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4 | 글로벌 반응 ② 중국] 미·중 관세전쟁 ‘휴전 연장’ 관건은 트럼프-시진핑 회담

    입력 : 2025.08.27 17:39:18

  •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휴전을 90일 연장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 유예기간이 끝나는 8월 12일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예기간을 90일 더 연장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힌 것이다.

    미·중은 미국이 지난 2월 처음으로 대중 추가 관세를 부과한 뒤 보복에 보복을 거듭했다. 급기야 관세율은 세자릿수까지 치솟았다. 이후 두 나라는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고 각각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115%포인트 중 지난 4월에 매겨진 91%포인트는 취소하고 24%포인트는 적용을 90일 유예했다. 이 유예기간을 이번에 90일 더 연장한 것이다.

    미·중은 비관세 조치에 대한 이견 조율을 위해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2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었다. 그 결과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을 재개했고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완화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중국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7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3차 고위급 무역회담에서는 관세 유예 90일 연장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中 긍정적 평가 … “상호신뢰 깊어져”

    이날 중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미 스톡홀름 무역협상 공동성명’ 전문을 공개하고 양국이 90일 더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스톡홀름 경제무역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중·미가 세 차례 고위급 무역회담을 거치면서 8월 12일 전에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미국 방산기업 45곳을 대상으로 한 보복 조치를 이날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통제에 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도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7월 31일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한 자국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논평에서 “이번 회담은 공동인식을 공고히 하고 상호신뢰를 깊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고, 양국이 평등한 대화·협상으로 경제·무역 이견을 해결하는 데 신뢰를 더 높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 24% 유예와 중국의 반격 조치 유예를 90일 연장한 것을 두고는 “(미중) 각자가 기쁘게 반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미·중 양국의 90일 관세 유예 합의에 대해 “세계에 다시금 글로벌 양대 경제체가 마주 보는 중요한 신호를 발신했다”며 “양국이 정상들의 중요 공동인식이라는 지도를 준수하고 평등한 대화·협상을 견지한다면 오해를 줄이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설명해줬다”고 환영했다. 관세 유예 90일 연장 합의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7월 28일 ABC에 “미국과 중국이 올해 말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3차 무역회담을 진행한다”며 “양국이 관세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숀 스타인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장은 AP통신에 “이번 스톡홀름 회담이 양국 정부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합의는 일단 두 사람의 만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스트롱맨’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인식 아래 트럼프 행정부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말 방중한 미국 기업 대표단을 만나 대중 투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당시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이사회 의장인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기업인들과 만나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비바람을 겪었으나 양국은 여전히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디커플링은 통하지 않고, 평등한 대화·협상만이 이견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중국의 개방된 대문은 더 크게 열리기만 할 뿐이고, 외자 유치 정책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소비 시장의 규모는 세계 선두에 있고, 성장 잠재력과 혁신 활력이 풍부하다. 중국은 미국 기업을 포함한 각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중 경제 무역 협력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 뒤 “미·중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먼저 방중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곧 미국 경제 무역 대표단이 온다고 전하며 “미국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방중은 업계의 집단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경제계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중·미 경제 무역 협력은 상호 이익과 윈윈 관계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합의에 ‘대미 종속 초래’ 우려

    한·미 간 무역 합의에 대해 중국은 대미 종속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월 30일자 논평에서 한·미 간 조선 협력 방안에 대해 “이 파트너십은 미국의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한 조치로 제시됐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이 기술 전문성과 재정 투자를 관세 인하와 교환하는 판돈이 큰 거래”라며 “불확실한 보상과 장기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선진 선박 건조,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분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해 관세 인하 등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접근은 지정학이 경제 원칙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온 것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공급·무역망의 빠른 재편 속에 거는 고위험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는 중·한 관계에 새 도전 과제를 줬다”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한국에 중국 대응에 관한 더 큰 역할을 맡도록 압박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유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목적으로 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참여 모색은 중국과 한국의 장기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해칠 위험성을 준다”고 비판했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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