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대미 무역흑자 5년 내 70% 감축 추진…관세폭탄 피할까?

    입력 : 2025.07.07 17: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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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경고받은 36% 상호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피차이 춘하와치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향후 5년 안에 대미 무역흑자를 70% 줄이고 7~8년 안에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10년 내 흑자 해소”라던 기존 제안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설정한 최종 시한(7월 9일)을 사흘 앞둔 시점, 태국은 ‘10% 기본관세’를 협상 목표선으로 제시하며 ‘최악은 피하자’는 절박감을 드러냈다.

    새 변수도 있다. 미 재무부가 한 차례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며 관세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시계는 다소 늘어났지만, 태국으로서는 ‘관세 쇼크’ 기한이 한 달 남짓 밀린 것뿐이다.

    美시장 전면 개방·LNG·보잉 ‘패키지 딜’

    양보안의 핵심은 ‘시장 개방+미국산 대량 구매’다. 태국은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붙여온 비관세 장벽을 즉시 철폐하고, 일부 민감 품목도 단계적으로 문을 연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 보잉 항공기 등 고부가 상품을 공격적으로 도입한다. 국영에너지기업 PTT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서 연 200만 t씩 20년간 들여오겠다고 했고, 타이항공은 중장기적으로 보잉기 최대 80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미 무역적자를 줄여주고, 중장기적으로는 태국의 에너지 안보와 항공산업 현대화를 동시에 겨냥한 ‘투 트랙’ 카드다.

    태국이 수용 가능한 관세 상한은 20% 선이다. 관세를 10%까지 낮추면 금상첨화지만, 10~20%라도 합의하면 ‘일단 살고 보자’는 계산이다.

    피차이 부총리는 “우리 제안은 상호 이익”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도 걷어낼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베트남이 46%에서 20%로 관세율을 내리며 ‘선방’한 사례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복합 위기의 돌파구이자 정치 시험대

    문제는 국내 체력이다. 태국 경제는 고질적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대비 91%)와 내수 부진으로 이미 속도가 꺾였다.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2.3%로 1%p 낮췄다. 관세가 36%로 치솟으면 성장률 하단이 1%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국경 통화 녹취 유출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헌법재판소가 해임 여부를 심리 중이다.

    협상이 결렬돼 수출이 흔들리면, 이미 흔들리는 정권 지지율은 더 급락할 공산이 크다. 결국 태국은 ‘경제 생명줄’과 ‘정치 명운’을 동시에 걸고 워싱턴과 담판을 벌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제시한 물량 확대 약속은 단기적 흑자 감축에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제고가 병행돼야 지속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당장 칼날이 목전인 지금, 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결국 관건은 ‘시한폭탄’ 관세를 20% 아래로 낮출 수 있느냐다. 협상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한 달. 태국이 던진 ‘70% 흑자 감축’ 카드가 워싱턴을 설득할지, 아니면 36% 관세라는 회초리가 내려질지는 조만간 결판이 날 전망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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