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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업 꾸준히 사 모아 복리로 키운다? 加 콘스텔레이션 주가 240배 오른 마법은
입력 : 2025.10.21 18: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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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각국 증시를 상상하면 대표 기업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미국은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 테슬라, 메타 등 빅테크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은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프랑스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로레알,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한 분야에서 톱(Top)을 찍는 대기업까진 아니지만 주가가 우상향하는 기업들이 있다. ‘작은 기업을 꾸준히 사 모아 복리로 키우는 전략(compounding through acquisitions)’을 구사하는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도 다른 투자기법이다.
버핏은 철도·보험사 등 현금이익 흐름이 주된 대기업을 인수하며 ‘대기업 집단’을 만든 반면, 이들은 몸값 수 백억원대에 ‘강소기업’을 사모으며 거대한 기업집단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투자전략의 핵심은 높은 ROIC(투자자본수익률)를 구현하는 것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좋은 강소기업을 사서, 현금을 계속 축적해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강소기업을 사 모아가며 더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선진국에선 특정 분야서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후발주자인 일본은 가업승계가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이 전략을 구사하려는 기업이 등장했다.
작은 기업을 사 모으는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 기업은 캐나다의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Constellation Software)다.
보통 10년 만기 안에 기업을 사서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회사는 좋은 기업을 계속 인수하고 이를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 주가 흐름을 먼저 살펴본다.
2006년 5월 1주당 18달러(캐나다 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약 4400달러 까지 올라갔다. 20년 사이 주가가 무려 240배 상승했다. 회사의 기업 가치는 우리 돈으로 90조원대에 이른다. 회사 창업주 마크 레너드는 ‘제 2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지주사인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는 6개 그룹(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두고 있으며, 각 그룹이 수십~수백개 회사를 소유한다. 콘스텔레이션 소프트웨어는 현재 500여 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수 대상은 작고 수익성이 있는 VMS(Vertical Market Software) 회사다. 평균 거래 규모는 수백만달러 수준, 평균 600만달러로 매우 작다. 직원 수도 보통 100명 미만이다. 예컨대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는 2012년 독일 기반 유리 산업용 ERP 및 공정 최적화 소프트웨어 기업(Albat+Wirsam Software GmbH)을 1800만유로에 인수했으며 퀘벡 기반 중소기업 대상 관리·회계 소프트웨어 기업을 2018년 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2021년엔 곡물·유지종자 시장과 과일·채소 시장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ERP 시스템 공급업체를 수백억원에 사들였다.
이들은 대형 회사가 아니다.
저말 박시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
CFO는 2022년 언론 인터뷰에서 “소규모 인수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매년 100건 내외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이 수준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소기업은 ‘대규모 매출’을 내거나 당장 크게 성장할 기업은 아니다. 다만 소규모 시장을 독점해 경제적 해자(진입장벽)를 갖추고 영업현금흐름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만일 100의 투자금으로 영업이익률 20% 기업 5개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투자금 회수에 5년이 걸린다. 회수된 금액으로 또 현금흐름이 좋은 알짜 기업을 모아 간다. 그렇게 되면 ‘복리’가 적용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 매출액은 2014년 16억달러에서 2024년 103억달러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3억 4800만달러에서 26억 8900만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이 같은 강소기업을 인수할 마땅한 주체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이 같은 분야에 뛰어들기에는 강소기업의 기업가치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저말 박시 CFO는 “아직 사모펀드가 연 매출 500만달러 수준의 소규모 기업까지 인수하진 않고 있다”고 말한다. 사모펀드 특성상 중견기업 반열에 오른 회사를 인수해 키운 뒤 되파는 전략을 쓰는데, 강소기업은 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분야에 한정해 미국·유럽 강소기업을 모으는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 전략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게 되고, 그 점이 또 하나의 강점이 됐다.
핵심은 높은 ROIC를 유지하는 것이다. ROIC는 기업이 조달한 자본을 활용해 세후 영업이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콘스텔레이션소프트웨어의 ROIC는 연평균 10% 내외다. 이는 일반 기업(7~8%)보다 높은 초과이익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말 박시 CFO는 “우리는 지표 중심의 조직으로, 모든 인수 검토와 자본 배분 과정에서 ROIC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임직원 보너스 역시 ROIC와 성장률에 기반해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英 할마·스웨덴 인두트레이드 등 대표영국 할마, 스웨덴 인두트레이드도 ‘작은 기업을 꾸준히 사 모아 복리로 키우는 전략’으로 장기 성장을 이룬 대표 기업이다.
시가총액 약 20조원대인 영국 할마는 약 55곳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할마는 특정 기술·제품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틈새 챔피언(Niche Champion)’을 찾아 인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할마는 2024년 네덜란드 로버 메디컬 디바이스(자궁경부암 진단 샘플링 장비 기업)를 우리 돈 약 1500억원에 인수했다. 영국 알파 인스트러매틱스(고정밀 수분 측정기 기업), 스웨덴 아프리오메드 AB(골생검 기기 기업) 등을 최근 인수한 사례도 대표적이다.
할마는 “생명을 구하는 기술 기업들의 글로벌 그룹”을 지향한다. 강점은 인수한 기업에 상당한 자율성을 주면서도 그룹 차원의 자본·네트워크·경영 노하우를 더해 성장률을 복리(compounding)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덕분에 할마는 대기업임에도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성장률이 10%대 초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2억파운드(약 4조원)였고, 할마 주가도 최근 10년 새 4배가량 상승했다.
스웨덴 인두트레이드도 비슷하게 강소기업을 모은다. 현재 인두트레이드 산하에는 약 225개 기업이 있다. 인수 대상은 대체로 연 매출 수백억원 수준으로, 산업 장비·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다. 핵심은 ‘해당 지역에서 오랜 고객 관계와 기술적 강점을 확보한 기업일 것’이다. 할마가 글로벌 니치 리더를 노린다면, 인두트레이드는 ‘현지 밀착형 강소기업’을 모아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인두트레이드 주가는 지난 5년 새 50% 이상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12조원대에 달한다.
한국도 관련 스타트업 시동일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최근 형성되고 있다. ‘강소기업’을 모아 가는 전략을 사용하며 증시에 상장한 회사가 4곳에 이른다. 요시무라 푸드(식료품 밸류체인 기업을 사 모으는 기업), 재팬 엘리베이터 서비스(엘리베이터 유지보수 분야를 사 모으는 기업), GENDA(엔터테인먼트 회사 인수 기업), NGTG(Next Generation Technology Group·가업 승계가 어려운 제조업을 사 모으는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직 이들 일본 기업의 시가총액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선진국 사례처럼 수십조원대 기업 집단으로 커 나가진 않았다. 일본 기업이 소유한 회사가 12~30개에 불과하고 아직 해당 모델로 상장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일본은 걸음마 수준이다.
해당 기업들 중에 주목할 곳은 올해 상장한 NGTG다.
NGTG는 2018년 설립 이후 자동납땜기계·정밀 판금·LED 전광판 등 틈새 기술기업 12곳을 인수했다. 이들 기업은 직원 수 20~60명 내외의 소규모지만 특정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가진 틈새 강자들이다. 대부분 설립자나 기존 대표가 경영에 잔류해 후계자 양성과 조직 안정을 돕는다. NGTG는 앞으로도 일본 각지 중소 제조업체를 꾸준히 사들이며 “지역 기술을 계승하는 장수기업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테크놀로지 그룹(NGTG·기술승계기구)이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강소기업을 연속 인수하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중소·강소기업 가업 승계가 존재하는 만큼 NGTG 같은 모델을 찾아야 한다.
국내에선 아직 강소기업을 사 모으는 전략을 구상하는 상장사는 없다. 다만 이를 준비하는 곳은 있다. 지난 5월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3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리버티랩스다. 정재문 리버티랩스 대표는 수천억원의 가문 자산을 보유한 패밀리오피스 ‘성담’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기업가치 약 수백억원대 기업들을 모아 가며 NGTG 모델을 한국에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아직 걸림돌이 있다. 보통 기업 인수에 대출(인수금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조달 금리가 7%대로 높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방은행 위주로 강소기업 인수·합병(M&A) 시 약 2%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대표는 “가업 승계 이슈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중소기업 M&A를 할 때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인 일본·한국에서 강소기업을 사 모으는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