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CI 선진국지수 편입되면… 불붙은 ‘국장’에 대규모 자금유입 기대

    입력 : 2025.11.13 17: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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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거래일 3455.83였던 코스피가 6거래일만에 200포인트 올라 3657.28까지 단숨에 오르게 된 이유엔 5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의 저력이 있었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 영향력이 지대하고 그 때문에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MSCI 선진국 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지수는 글로벌 펀드자금이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CI 선진국지수(MSCI World Index)로 편입된 아시아 국가는 홍콩, 일본, 싱가포르 3곳이다. 신흥시장 지수는 한국을 비롯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이 있다. 선진국지수로 변경될 경우 안정적인 외국인투자자금의 순유입으로 주가상승과 변동성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MSCI 지수 중 ACWI, EAFE 및 월드(World) 지수의 형태로 분산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ACWI는 All Country World Index의 약자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모두 아우르는 지수다.

    먼저 MSCI 월드지수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약 2조 8000억달러의 액티브 자산과 1조 2000억달러의 인덱스 자산을 포함하여 총 4조달러의 자산이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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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억달러 신규자금 유입 가능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국가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과 비중을 볼 때 우리나라가 선진시장에 새로이 진입할 경우 비중은 2%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8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 반면 EM지수에서 빠지면서 유출되는 자금도 감안해야 한다. 신흥국지수 추종자금은 2조달러 정도인데 여기서 한국 비중은 11%로 높다. 이때는 200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다. 신흥국지수 추종자금이 많기 때문에 자금이 오히려 유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선진국가들이 들어가는 ACWI, EAFE 추종자금까지 국내 유입되는 점을 본다면 순자금유입은 플러스라고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대 300억달러(약 40조원), 한국경제연구원은 최대 45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각각 전망했다. 이승호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정결과가 MSCI 추종자금의 규모와 한국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에 진입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이 변화하거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긍정적 전망 여부에 따라 자금순유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 감소 측면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그리스와 이스라엘의 예를 볼 때 선진국지수 편입 시 변동성이 감소했다. 선진국지수에 유입되는 투자자금의 장기화와 국가 디스카운트의 완화 등으로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자금유출입의 변동성이 감소한다. 반면 신흥국지수의 경우에는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시 위험회피 성향이 증가하면서 신흥국의 자금유출입 변동성이 증가하는 국제자본흐름의 통상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증시의 숙원 MSCI 선진국 증시 편입은 올해 또 한번 기대가 꺾였다. 한국 시장은 1992년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된 이후 30여년 간 해당 그룹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MSCI 연례 시장접근성 평가에서도 한국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년과 동일한 평가를 받았다.

    MSCI 국가 분류체계의 정량적 지표에는 경제 규모, 발전 수준, 증권시장의 규모, 유동성 등이 포함되며 한국은 이미 해당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다만 정성적 지표인 시장접근성평가가 문제다. 이 지표는 외국인 투자 개방성, 자본 유출입 용이성, 운영체계 효율성, 투자상품 이용 가능성, 제도적 안정성 등 5개 부문, 총 18개 세부 항목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은 2025년 시장접근성 평가에서 6개 항목이 ‘개선 필요(-)’, 5개 항목이 ‘개선 가능(+)’ 등급을 받아 선진국 지수 편입국과의 시장접근성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선 필요 등급을 받은 6개 항목은 외국인 투자 절차, 비용, 거래제도 등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성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으로 한국이 시장접근성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음을 시사한다”며”전년도 평가와 비교했을 때도 공매도 제도 항목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된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항목의 등급 변화가 전무하였으며, 2014년 관찰대상국 지정 해제 이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신흥시장 지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도 등급 상향 조정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제도 및 구조 개편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국가들을 보면 시장접근성 평가에서 ‘개선 필요(-)’ 등급이 포함될 경우 선진국 분류 자체가 사실상 어려우며 대부분의 항목에서 최상위 등급(++)을 확보해야만 선진국 수준의 시장접근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역외 외환거래 제한이 발목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수년 간 정부의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역외 외환거래 금지 등 여러 제한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개편을 위해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등록 외국기관(RFI)·해외지점 등의 온쇼어 직접 참가를 허용했다. 1월 1일부터 대형사 중심으로 필수 영문공시를 개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외환시장 구조개편과 운영 고도화를 위해 RFI 연간 최소 거래액(예: 1억달러) 기준을 설정하고 야간 알고리즘 거래를 허용했다.

    24시간 원화시장 추진을 선언했으며 오프쇼어 원화결제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한국은행·예탁결제원 결제시간 20시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영문 공시는 내년까지 코스피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의무 대상을 확대한다.

    국내 외환시장이 내년부터 24시간 개장한다.
    국내 외환시장이 내년부터 24시간 개장한다.

    MSCI는 최근 한국의 외환·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조치에 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에서는 여전히 운영상 어려움(operational hurdles)이 존재하며, 옴니버스 계좌나 장외거래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등 이행 측면에서의 제도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제도개편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절차, 제한된 거래시간과 상품, 국제 기준과의 불일치 등 구조적 제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는 나왔다.

    특히 한국은 여전히 역외 원화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글로벌 주요 통화와 비교해 거래 접근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비용과 거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전략적 비중을 확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외 외환거래 같은 외환시장 전면 개방은 환율 변동성 관리, 외환보유액 운용, 국내 금융기관의 시장 대응 역량 등과 직결되는 고난도 과제로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 시장은 내년 4년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폭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024년 10월 반기리뷰에서 FTSE는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을 확정하면서 2025년 11월부터 편입이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5년 상반기 반기리뷰에서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시작 시점을 2026년 4월로 연기하면서 다시 한번 편입 시작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10월 반기리뷰로 추가 연기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해소됐다. WGBI 편입으로 총 73조억원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FTSE가 발표한 한국 국채의 포함 종목은 64개며 물가 연동 국채와 2026년 4월 기준 만기 1년 이상 그리고 50년 국채를 제외하면 종목수는 총 65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국채의 WGBI 비중은 2.08%이고 전세계적으로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은 2조5000억달러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2.08%인 520억달러(약 73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WGBI의 한국 비중은 2026년 4월 0.26%를 시작으로 2026년 11월 2.08%까지 계단식으로 증가하게 된다. 총 유입되는 73조원이 8개월에 걸쳐 균등하게 유입될 경우 매월 신규로 유입되는 WGBI 패시브 자금은 9조1000억원가량 된다. 국채 발행 규모가 올해 231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32조원을 기록하는 점은 부담이지만, 그 중 73조원을 신규 외국인 자금이 소화한다면 내년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생각보다 줄어들 수는 있다.

    내년 국채 발행 부담 줄어

    지수 편입 전 액티브 자금도 유입이 될 수 있다. 편입 시점인 내년 4월까지 6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리 메리트도 생긴 상황이다.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등에서는 선제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으며, 한국 국채가 포함되어 있는 블룸버그글로벌(Bloomberg Global Agg), JP모건 신흥시장(EM) 지수 등을 벤치마크로 둔 펀드들은 한국 국채의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WGBI 편입에 따라 초장기물이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WGBI에 편입이 가능한 채권의 35%를 차지하는 만기 20~30년 채권은 대부분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K-ICS 비율 관리를 위해 초장기물을 매도하기 힘든 상황이라 수급 면에서 보면 공급은 나오기 힘든데 수요는 있는 구조다. 오히려 WGBI 편입으로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사들의 K-ICS비율이 하락하면서 추가적으로 초장기물을 매수해야 하는 만큼 초장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WGBI 편입은 금리 하락의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내년까지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8개월 동안 편입이 진행돼 자금 유입 강도가 중국의 6~7배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3년에 걸쳐 약 15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해당 기간 순발행된 1조 6000억달러 규모 국채 수요의 9.3%를 충당했다. 한국은 500억~600억달러(65~80조원) 유입이 예상되는데 2026년 국고채 순발행 예상 규모(115조원)의 60~70%에 달한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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