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 캐치 본부장 “요즘 대기업 채용, 카페에서 합니다” Z세대 잡는 반전 전략

    입력 : 2025.08.08 11:16:15

  • 김정현 캐치 본부장
    김정현 캐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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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MBA를 수료했으며, 2018년 진학사의 채용 플랫폼 ‘캐치’ 론칭 시 콘텐츠 기획자로 합류했다. 현재는 캐치 사업을 총괄하며 콘텐츠와 플랫폼 운영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Z세대의 채용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구직자와 기업 간 진정성 있는 연결을 통해 새로운 채용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 안암동 대학가 한복판. 대형 커피전문점 두 개를 붙여놓은 듯한 넓은 공간에 하루 평균 수백 명의 청년들이 들락 거린다. 이름은 ‘캐치카페’. 높은 층고에 웅장한 규모의 카페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커피도 무료, 스터디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Z세대를 위한 새로운 채용 접점, 즉 채용의 오프라인 리테일 모델이다. 그리고 그 배후엔 입시 포털 1위 진학사가 만든 취업 플랫폼 ‘캐치(CATCH)’가 있다.

    캐치는 단순한 채용공고 사이트가 아니다. “상위권 채용 플랫폼”이라는 자신감 있는 정의처럼, 대기업·중견기업·업계 상위 10% 수준의 강소기업만 엄선해 소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김정현 본부장은 “기존의 채용 플랫폼은 공고만 보여주고 끝났다면, 캐치는 구직자가 이력서를 꺼내기 전까지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아준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캐치에는 기업 분석 리포트, 재무 상태, 현직자 리뷰, 면접 후기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된 정보가 정리돼 있다. 단순한 스펙 나열이 아닌 ‘이 회사에 내가 어울릴까’를 고민하는 Z세대의 방식에 맞춰 설계된 구조다.

    이 모든 정보는 AI 매칭을 통해 큐레이션된다. 구직자가 전공, 희망직무, 관심 업종을 입력하면, 그에 최적화된 공고만 골라주는 식이다. 불필요한 공고 스크롤은 줄이고, 진짜 나와 맞는 채용 정보만 추려주는 구조이다.

    “요즘 세대는 넘치는 정보보다 ‘정확한 정보’를 원합니다. AI가 그 필터 역할을 해주죠.”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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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를 원한 Z세대, 공간에서 답을 찾다

    하지만 캐치가 진짜 주목받는 이유는 오히려 오프라인에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가 네 곳(신촌, 안암, 혜화, 서울대)에 문을 연 ‘캐치카페’는 입시 이후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진학사의 또 다른 투자다.

    김 본부장은 웃으며 말했다. “음료, 공간 모두 무료입니다. 사실 시즌 한정 메뉴도 직접 개발해요. 최근에 ‘젤리라떼’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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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는 매년 수십 회의 채용설명회가 열린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10개월간 열린 설명회는 총 63회. CJ올리브영, SKAX, 삼성웰스토리, DB손해보험, 현대오토에버, 한국산업은행 등 주요 기업들이 이 공간을 찾았다. 설명회는 기존 박람회와 다르다. 한 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하며, 일방적인 발표보다 현직자와 구직자가 ‘대화’하는 방식이다.

    “서로 눈을 맞추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면 신뢰가 생깁니다. 어떤 기업은 최종 합격자의 30%가 여기 설명회 참석자였어요.”

    기자가 찾은 안암점은 공간의 쾌적함과 규모는 단순 ‘편의 제공’을 위한 카페를 넘어 대형 컨퍼런스룸을 연상케 했다.

    “카페 운영은 수익을 바라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마케팅 비용이자 사회적 환원이라 생각해요. 진학사로 대학 간 친구들에게, 커리어 전반을 함께 간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죠.”

    한편 기존 채용포털처럼 무작위 지원자를 받는 대신, 캐치 회원가입 시 수집된 관심사 기반 정보를 통해 ‘해당 기업에 관심 있는’ 구직자에게 푸시 메시지가 발송된다. 설명회에는 실질적인 지원 가능성이 높은 구직자만 모인다.

    김 본부장은 “타깃 유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구조”라며, “단순히 홍보 효과를 넘어 실제 합격률과 입사 후 이탈률까지 낮추는 데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채용도 콘텐츠가 만든다

    캐치는 단순히 오프라인 공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캐치TV’는 현재 구독자 34만 명, 누적 조회수 2억 40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단연 ‘연봉 인터뷰’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연봉을 묻는 포맷인데요. 재밌기도 하면서 현실적인 정보도 줘서 호응이 좋습니다.” 실제로 해당 콘텐츠는 MZ세대가 직장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보로 작용한다. ‘직장인 브이로그’도 인기가 높다. 사무실 분위기, 회의, 점심시간, 퇴근길까지, 직원의 일상을 구직자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감각적인 질문에 대해 콘텐츠가 답을 주는 셈이다.

    이 모든 콘텐츠는 내부 5인 팀—크리에이터 2인, PD 3인—이 직접 제작하고 있으며, 기업 광고 요청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이 단 1분이라도 더 설명하려고 해요. 요즘은 구직자에게 다가가는 게 먼저니까요.” 캐치는 이 유튜브 콘텐츠를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채용 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기업정보 페이지 또한 핵심 트래픽 요인이다. 캐치는 채용공고와 함께 재무 데이터, 성장성, 조직문화, 현직자 리뷰 등 기업의 입체적인 면모를 하나의 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이제는 누구나 ‘이 회사 괜찮은가?’를 먼저 검색하잖아요. 우리는 그 질문에 구조적으로 답해주는 플랫폼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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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치의 사업 모델은 단순한 광고비 기반이 아니다. 플랫폼에서 얻은 데이터와 관심사 기반 AI 추천, 타깃 푸시 등은 모두 기술과 사람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구조다. 실제로 캐치팀의 70%가 개발, 기획, 디자인 직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AI 매칭 엔진도 내부적으로 직접 고도화하고 있다.

    “AI 추천은 구직자보다 기업 입장에서 훨씬 중요해요. 원하는 직무에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는 기술이 있느냐가 차이를 만듭니다.”

    시장에서는 캐치를 3세대 채용 플랫폼으로 분류한다. 1세대가 잡코리아·사람인, 2세대가 리멤버·원티드라면, 캐치는 콘텐츠와 오프라인 경험, 기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모델이다.

    “우리는 사람을 이해하는 플랫폼이에요. 채용은 결국 사람의 일이거든요. 데이터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남의 진정성을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실제 채용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대기업이 더는 대규모 공개채용을 하지 않는 요즘, 기업들은 팀 단위로 인재를 선별하고 직접 면접을 본다.

    “직무 적합성, 문화 적응력, 커리어 성장 가능성까지 다 보는 시대죠. 예전처럼 학점과 영어 점수로만 판단하지 않아요.”

    김 본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한 사람의 커리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싶어요. 입시 때 진학사로 출발한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어 캐치카페에서 고민을 나누고, 이후에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설계해 나가는 여정을 응원합니다.”

    5년 전 신촌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캐치카페는 이제 ‘채용의 오프라인 전환’이라는 상징이 됐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중단의 위기도 있었지만, 캐치는 오히려 위기 속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한다.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고, 문화와 환경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지금도 캐치에는 하루 수백 명의 청년들이 방문한다. 공부를 하기도 하고, 설명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 졸업 10년 이내의 이직 희망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만의 경로를 찾는다.

    “결국, 채용은 설득의 과정이에요. 기업이 진정성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반응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접점을 만드는 거죠.”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9호 (2025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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