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프 페르난도우 고플루언트 CEO “언어교육이 곧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입력 : 2025.09.29 15:30:02

  • · 언어교육, 복지에서 비즈니스 전략 투자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 AI 시대에도 실전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핵심 경쟁력
    ·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크리스토프 페르난도우 고플루언트 CEO
    크리스토프 페르난도우 고플루언트 CEO

    지난 2000년에 설립된 ‘고플루언트(goFLUENT)’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100여 개국 30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둔 글로벌 B2B 언어교육 전문기업이다. 아마존, TSMC, 인텔, 액센츄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주 고객인 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실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온라인 클래스에서 함께 토론하는가 하면 산업별·직급별로 구성된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기업들의 언어교육 수준은 어떨까. 최근 방한한 크리스토프 페라난도우 고플루언트 CEO는 “시험 준비와 실제 비즈니스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기업들이 언어교육을 복리후생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의 언어교육,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아

    Q 기업 입장에선 임직원 영어교육에 투자를 늘려도 글로벌 미팅을 주도할 만큼 뚜렷한 실력 향상이 부족하다던데.

    A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한국 기업들을 수없이 만났어요. 핵심은 투자의 방향성에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교육비를 지출해 토익이나 오픽 점수는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미팅에선 통역사를 부르더군요. 시험 준비와 실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에요. 제조업에서 품질 문제가 생기면 긴급히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과 문법 문제 하나 푸는 것은 전혀 다르거든요.

    Q 한국 기업들의 언어교육 접근법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A 언어교육에 대한 투자 의지와 규모는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꽤 높은 예산이 배정돼 있더군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성과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언어교육을 복리후생이나 개인의 자기 계발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교육 설계부터 성과 측정까지 모든 과정이 비즈니스 목표와 분리되어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언어교육을 단순한 복지가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과 연계된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핵심이죠. 이미 갖추고 있는 투자 인프라와 학습 문화를 바탕으로 접근 방식만 조정한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Q 고플루언트가 개인(B2C)이 아닌 기업(B2B)의 언어교육에 집중하는 이유처럼 들리는데요.

    A B2B와 B2C는 완전히 다른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학습자는 일반 회화나 시험 준비가 목표이지만 기업 고객은 산업별 전문 용어, 미팅, 프레젠테이션, 협상 스킬 등 고도로 특화된 커리큘럼을 요구하거든요. 저희는 25년간 B2B 시장에서 축적한 산업별 언어 데이터와 비즈니스 시나리오 기반 교육 방법론에 집중해왔고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했습니다.

    AI가 오히려 사람 간 소통 역량의 중요성 부각해
    사진설명

    Q 일각에선 AI의 번역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해야 하냐고 묻기도 합니다.

    A 흥미롭게도 업계에선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번역과 언어 도구의 정확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오히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주목하고 있어요. AI가 정보 전달과 학습 효율성은 개선했지만 신뢰 관계 구축이나 협상의 뉘앙스,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건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거든요. 저희가 AI를 학습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되 교육의 중심은 사람 간 실제 상호작용에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Q 고플루언트만의 차별화된 교육 방식이라면.

    A 글로벌 기업들의 언어교육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스킬 차원에서 접근하며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교육을 설계해 온 경험과 노하우가 차별점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전 세계 다양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온라인 클래스에요. 같은 레벨의 학습자들이 자연스럽게 각국의 다양한 억양과 비즈니스 문화를 경험하면서 산업별·직급별 맞춤 커리큘럼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를 넘어 실제 다국적 환경에서 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러한 글로벌 인프라가 경쟁력이죠.

    Q 글로벌 기업들이 이 언어교육을 선택하는 이유일까요.

    A 실전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핵심이에요. 단순한 회화 중심 학습을 넘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무 중심의 맞춤형 학습을 통해 비즈니스 성과와 연계하려는 니즈가 강해지고 있어요.

    한국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곧 글로벌 경쟁력

    Q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계획이 궁금해지는데요.

    A 단기적인 매출 타깃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 수준을 고려할 때 이 시장에서의 성공이 아시아 전체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실제로 ‘휴넷’과의 콘텐츠 독점 계약 파트너십을 통해 로컬 시장 전문성과 글로벌 솔루션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서비스 판매가 아니라 한국 HR·L&D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는 게 목표죠.

    Q 언어교육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라면.

    A 한국 기업들은 이미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근면성과 학습에 대한 열정도 강점이죠. 이를 세계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갖춘다면 더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언어교육이 진정한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가 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고플루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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