형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와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부교수가 공저한 ‘스테이블코인의 모든 것‘은 스테이블코인의 원리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와 배경을 짚는다.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새로운 화폐로 부상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양면성을 띤다. 달러화나 미 국채 등 우량자산에 연동되는 가치 저장 수단이면서 화폐로도 활용될 수 있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안정성을 확보해두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생태계에서 실시간 거래돼 송금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수수료도 거의 없다. 국제 금융에서 이 같은 장점은 빛을 발한다. 수수료를 내며 송금까지 수일이 소요되는 데다 환차손 위험까지 감당해야 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자금 이동에 늘 따라붙던 세 가지 비용인 시간과 공간, 경계를 동시에 줄여준다’고 평가한다.
운명을 바꾸는 초압축 경제공부
한애란 지음/ 어웨이크
경제전문기자 한애란이 23년간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필수 경제 지식을 압축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생활 밀착형 금융부터 글로벌 산업 트렌드까지 ‘경제 문해력’을 키우는 길잡이로 제시한다. ‘잘 모르면서 남의 말만 듣고 덜컥 투자하지 마라‘는 책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는 재테크의 실패가 게으름이자 경제 문해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저자 역시 1억 5000만원을 펀드에 맡겼다가 6년 누적 수익률 1.8%라는 참담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책은 여섯 부분으로 짜였다. 1부는 예적금, 보험, 대출, 신용카드 같은 생활 금융을 다룬다. 2부는 금리·물가·환율 등 거시경제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3부는 주식·ETF·채권 투자 전략, 4부는 부동산 정책과 금융 제도를 분석한다. 5부는 금·원유·가상자산 같은 대체투자, 6부는 전기차·AI·에너지·플랫폼 산업 등 미래 트렌드를 다룬다. 각 부의 말미에는 ‘경제뉴스 인사이트’ 코너를 두어 실제 사건과 연결해 이해를 돕는다.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김종수 옮김/ 부키
역사는 직선의 궤적을 그리지 않는다. 굴절과 단절, 반동과 도약이 교차하는 나선형에 가까웠다. 그런데 어떤 발걸음은 역사의 진보를 이뤘고, 때로는 한 번의 빗나간 행보가 인간의 삶을 퇴보시켰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떤 순간에 전진하고, 어느 순간에 후퇴하는 걸까. 세계 외교정책 전문가이자 CNN 간판 정치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의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의 신간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가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네 개의 혁명’이란 단어로 저 질문에 답한다. 흔히 혁명이라 하면 거대한 깃발 아래 운집한 민중의 봉기, 혼돈이 극에 달해 전복된 왕정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하지만 책은 혁명에 관한 통념을 부순 뒤 ‘오늘날의 혁명’을 재정의한다. 바로 ‘세계화 혁명, 정보 혁명, 정체성 혁명, 지정학적 혁명’이다. 네 개의 혁명은 억압받는 민중이 독재자에게 화약과 대포를 쏘아대던 격동과는 차원이 다른데, 이 혁명의 성패가 인류 삶을 규정하리라고 저자는 본다.
어떻게 말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가
앨리슨 우드 브룩스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행동과학 분야 슈퍼스타인 앨리슨 우드 브룩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신간 ‘어떻게 말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가’에서 이 말을 인용하며 ‘질문의 힘’을 강조한다. 저자의 연구 결과는 놀랍다. 데이트에서 한 개의 질문만 추가해도 상대의 호감을 5%나 높일 수 있다. 질문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두 번째 데이트로의 초대를 더 많이 받는다. 대화의 목표는 크게 ‘유대감 형성’(관계)과 ‘정보 교환’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지나치게 진지했다면 약간의 발랄함으로 무장하고, 질문이 부족했다면 용기 내 질문을 던져보라. 저자의 말대로 대화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준비하고 연습하면 누구나 키울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대화’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