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찬물’ 끼얹은 6·27대책 ‘6-1-0’

    입력 : 2025.08.08 17:27:03

  • [Part 1] 매매·전세·대출·청약 꽁꽁
    수도권 매매·전세가격 상승 여부가 변수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새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책(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집값 상승은 일단 멈췄고 거래량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혼선은 여전히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워낙 다양한 데다 내용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6(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1(전세반환대출 1억원 제한)-0(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금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 어느 홈페이지에도 경과규정 등 세부 내용과 관련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규제 방안이 담겼는데 설명자료는 상세하지 않아 현장에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대책 발표 이후 언론에 경과규정 적용 관련 참고 자료와 금융권에 세부 지침을 전달했다. 해당 내용을 토대로 ‘6·27 대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본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 추이다. 워낙 강력한 수요 억제책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사진설명

    정부는 6·27 대책에서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했다. 다주택자는 주담대를 금지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도, 15억원 혹은 20억원 하는 아파트를 살 때도 대출은 딱 6억원까지만 나온다.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었다. 1주택자가 주담대를 받을 경우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주택이 지방에 있더라도 수도권에 새 주택을 구입하면 규정이 적용된다. 주담대를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지켜야 된다. 눈여겨볼 점은 이 같은 규제가 일반 주담대는 물론 이주비 대출, 잔금대출, 법원 경매에서 활용되는 경락자금대출 등에도 모두 적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주비 대출도 2주택자는 ‘0원’이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한도가 6억원 이내다. 경과 규정만 다소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일반 주담대는 ‘6월 27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주비는 ‘6월 27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규제 대상이다.

    청약 당첨자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새집에 입주할 때 일으키는 잔금대출도 6억원이 한도(6월 28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 단지)다. ‘1주택자 6개월 내 처분’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청약 중도금의 경우에는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6월 28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받아 분양한 단지도 중도금은 예전처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잔금 전환 때는 ‘6억원 이내’로 제한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매매된 경우에는 매매 약정서까지만 체결된 경우 구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6월 27일까지 관할지방자치단체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경우만 ‘6억원 대출 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락자금대출도 이번 규제 적용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경매는 실거주 의무가 없지만 앞으로는 대출을 받아 낙찰금을 지급하면 실거주가 필수라는 뜻이다.

    전세와 관련한 대출도 꽁꽁 묶여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 연합뉴스>

    6·27 대책에서는 전세 관련 세부 지침도 상당수 포함됐다. 핵심은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매수하면 여러 규제를 받는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이른바 ‘갭 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먼저 수도권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다. 세입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바뀌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대출이 금지됐다는 얘기다. 대출 규제 실행일(6월 28일) 이후에 전세 계약을 맺는다면 적용 대상이 된다. 이 규정은 청약 당첨자에게도 해당한다. 대출 규제 실행일(6월 28일) 이전에 분양받은 아파트도 모두 대상이다. 수분양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납입하려고 하면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력한 전세 관련 대출 규제는 또 존재한다. 수도권·규제지역 안에서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이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6월 27일까지 주택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마무리돼야 한다. 둘 중 한쪽만 ‘경과규정’을 채웠을 경우에는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정부는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 안에 이뤄진 전세반환대출은 6월 27일 이후 계약이더라도 6억원 까지 주담대를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대출이 실행되려면 3개월 내 중도금·잔금 및 전세퇴거자금대출까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며 임차인 전세 계약도 3개월 내 끝나야 돼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은 기존 90%에서 80%로 7월 21일부터 하향 조정된다.

    생애최초 LTV 80%→70%로… 정책대출도 손질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달 다섯째주(6월 30일 기준) 기준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달 다섯째주(6월 30일 기준) 기준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6·27 대책에는 여러 정책 대출을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가장 먼저 수도권에선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에서 70%로 낮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로 보고 LTV 규제를 좀 풀어주고 있었다. 만일 생애 최초로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있을 경우 기존엔 최대 6억 4000만원(LTV 80%)까지 주담대가 나왔지만 이젠 5억 6000만원(LTV 70%)만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대출 역시 손봤다. 집을 구입할 때 받는 디딤돌, 전세를 살 때 받는 버팀목 대출 모두 최대 한도가 줄어들었다. 사회 초년생·신혼부부 등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출 한도가 약 4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돈을 갚는 기간인 대출 만기도 수도권은 30년 이내로 제한을 뒀다. 수도권에선 대출 만기가 40년으로 긴 주담대를 이제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그동안 같은 돈을 빌려도 대출 만기가 길면 매달 쪼개서 갚아야 하는 액수가 적어지는 만큼 ‘40년 대출’ 활용 빈도가 높았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도 한도가 1억원(수도권)으로 묶였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자금난에 시달릴 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던 상품이다.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제한됐다.

    청약·재건축·경매까지 융단 폭격… 단기 약세 불보듯

    6·27 대책은 수요 억제 측면에서는 상당히 ‘잘 설계된’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택 매매는 물론 그동안 손을 잘 대지 않았던 전세 관련 대출까지 제한했기 때문이다. 재건축부터 청약, 일반 매매, 경매까지 대부분 거래 형태가 영향권인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가장 큰 타격은 재건축·재개발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은 일정 부분 투자 수요가 진입해야 사업성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이주부터 입주, 매매까지 ‘돈줄’이 꽉 막히게 돼 치명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약 시장도 상당히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막히면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하면 청약 시장에 도전도 해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양 시장에 선보인 단지 입장에서는 흥행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권까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권대중 서강대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부터 전반적인 대출을 다 제한한 정책이기 때문에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인기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질 위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매 시장도 패닉 상태다. 경매 낙찰자가 주택을 담보로 경락잔금대출을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발생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은 대부분 싼 값에 낙찰받아 임대를 놓은 뒤 추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가 많다.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비(非) 아파트 시장은 주택 형태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준주택 격인 오피스텔은 현행 규정대로라면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일정 부분 수혜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빌라·다가구 주택 등은 울상이다. 일단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90%에서 80%로 강화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안 그래도 빌라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집주인이 오히려 ‘역전세’에 처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다주택자가 전세반환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점, 신혼부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전세를 들어올 때 활용하던 버팀목 대출 한도가 줄어든 점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경기도 풍선효과·전세 가격 상승 여부가 변수

    그렇다면 6·27 대책의 장기적인 영향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를 예측하려면 ‘세 가지 요소’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서울 외곽과 수도권 매매가격 동향이 꼽힌다. 이번 대책으로 고가 주택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싼 아파트인 만큼 ‘레버리지(대출)’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이 상승한다면 결국 부동산 시장 전체를 하방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가 제시됐던 12·16 대책(2019년) 영향이 단기로 끝난 원인은 ‘수(원)·용(인)·성(남)’으로 대표되는 경기 지역의 약진 탓이 컸다. 이들 지역 가격이 2020년 초반부터 급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을 받쳐주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두 번째는 전세시장 추이다. 서울·수도권 전세가격이 상승한다면 매매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내년 서울과 수도권 입주 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 4400가구로 올해(4만 6710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정부가 향후 전세대출 이자를 DSR에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추이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입주물량 부족과 정부의 전세대출 조이기가 맞물려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통화량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시중에 자본이 많이 풀릴수록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총 통화량을 의미하는 ‘M2’(광의통화·평잔 기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절반 이상(5년간 누적 50.7%) 늘었고, 부동산 시장 과열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