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7] 친환경 에너지 전성시대 올까, 재생 에너지 전환으로 산업 업그레이드 가속

    입력 : 2025.06.30 17: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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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것 중 주목할 만한 분야가 ‘에너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기후 위기 대응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을 예고했는데, 여기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 관련 업무를 맡을 새로운 정부부처 탄생도 예고된 상황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 2030년 첫 개통 목표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에너지 전환 5대 전략 중 신재생·태양광 산업 발전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RE100실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햇빛연금 신설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와 환경부의 기후 탄소 분야를 합쳐 기후·에너지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은 기후와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처가 각각 따로 존재한다. 반면 영국, 독일 등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모두 맡는 부처가 있다. 국회미래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분석한 결과 신설 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평균 18% 수준으로 신설 전 5년간 감축률(5%대)보다 높아졌다. 이번 정부도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관련 정책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100 실현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RE100 전환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 태양광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루프탑 태양광 확대, 사업장 유휴부지 활용 지원 강화를 통한 자가소비용 태양광 보급,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위한 주민 이익 공유와 지자체 인센티브 확대 등의 방안이 언급된다.

    에너지고속도로 개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해안 지역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2030년경 첫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일컫는다. 현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8.6GW(기가와트)인데 이중 약 20%인 7.1GW가 전남과 광주 지역에 분포돼 있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생기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집중된 호남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으로 이동시키는 돌파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따져보면 신재생에너지가 최초로 10%를 초과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 증가폭이 직전해 대비 증가하면서 신재생 발전 설비 확대를 견인했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전력 목표 비중을 기존 21.7%에서 30%로 상향하고 연간 설치량을 5년 내 10GW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적인 탄소장벽이 5년 내 현실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탄소 감축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출 중심국인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이재명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풍력,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그 주인공들인데 그중 태양광 업체들의 주가 흐름이 좋았다. 대표적인 태양광 업체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4일 주가가 5만 87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화그룹의 대표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산업은 셀, 모듈 생산 판매, 태양광 발전소 개발 등을 포함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기대감으로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올초 1만원 중반대였으나 현재 이보다 약 2배 가량 상승한 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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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풍력 관련 업체인 ▲씨에스윈드 ▲SK오션플랜드 ▲LS마린솔루션 ▲유니슨 등과 전력 인프라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 상장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대체와 전력망, 전력기기 설치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 국내 업체들은 최소 5년간 달라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선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선언

    이처럼 이재명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관련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현상유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경에서 원자력 관련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새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원전은 서구에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미국만 봐도 AI 시대를 맞아 원자력 비중을 더 늘려가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사인하며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선언하는가 하면, 원자력 산업 기반을 활성화하고 에너지부의 실험용 원자로 개혁,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국가 안보를 위한 첨단 원자로 기술 배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를 위한 에너지 독립성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한 에너지 비상사태 해소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너지기구(IEA),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전력원 비중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9%다. 43%는 천연가스, 16%는 석탄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다르게 2기 현재는 대형 원자로보다 SMR(소형모듈원전) 중심의 차세대 기술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차세대 기술 혁신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민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엔 건설 중인 원자로가 부재하며 대형 원자로 건설엔 최소 5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30년까지 5GW 규모의 용량 증대는 대부분 기존 원자로의 재가동 및 SMR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이미 여러 건의 원자력 PPA(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흐름에 미국 원전, SMR 관련 기업들도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원자력 발전 1위 기업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를 필두로 뉴스케일 파워, 오클로, 카메코, 비스트라에너지, BWX 테크놀로지스 등의 주가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중 SMR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뉴스케일 파워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뉴스케일 파워는 NRC로부터 기존 50MW(메가와트) 모듈을 개량한 77MW급 모듈표준설계인가(SDA)를 획득했고, 2030년까지 미국 최초의 SMR을 건설할 계획이다. 경쟁업체 대비 표준설계 인가를 빠르게 받았는데, 다수의 원전 프로젝트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원전 확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체코는 최근 1000MW급 두코바니 5·6호기를 2029년과 2030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약 25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 발전사와 최종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은 향후 10년 뒤 원전 설치 용량을 현재 미국의 2배가 넘는 200GW로 늘리기 위해 수십 개의 원자로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중국의 주요 산업군이 제조업에서 전기차, AI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급격한 에너지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61기 원전 중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짓고 있다. 2030년대 말까지 중국의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원전 산업 활성화 방안들이 나오자 원전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월 주당 11달러까지 하락했던 뉴스케일 파워의 주가는 이보다 약 4배가량 상승한 주당 4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클로, 카메코 등의 기업들의 주가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원전 기업을 담은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자산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시엔 크게 5개의 원전 관련 ETF가 상장돼 있는데 그 중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원전 기업을 담고 있는 ETF는 SOL 미국원자력SMR,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 RISE 글로벌원자력이 대표적이다. KB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RISE 글로벌원자력 ETF는 2020년 10월 상장됐으며 국내 원전주와 글로벌 원전주를 모두 담고 있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카메코, BWX 테크놀로지스와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LS ELECTRIC 등을 편입하고 있다. SOL 미국원자력SMR,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 ETF는 글로벌 원전 기업들을 집중 편입하고 있다. SOL 미국원자력SMR은 신한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ETF로 SMR의 핵심 원료가 되는 고농축 저농도 우라늄(HALEU) 생산 기업인 센트러스에너지 편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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