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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도 흔들릴 수 있다?” 데이터 주권으로 본 소버린 AI
입력 : 2025.10.16 1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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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빠지지 않는 시대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두려움도 깊다. 지식전파사에 출연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 지점을 솔직하게 짚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 비중은) 5%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요. 솔직히 다 두려워할 거예요.”
디지털 전환의 지난 20년을 겪으며 다수는 불편을 체감했지, 성과를 체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기술을 무작정 막으려는 심리도 강하다. 하지만 그는 초긍정주의자로 불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언제나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길을 선택해왔다는 진화의 본능 때문이다.
“AI 시대도 무조건 온다. 오는 가운데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 개념을 제시하며 스마트폰 문명이 바꾼 인간의 삶을 일찍이 통찰했던 학자다. 그는 AI를 둘러싼 과장과 공포 너머에서 산업적 기회와 국가 전략을 읽어낸다. 특히 이번 지식전파사 인터뷰에서 그는 ‘피지컬 AI’와 ‘소버린 AI’라는 두 축을 통해, 한국이 놓치지 말아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 현장에서의 혁신과 국가 차원의 생존 전략, 이 두 갈래는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피지컬 AI’의 혁신, 자율주행·로봇이 여는 현장최 교수는 LLM 개발자들의 역할을 ‘인터넷 시절 브라우저나 메일 서버를 만든 사람들’에 비유한다. 중요한 영역이지만, 대규모 산업 전체를 먹여 살릴 파이는 작다는 뜻이다. 반대로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이 주목해야 할 기회는 ‘피지컬 AI’다.
“물건 위에 AI를 탑재해서 우리가 써먹는 것, 제일 대표적인 게 자동차 위에 AI, 그게 자율주행이죠. 또 하나가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에 AI 입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최 교수는 이미 사례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구글 웨이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1500대를 운영하며, “지난해에만 550만 명이 탔고 올해는 1100만 명이 탑승할 것”이라고 수치를 제시했다. 중국은 더 과감하다. “요금은 일반 요금의 3분의 1만 받고 우한과 상하이에서 수백 대를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는 “중국은 사고가 나도 안 난 나라”라고 농담을 던지며 리포트 신뢰도를 꼬집었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가능성에 거대한 자본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데이터 중심 전략으로 또 다른 경로를 개척했다. 카메라 12대를 달고 40억㎞ 주행 영상을 학습해 FSD 버전 12를 내놨다. 덕분에 미국 도심에서는 ‘핸들에 손 한 번도 안 대고 출근’하는 영상이 쏟아졌다. 더 나아가 테슬라는 6월 로봇택시를 공개했고, 텍사스 공장에서 고객 집까지 무인 배송을 시작했다.
최 교수의 해석은 간명하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테슬라가 물류회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제조·모빌리티·물류의 경계가 피지컬 AI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버린 AI’는 생존 전략이다산업 현장의 기회와 동시에 최 교수는 국가 전략의 절박성을 강조한다.
“AI 학과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는 다 밑바닥에 깔리는 거니까 그걸 근간으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소버린 AI를 ‘필요한 것’이라 못 박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 주권 없이는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스스로 학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이 본인들의 서버 데이터를 쓰라고 주겠습니까? 절대 안 주죠.”
그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다.
“독도는 일본 땅이야, 고구려는 중국 건데 한국이 시비를 거는 거야 라는 식의 데이터가 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의 부재는 곧 역사와 영토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다행히 한국은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 덕분에 방대한 언어·문화 데이터를 쌓아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는 소버린 AI의 요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GPU를 100만 대 설치해서 전기를 공급하고 온도 조절을 하고 운영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AI 서비스를 온 국민에게 제공하는 종합적 역량.”
서버·전력·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이를 국가 전략으로 삼을 때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의 끝자락, 최 교수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같은 주문을 던졌다. “내가 개인으로든 사회로든 일단 터놓고 생각을 해야 해요. 그리고 거기서 내가 길을 찾아야 합니다.” 자율주행과 로봇이 여는 현장은 이미 산업 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 데이터와 전력·센터를 아우르는 소버린 AI는 국가 생존의 조건이다. 최 교수의 단언은 단순하다.
“AI는 무조건 온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오직 하나, 우리가 어떤 길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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