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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판사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꼬마빌딩 상속과 재산평가
입력 : 2025.11.25 16: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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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인 철수는 2020년 1월 15일 사망했고, 상속인으로 딸이 있었다. 상속재산으로 꼬마빌딩과 예금이 있었는데, 딸은 2020년 7월 30일 꼬마빌딩을 기준시가 50억원으로 보아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2021년 1월 초순경 2개 감정평가법인에 ‘꼬마빌딩의 2020년 1월 15일 당시의 시가’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평가법인은 2021년 1월 말경에 철수의 사망 당시 꼬마빌딩의 시가가 100억원에 이른다고 감정했고(‘쟁점 감정결과’),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쟁점 감정결과를 근거로 딸에게 상속세 20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딸은 쟁점 감정결과를 기초로 상속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상속세는 상속재산의 가액에 좌우된다. 상속세는 누진세 구조이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가액이 커지면 상속인들이 낼 상속세는 크게 늘어난다. 상증세법은 상속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라고 정한다. 여기서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의미한다. 위 사례에서 꼬마빌딩의 시가는 얼마일까? 철수가 사망한 2020년 1월 15일에 꼬마빌딩이 얼마에 팔릴지를 묻는 것인데, 실제 거래가 없었던 이상 꼬마빌딩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상속재산 평가방법은상속재산의 가액은 납세자나 국가 모두에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상증세법은 상속재산의 평가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상속개시 전후 6개월(‘평가기간’) 중 매매나 감정이 있었다면 매매가격이나 감정가격이 시가에 포함된다. 예컨대, 철수가 2020년 1월 1일에 꼬마빌딩을 80억원에 매수하고, 그 직후인 2020년 1월 15일에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평가기간 중 매매가 있었으므로, 그 매매가격 80억원이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상증세법령은 평가기간 외의 기간에 매매 등이 있었던 때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로 인정한다. 상속개시일 전 2년 또는 상속개시일 후 약 15개월(이하 ‘추가기간’) 중 매매 등이 있었고, 국세청 평가심의 위원회 심의를 통해 매매와 상속개시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음이 인정되면, 그 매매가격 등은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로 인정된다.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도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를 알기 어렵다면, 국가가 정한 기준시가 등이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로 간주된다.
꼬마빌딩과 소급감정과거 토지나 건물은 시가를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기준 시가로 토지 등의 가액을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했고, 과세관청 또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기준시가가 시세보다 낮은 꼬마빌딩 등을 활용해 상속세를 줄이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결국 정부는 2019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토지나 건물에 대한 소급감정을 실시하여 그 감정가격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했다.
다만 과세관청의 소급감정에 관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상증세법령은 ‘평가기간 내의 감정가격’에 해당하는지를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가기간을 지난 뒤 감정가액평가서가 작성된 때에도 그 감정가격을 이용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속개시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다투고 있다.
현재 법원 실무는 평가기간을 지난 후에 감정가액평가서가 작성됐어도, 가격산정기준일이 상속개시일이고 추가기간 내에 감정가액평가서가 작성됐다면, 그 감정가격을 기초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수원고법 2025. 8. 27. 선고 2024누14452 판결 등).
사례를 보자. 쟁점 감정결과는 가격산정기준일이 상속개시일이고, 추가기간 내에 그 감정가액평가서가 작성되었다. 현재 법원 실무에 따르면 쟁점 감정결과에 근거한 상속세 부과는 적법하다.
하지만 아직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이 없는 만큼, 판결의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본 내용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이 없음
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