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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안 따른 배당·절세 전략, 연금·퇴직급여 세제 혜택 커진다
입력 : 2025.09.05 16: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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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7월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7월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비과세나 분리과세로 남아 있던 다양한 상품에 대해 대상자를 좁혔다. 앞으로 더 심해질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핀셋 증세’로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소득이나 연금 및 퇴직급여에 대해선 세제혜택을 넓히기도 해서 금융투자자들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과세 대상자 줄여대표적인 비과세 상품 중 하나였던 비과세종합저축과 조합 출자금/예탁금 비과세 혜택이 대폭 줄어들었다. 일몰기한이 올해 말이었던 걸 연장하지 않고 대상자를 대폭 축소한 방식이다. 가입할 생각이 있다면 올해 안에 가입해야 1년이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5000만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줬던 종합저축은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 내년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만 해당된다.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에 대해 지급되기 때문에 소득 상위 30%의 노인은 비과세 종합저축 가입이 불가능하다.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이자·배당소득세 감면(비과세) 대상자도 축소된다. 농·어·임업인 조합원,총급여 5000만원(또는 종합 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 가입자는 지금과 같이 2028년까지 사실상 비과세 유지다. 2029년은 5% 분리과세, 2030년부터는 9% 분리과세가될 예정이다.
총 급여가 5000만원 넘으면 2026년부터는 5% 분리과세이고 2027년부턴 분리과세 세율도 9%로 더 높아진다. 이제 급여소득이 5000만원이 넘는 사람이 내년 이후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금융상품은 ISA, 브라질 국채, 장기저축성보험 정도만 남은 셈이다.
지금까지는 비과세 배당으로 남아있던 감액배당에도 손질이 가해진다. 감액배당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일정 수준 준비금을 감액한 뒤 이를 배당재원으로 하여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 연도에 발생한 순이익을 주주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회사에 납입한 자본을 돌려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감액배당은 일반 배당과 달리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소액주주는 물론 일부 대주주가 감액배당을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거액을 배당받으면서 조세 회피를 위한 편법이라는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감액배당에 있어 과세제외 범위를 조정해 대주주의 경우 보유한 주식의 취득가액까지 배당소득에서 제외하고 초과분은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130여 개 상장사가 감액배당을 결정했는데 대주주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질 경우 배당 증액에 대한 니즈가 없어질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처럼 1대주주가 개인이 아닌 경우는 세제개편안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배당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또한 메리츠금융지주도 지난 8월 13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비과세 배당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세법개정안에 따른 감액배당 과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반주주 기준 비과세 혜택은 유지돼 정책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저평가 구간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원안보다 축소세제개편안 발표 전부터 관심을 모아온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원안보다는 축소된 형태로 발표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기업 중 ①배당성향 40%이상이거나 ②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 증가한 기업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대상을 확정했다. 세율의 경우 3억원 초과 보유자에 대해선 원안보다 세율이 올라갔다. 배당소득 3억원 초과 시 최고세율 35%(지방세 추가 10%)가 적용된다. 2000만원 이하는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0% 세율이 적용된다. 2026년부터 개시되는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이 대상이고, ①, ②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종목) 선정도 2026년부터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년초에 받는 배당소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은 일단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만 적용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3억원 이상의 대주주들이 배당을 크게 늘릴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자사주매입·배당증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기업이라면 배당 증대를 기대할 만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자사주매입 상위 30% 기업 중,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 중 시가총액이 30000억원 이상이고 2025년 예상 배당수익률이 3% 이상인 기업은 NH투자증권, HL홀딩스, 미스토홀딩스, KT&G, 파트론, 코웨이 등이 있다. 이중 배당수익률이 NH투자증권, HL홀딩스는 5%대로 높은 편이다. 자사주매입 상위 30% 기업 중, 배당 성향이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증가 조건을 맞추는 기업은 현대차,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현대홈쇼핑, 한섬, 키움증권, 두산밥캣, SNT모티브가 있다. 이 중에선 현대차 우리금융지주가 5%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 다만 은행업종의 경우 주주환원이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 측면에서 진행돼 배당소득분리과세의 실질적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 시중은행지주의 경우 전체 주주환원율 기준으로는 대체로 35%를 상회하고 있으나 배당성향의 경우 대부분 30%보다 낮은 상황이다”라며 “현재 자사주 포함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향후 법안 통과 이후 주주환원 방법에 있어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법안에 따른 영향이 없는 외인 투자자의 경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급 측면의 불확실성도 높은 편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은행업종 중에서 배당 위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펴기 때문에 배당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2024년 기준 별도 배당성향은 35%, 연결 기준 약 32% 수준이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은행업종 중 배당 위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중으로 배당 분리과세 적용 가능성에 가장 가깝다”며 “2월 배당협의체를 통해 배당 규모를 확정하기에 내년 2월 중 배당성향 및 분기·반기 배당 도입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금·퇴직소득세 낮아질 듯연금 부문에서 2025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사적연금을 종신연금으로 받을 경우 원천징수세율이 기존보다 낮아진다는 점이다. 연금소득 원천징수세율은 연금을 수령할 때 미리 떼는 세금의 비율을 말한다.
특히 종신연금 수령 시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최저 세율이 적용돼 장기적으로 상당한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종신연금을 선택하면 연령대와 무관하게 동일한 최저 세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평생 연금을 받으면서도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연령별로 3~5%로 차등 적용되던 세율 체계와 달리, 종신연금은 나이에 상관없이 유리한 세율 3%가 적용되어 젊은 연금 수령자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종신연금 선택 시 고려할 사항은 있다. 세율이 낮고 평생수령이 가능하지만 중도해지에는 제한이 될 수 있다. 또한 종신연금 방식의 수령 방식을 지원하지 않는 금융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장기간 나누어 받을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이 더욱 확대된다. 특히 초장기 수령을 선택하면 추가로 감면율이 새롭게 신설되어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금을 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시금에 비해 퇴직연금은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만 가능했다. 10년 이하는 30% 감면, 10년 초과는 40% 감면이었다. 그런데 이제 20년을 초과하는 기간동안 나눠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50% 감면해주는 것이다.
만약 퇴직금 1억원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근무연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행 제도에선 대략 350만원가량의 퇴직소득세를 내게 된다.
그런데 연금계좌로 받으면 10년 이하 기간은 245만원, 20년은 210만원 퇴직소득세가 발생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20년 이상으로 연금수령 기간을 길게 잡으면 퇴직소득세는 175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투융자집합투자기구 계좌 분리과세2025년 세제개편안은 투융자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의 분리과세 혜택이 3년 연장됐다. 투융자집합투자기구는 국내에 2종목이 상장되어 있는데 공모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 KB발해인프라다. 이들은 1억원 한도로 투융자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로 투자 시 15.4%의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2000만원이 넘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걱정이 없고 건강 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투융자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는 2020년 도입돼 2022년 말 일몰 예정이었으나 3년 연장되었고 다시 2025년 말 일몰 예정이었으나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2028년 말로 연장되었다. 이번 분리과세 헤택 연장을 통해 맥쿼리인프라나 KB발해인프라에 대한 투심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모 인프라펀드 세제 혜택이 처음 시행되었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맥쿼리인프라의 개인 주주 비중은 2006년 3%에서 2012년 22%까지 급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8월 중순 기준으로 맥쿼리인프라의 배당수익률은 6.5% 정도다. 반기배당을 하며 반기에 380원을 배당해왔다. KB발해인프라 역시 반기 배당을 지급한다. 지난해 하반기 주당 325원과 같은 반기배당을 이어간다면 8월 중순 8300원 수준의 주가에서 연배당수익률은 7.8%에 달한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