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활성화 전략의 뉴패러다임 : 신야간경제 (4)

    입력 : 2025.10.02 10:25:08

  • 도시 전체 대신 ‘구역’으로 승부한다
    세부 구역 단위의 정책적 결단 긴요
    무더위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도시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민의 삶은 지쳐간다. 이제는 단순한 회복 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돌파구, 신야간경제(NTE:Night-Time Economy)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치 있는 도시, 활기 넘치는 도시,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전략. 이는 문화와 복지를 통한 시민의 활력 회복, 외부 관광객 유치에 따른 소비 확대, 그리고 경제·문화·고용·복지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그 해답은 낮이 아닌 밤에 숨겨져 있다.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강환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은 소멸에 위험에 직면한 국내 지방도시들에 ‘신야간경제’ 전략을 적용하면 도시 활성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창한다. 정 회장의 분석을 통해 ‘신야간경제’가 지역활성화의 법이 될 수 있을지 시리즈로 진단한다.무더위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도시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민의 삶은 지쳐간다. 이제는 단순한 회복 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돌파구, 신야간경제(NTE:Night-Time Economy)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치 있는 도시, 활기 넘치는 도시,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전략. 이는 문화와 복지를 통한 시민의 활력 회복, 외부 관광객 유치에 따른 소비 확대, 그리고 경제·문화·고용·복지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그 해답은 낮이 아닌 밤에 숨겨져 있다.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강환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은 소멸에 위험에 직면한 국내 지방도시들에 ‘신야간경제’ 전략을 적용하면 도시 활성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창한다. 정 회장의 분석을 통해 ‘신야간경제’가 지역활성화의 법이 될 수 있을지 시리즈로 진단한다.

    도시는 낮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이미 ‘밤’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그 무대는 ‘도시 전체’가 아니라 ‘구역’이다. 한국이 신야간경제를 진정한 성장 전략으로 삼으려면 도시 단위가 아니라 구역 단위에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제는 구역으로 승부를 볼 때다.

    밤에도 도시를 켜둔다

    출근길의 분주함과 점심시간의 활기로 도시가 완성된다면, 해가 진 뒤 거리는 늘 비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많은 도시는 역발상을 택했다. “밤에도 도시를 켜두자”라는 흐름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신야간경제(Night-Time Economy)다.

    선진국은 이를 추진할 때 도시 전체를 묶지 않는다. 대신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 전략을 짠다. 구역마다 특색과 인프라가 달라, 맞춤형 정책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 브리스톨이다. 브리스톨은 ‘문화유산’과 ‘야간 쇼핑’을, 뷰리는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야간 특화 구역으로 삼아 성공을 거두었다.

    뷰리 밀 게이트 쇼핑센터(Mill Gate Shopping Centre) 거리의 야간 모습
    뷰리 밀 게이트 쇼핑센터(Mill Gate Shopping Centre) 거리의 야간 모습
    브리스톨 관람차(The Bristol Wheel) 일대의 야간 모습
    브리스톨 관람차(The Bristol Wheel) 일대의 야간 모습

    주거지와 분리, 집중의 이유

    특정 구역에 힘을 싣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지와의 분리다. 유럽 선진국들은 신야간경제구역을 다운타운 중심에 설정한다. 주거지를 포함하면 생활패턴과 환경에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상업지구, 문화 중심지, 잠재력이 큰 인프라 시설만 골라 구역으로 묶는다. 이렇게 해야 주민 삶의 질과 지역 활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치안과 교통도 중요한 이유다. 주말 밤에도 여성들이 안심하고 문화를 즐기려면 안전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좁은 구역에 집중해야 보행환경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런던 웨스트 엔드의 전환

    런던 웨스트 엔드 구역은 신야간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전략적 선택을 통해 단순히 범위를 좁히는 데 그치지 않고 웨스트 엔드처럼 구역별로 집중된 관리와 투자가 이루어질 때 큰 효과를 낸다. 웨스트 엔드 구역의 피카딜리 서커스와 레스터 광장 일대는 2009년 영국 최초로 신야간경제 인증(퍼플 플래그:Purple Flag)을 추진했다.

    시 당국은 치안 인력을 늘리고, 조명을 개선하고, 야간 교통을 연장했다. 청소와 문화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상인들과 협력해 음식점·공연장·서점의 야간 영업을 장려하고, 늦은 시간에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나 축제도 마련했다. 그 결과 웨스트 엔드는 영국 전체 야간경제 수입의 20%, 문화 부문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으로 성장했다. 사고의 전환과 구역을 세밀하게 선택과 집중한 효과다.

    영국 런던 극장거리(Theatre Street)의 야간모습
    영국 런던 극장거리(Theatre Street)의 야간모습

    뉴캐슬과 리버풀의 성과

    뉴캐슬은 그레이 스트리트와 퀘이사이드에 집중 투자했다. 이곳의 신야간경제 구역에 콘서트·공연·클럽·바·음식점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과정에서 7000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790만 명의 추가 방문객이 유입됐다. 단순히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건전한 야간 여가활동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지역에는 야간 시간대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많아, 이들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리버풀은 방문객 경제로 연간 약 6.25조 원을 창출하며 5만8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안전해(You’re Safe Here)’ 프로그램으로 야간근무자 1000명에게 위기 대응 교육을 제공하고, 거리 목사(Street Pastors) 제도를 운영해 귀가 지원과 질서 유지에 기여했다. 야간 운영시설은 7.8% 늘어났다. 250개 기관이 야간안전 프로그램을 채택해 시민과 방문객이 야간 치안 안정성 향상을 체감토록 했다.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안전, 고용, 포용적 도시문화까지 성과가 확산된 것이다.

    리버풀의 세인트 주드 공원(St. Jude Park)의 야간모습
    리버풀의 세인트 주드 공원(St. Jude Park)의 야간모습

    단계적 확산, 스웨덴과 더블린

    스웨덴은 영국과 네덜란드에 비해 늦은 2010년대 후반에야 신야간경제를 시작했지만 ‘단계적 확대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 먼저 한 구역에서 성공을 만든 뒤, 다른 구역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해 정책 리스크를 줄이고 확산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스톡홀름에서는 문화 인프라와 관광 잠재력, 주민 참여 의지를 기준으로 구역을 선정했다. 그 결과 관광객과 매출이 늘었고, 레스토랑·바·공연 업종에서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 소상공인 수익도 오르고, 경찰과 당국이 협력해 비교적 안전한 밤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 더블린도 성공 사례다. 크리에이티브 쿼터(Creative Quarter)와 데임 지구(Dame District)는 지정 이후 유동인구가 두 자릿수로 늘었다. 야간 시간대에도 시민과 관광객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조명 개선, 순찰 인력 확대, 야간 교통 보장, 민간 파트너십 안전 캠페인 등으로 범죄율도 낮아졌다. 전국 유동인구 평균 2.8%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블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의 신야간경제구역에서는 유동인구가 오히려 13%나 늘어난 점이 두드러진다.

    더블린의 성공은 아일랜드 전역으로 확산되며, 신야간경제구역 인증을 받은 도시들이 상점 공실률 감소, 방문객 증가, 야간업종의 매출 상승 등 성과를 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블린의 사례는 신야간경제가 단순한 야간 영업 확대가 아닌, 도시 브랜드, 치안, 공공정책, 민간 협력이 통합된 거버넌스 전략임을 보여준다.

    아일랜드 더블린 세인트앤드루 거리(Saint Andrew‘s Street)의 야간 모습
    아일랜드 더블린 세인트앤드루 거리(Saint Andrew‘s Street)의 야간 모습

    국가 전략으로 확대한 중국

    중국은 한층 더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주요 도시는 국가 지정 ‘야간문화관광 소비단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친다. 단순히 상점이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역사 거리·관광지·문화예술 공간을 구역 단위로 지정해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2019년 첫 야간경제 포럼 이후, 중국은 약 30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야간경제 시장을 열었다. 또 내수 경기 부양에도 뚜렷한 효과를 거뒀다.

    중국 청두의 현대적 콘텐츠 중심 야간소비 시범구역인 춘시루(Chunxi Road)
    중국 청두의 현대적 콘텐츠 중심 야간소비 시범구역인 춘시루(Chunxi Road)

    한국이 배워야 할 점

    도시의 밤은 더 이상 부차적인 시간이 아니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신야간경제(Night-Time Economy)’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중요한 점은 이 경쟁이 도시 전체가 아닌 구역 단위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관광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서울 전체’가 아니라 특정 거리, 광장, 문화지구 같은 살아 있는 공간이다. 한국이 신야간경제를 도입하려면 도시 단위라는 모호한 접근을 벗어나, 구역 단위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사진설명

    ▶ 정강환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93년 배재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유일 축제경영대학원인 배재대학교 관광축제한류대학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 축제학 개척자로 꼽히며 100여 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해 국내외 축제 리더를 양성해왔다. 50여 개 나라가 활동하는 세계축제협회의 아시아·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며 주민화합 중심에서 지역개발형 축제로 전환을 이끈 ‘축제계몽운동’을 30여 년간 진행해 축제산업 패러다임을 바꿨다. 보령머드축제, 추억의 충장축제, 서구아트페스티벌 등 대표적 지역개발형 축제를 기획•개발했다. 정동야행, 진주남강유등축제 등을 통해 한국 도시의 야간 경쟁력 강화를 주창하고, 지방소멸 위기 해법으로 야간형 축제와 신(新)야간경제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첼시 플라워쇼, 스페인 토마토축제, 캐나다 윈터루드 등 세계적 축제와 교류도 확대해 K-축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세계 축제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70년 만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헌액됐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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