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철 이후 부동산 전망 서울 집값, 주춤하더니 ‘슬금슬금’ 오르네...세금 규제로 부동산 안 잡는다고 했지만…

    입력 : 2025.08.28 16:37:12

  •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발표되고 서울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꿈틀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발표되고 서울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꿈틀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 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6·27 대책)’이 발표된 후 약 두 달 동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거 선호도 높은 한강벨트 지역은 물론 서울 지역 대부분이 매수 관망세로 돌아서며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반면 일부 단지에서는 오히려 신고가를 기록하는 매매 거래가 속속 등장하는 기현상도 연출된다.

    그렇다면 올 연말까지 서울·수도권 집값은 어떻게 될까. 또 내년까지 집값을 좌우할 변수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 16명에게 물었다. 대체로 올 하반기 아파트 매매 시장이 거래량 없이 버티기 장세를 이어갈 테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결국 소폭이나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아파트값 역시 서울 집값을 따라 소폭 오르거나, 적어도 현상 유지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16명 가운데 절반은 올 하반기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이 실거래 없이 버티기 장세(8명)에 돌입할 것으로 봤다. ‘실수요 중심 완만한 하향 안정세’를 전망한 전문가도 2명 있다. 5명은 아파트값이 ‘단기 조정 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봤다. 한동안은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물 위주로만 간간이 거래가 성사돼 전체 거래량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3억원을 넘어선 서울 아파트의 경우 ‘대출 한도 6억원’ 규제 여파로 유동성이 제한된 만큼, 한동안은 과열됐던 시장이 숨 고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수도권을 나눠 살펴보면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전문가 16명 중 10명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3~5% 상승’ ‘보합’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각각 3명이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잠시나마 수요가
    억제되긴 했지만, 적절한 공급 대책 없이는 오히려
    집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잠시나마 수요가 억제되긴 했지만, 적절한 공급 대책 없이는 오히려 집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서울 집값 안정을 꾀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올랐다. 상승률이 직전주(0.14%) 대비 축소되긴 했지만 집값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27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6월 다섯째주(30일 기준) 이후 5주 연속 둔화 양상을 이어가다 6주 만에 확대됐고, 한 주 만에 다시 축소 전환하는 등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매 거래량 자체가 줄었다는 점에서 6·27 대책은 분명 효과를 냈다”면서도 “다만 수요가 잠시 억제됐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며, 서울 아파트값 역시 상승률이 축소됐을뿐 하락 전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망세가 끝나면 다시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추가 규제’를 언급하며 실수요자 불안감을 키우기보다는 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라붙는다.

    공급, 금리, 그 다음은 추가 규제?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 323세대로 상반기 대비 29%,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 323세대로 상반기 대비 29%,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내년까지 집값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공급 절벽(10명)’을 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 총 가구 수 기준)은 올해 14만 5237가구에서 내년 11만 1470가구, 2027년 10만 5100가구로 감소할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4만 6767가구에서 내년 2만 8355가구, 내후년 880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경기는 7만 5868가구에서 6만 613가구로 줄었다가 2027년에는 8만 909가구로 늘어나고, 인천은 2만 2602가구에서 1만 7102가구, 1만 5388가구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공급이 계속 위축되면 결국은 집값이 다시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유동성(대출 한도)을 억제해 매수 포기자가 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효과는 길어야 3~4개월”이라며 “신규 공급 없는 채로 대출 규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수요자가 시세가 높은 곳에서 낮은 지역으로, 중대형 면적에서 중소형 면적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부터 서울·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줄어드는데, 각종 규제와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된 정비사업 사업장이 많은 점도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운다. 서울·수도권에서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 외에는 이렇다 할 공급 수단이 없는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인상에 더해 6·27 대책에 포함된 이주비 대출 제한까지 겹치며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는 결국 공급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의 의견이다.

    추가 규제 가능성 등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6명)도 내년까지 집값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6·27 대책 발표 후 두 달이 채 안된 지난 8월 14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명 소감과 취임사를 통해 각각 ‘생산적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산적금융이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 모델 대신 ‘비생산적 부문’인 주택담보대출 등에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모델이다.

    특히 이찬진 원장은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부채와 주택가격 사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 금융안정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가계대출 규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정부 초대 금융수장 ‘투톱’이 한 목소리로 가계부채를 경계하는 흐름 속에서 금융당국은 조만간 발표될 부동산 공급 대책에 맞춰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강화 등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내년 집값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내놓을 다음 대책이 ‘세금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부동산세는 지난 7월 31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서 빠졌다. 세금으로 집값을 억지로 잡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부동산) 수요 통제를 위해 세금을 활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피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조대로 이재명 정부는 증세 대신 대출을 옥죄는 규제 강화를 택했다.

    집 값 ‘상향 평준화’하나

    다만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 가능성, 즉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한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서울·수도권 인기 지역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 과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TF 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열린 한 부동산 정책 세미나에서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고용됐을 때 집을 샀다가 해고되면 다시 팔 수밖에 없다”며 “높은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 ‘조세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언제든지 증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중론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공급 절벽 등 집값에 영향을 줄 변수가 다분하다. 이들 요소가 집값 상승을 촉발한다면 정부는 부동산세 개편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곳곳에서 신호가 감지된다. 당정이 간단히 세금을 올릴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은 국가가 해당 토지와 주택의 가치를 별도로 측정해 고시하는 가격이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된다. 실거래가 처럼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지 않는 탓에, 통상적으로 공시가격은 시세보다 낮게 측정된다. 실제 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바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다.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다. 세금 기준이 되는 금액이 오르는 만큼 부동산 보유자들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치솟는다.

    6·27 대책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만약 세제 개편까지 이뤄진다면 투자자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은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소위 ‘똘똘한 한채’로 수요가 몰리고 신축, 구축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동안은 신축·구축 간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 양극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눈여겨봄직하다. 윤지해 랩장은 “한동안은 거래가 잠잠하겠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여력이 낮아진 실수요자는 대체제를 찾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가나다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정다운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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