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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봉쇄’한 초강수 10·15 대책 ‘갭투자’ 통로 차단… 숨죽인 시장, 분당·과천·광명도 매수세 실종입력 : 2025.10.31 17: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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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강한 브레이크를 밟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고가주택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올해 6·27 대책, 9·7 대책 이후에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수요 억제 카드가 동원된 것이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빠진 ‘규제 일변도’ 조치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서는 “서울 전역이 사실상 거래 중단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규제지역의 대폭 확대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경기도에서는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등 12곳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용산구만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 핵심지 대부분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제한된다. 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 여력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규제지역에서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다주택자 취득세율은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높아지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강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는 기본 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씩 추가된다. 다만 내년 5월까지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유지된다. 일례로 2주택자가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22억원에 매입할 경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취득세율 3%(9억원 이상 주택)가 적용돼 6600만원의 세금을 냈다. 지방교육세 등을 합하면 거래세는 7260만원이다. 하지만 마포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세 부담이 급증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에 8% 세율이 적용돼 취득세는 1억 7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지방교육세(880만원)까지 더하면 총 거래세는 1억 8480만원으로 껑충 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조합원당 주택 공급 수도 1주택으로 제한된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발효된 10월 16일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하다. 조합방식이 아닌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할 경우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일이 조합설립 인가일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집을 매매하더라도 재건축을 마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1주택자로 5년 거주, 10년 이상 보유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는 예외를 인정해주지만,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는 사실상 매도할 퇴로가 막힌 것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서울 모든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됐다. 주택을 매수할 때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고, 거래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는 제도가 이제는 서울 25개구 모든 곳에 적용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정부는 아파트뿐 아니라 ‘아파트와 혼합된 연립·다세대주택’도 허가 대상에 포함했다. 과거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처럼 동일 단지 내 아파트만 거래 제한을 받고 연립은 예외였던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2025년 10월 2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에 연장 여부가 정해진다. 이에 따라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서울에서 주택을 매수할 때 여러 제약이 생긴다. 대출 한도 ‘6억 → 4억 → 2억’… 고가주택 갈아타기 차단대출 규제는 한층 더 강화됐다. 지난 6·27 대책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가주택에 한해 한도를 단계적으로 낮췄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서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 한도는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축소되고,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가능하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과 동일하게 6억원 한도가 유지된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억원 한도를 적용한다. 한 때 15억원 초과 주택에 LTV 0% 적용 방안도 검토됐지만, 과거 위헌 논란을 감안해 절충안으로 정리됐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고가주택 가격 상승이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어 대출을 통한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도 규제 대상에 들어갔다.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된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산입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갭투자 자금으로 악용되며 가격 불안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1주택자에 한해 우선 적용한 뒤, 시행 효과를 검토해 무주택자 전세대출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스트레스 금리’ 하한은 1.5%에서 3%로 상향됐다. 스트레스 금리가 3%라는 것은 이자 부담이 3%포인트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은행이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자가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대출을 심사할 때만 쓰는 가상의 금리다. 즉, 실제 적용될 금리가 연 4%라면, ‘7%(연 4%+3%포인트) 금리에도 상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에 따라 같은 금리로 돈을 빌리더라도, 빌릴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15→20%) 상향은 내년 4월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한동안 숨고르기 장세… 여전히 부족한 공급에 ‘도루묵’?10·15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을 지정하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는 내 집 마련 길이 막힐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책 발표 직후 공인중개업계 일선 곳곳에서는 규제 시작일(10월 16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0월 20일) 전까지 매매거래를 마치기 위해 매도자와 매수자, 공인중개사가 밤 늦게까지 매매 계약을 진행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포구 공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다음 날인 16일부터 취득세율이 8~12%로 오르기 때문에, 15일 밤 11시까지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지방에 거주한 매수자들은 전자계약으로 급히 거래를 마쳤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B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지만, 규제지역이 되면 자금이 부족해진 실수요자가 몰리거나, 취득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 막판 문의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발표를 두고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중산층의 서울·수도권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는 비찬이 잇따랐다. 선호지역 아파트일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들다 보니 “현금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토로하는 글도 수두룩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이번 10·15 대책이 ‘초고강도 규제 시즌2’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6·27 대책을 통해 한 차례 대출 한도를 크게 줄였는데, 이번 대책도 그에 못잖게 강력하다는 평가다. 현행법상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망라해 대출·청약·세제 규제를 강화한 동시에 갭투자·가수요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생겼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까지 확대한 조치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라며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한강변 외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경기 주요 지역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며 혹시 모를 ‘풍선효과’까지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되던 아파트값 상승세와 매수세가 한동안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매수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번 대책으로 연봉이 1억원인 직장인 기준으로 대출 가능한 금액이 수 억원 줄어들어서다. 과거에는 전에는 무주택자여도 소득만 높으면 10억원 가량을 대출로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6·27 대책 이후 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다 이번에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15억원만 넘어도 한도가 더 줄게 됐다.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5억원(KB부동산 기준 14억 3621만원, 부동산R114 기준 15억 574만원)에 육박했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도 현금만 11억원가량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KB부동산 10월 13일 기준 서울 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33억 8800만원) ▲서초(31억 3500만원) ▲용산(25억 900만원) ▲송파(22억 7300만원) ▲성동(16억 8500만원) ▲양천(15억 9800만원) ▲광진(16억 1000만원) ▲마포(15억 3200만원) 등으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 대부분에서 15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즉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최근 매매 실거래가가 30억원을 넘은 서울 목동 5단지의 경우 당장 이번 규제로 대출한도가 6억원에서 2억원까지 4억원 줄어들게 되면서 사실상 대출을 동원해 집 사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다만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지역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면서 한동안 매매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억제를 통해 거래를 누른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신규 매매거래 가격이 크게 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거래량, 가계부채 증가세는 잠시 억제했을 뿐 집값이 오를 요인은 여전히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서울·수도권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4만 26 84가구에서 내년 2만 8984가구로 약 32% 급감할 전망이다. 경기(7만 4741가구→6만 7550가구), 인천(2만 1414가구→1만 5161가구)도 공급이 대폭 줄어든다. 공급이 줄면 그만큼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고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전셋값이 오를수록 임차인은 계약갱신권을 적극 활용해 시장 출회 매물이 줄고, 아파트 위주로 전세 불안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제3차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 단기적 효과 유효’ 보고서에서 “10·15 대책이 서울·수도권 집값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킬 것”이라면서도 “인허가 감소 여파 등으로 서울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은 2026~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수도권 집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