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4] 이재명표 성장동력은 AI·방산·K-콘텐츠·반도체로 산업 대전환

    입력 : 2025.06.27 16:35:54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미래 성장동확보를 위한 ‘4대 성장 엔진’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방위산업(방산), K-콘텐츠, 반도체 분야 등 4개 섹터가 대표적인 성장 축이다. 이번 전략은 단순히 산업을 육성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시스템 차원에서의 구조적 ‘산업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목표다.

    100조 투자 ‘인공지능(AI) 고속도로’

    그중에서도 단연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것은 바로 인공지능(AI) 섹터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확장, 규제 혁신, 민간 생태계 활성화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업과 투자 전략 차원에서 모두 구조적인 변화와 기회가 열리는 모습이다.

    특히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100조원을 AI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연기금, 금융기관, 민간기업이 함께 2029년까지 100조원을 AI 분야에 투자해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 대를 확보하고,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초 체력으로 쓴다. 그 다음으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와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구축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전국적으로 분산·공급해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공계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공계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같은 정책을 중점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하에 AI미래기획수석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한 게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민간 전문가이자 40대인 하 수석은 ‘AI 3대 강국 도약’ 공약을 체계화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실은 하 수석을 두고 “AI주권을 강조한 ‘소버린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끄는 인사”라며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는 AI 선순환 성장 전략을 강조한 전문가”로 강조했다.

    새 정부의 AI 정책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동안 주가 상승이 제한됐던 인터넷 기업이 꼽힌다. 네이버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검색·쇼핑·지도 등 서비스 전반에 AI를 내재화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네이버 내부 인사가 AI 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주가 상승 모멘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제로 네이버 주가는 지난 6월 이틀만에 20% 가까이 오르는 등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

    카카오도 대화형 AI 비서 ‘카나나’ 등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적극적이다. 내년까지 6000억원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립하고, 금융·교육·제조 등 B2B AI 시장 진출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가 기반 인프라로 꼽히는 SK텔레콤과 KT 등 대표 통신사들도 AI 인프라·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AI 섹터 강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AI 반도체 및 스타트업도 주목도가 커진다. 그중 퓨리오사AI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공식 행보로 찾은 곳이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백준호 대표가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AI 모델 추론에 쓰이는 GPU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 반도체(N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올해 2월 미국 매체 포브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메타가 퓨리오사AI에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퓨리오사AI는 경영권 매각을 거절했고,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에 계속 기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컨트롤타워’로 K-방산 수출 레버리지

    이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국가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진입울 선언했다. 현재 약 2% 수준인 K-방산의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가 본격 거론되면서, K-방산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새로운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컨트롤타워는 기존 산업부·국방부·방위사업청·외교부 등 유관 부처들이 분절적으로 운영하던 방산 수출 지원 체계를 하나의 전략적 틀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회의로 격상해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고, 방산전용 금융기금 조성을 통해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을 25조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했으나, 해당 금액을 방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K-방산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실적 호조 결과를 받아들며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5월 “한국 방산주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며 업종 전반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재확인한 바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을 최우선 선호주로 지목했다.

    방산 최대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5조 4842억원, 영업이익이 5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8%, 3060% 증가했다. 이 회사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상방산 부문이 매출 1조 1575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77%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경남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이순신 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한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경남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이순신 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한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화에어로 측은 “유럽으로 향하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의 수출이 늘었고,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에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루마니아와 K9 공급계약, 폴란드와 2차 실행계약 등을 체결했고, 국내에선 K21 보병전투차량 4차 양산, 230㎜급 천무 3차 양산 계약을 맺어 수주 잔고가 크게 증가했다.

    2분기 실적도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호실적 모멘텀이 풍부하다”며 목표주가를 94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올렸다. 배성조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3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7% 급증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폴란드에 K9·천무의 꾸준한 인도와, 반복생산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로템도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 1761억원, 영업이익은 2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3%, 354% 증가하는 결과를 내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로템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19만 4000원으로 상향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재광 연구원은 “2분기 매출액 1조 2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하고 영업이익 2110억원으로 같은 기간 87%(영업이익률 17.1%) 늘어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폴란드 K2 전차 납품 대수 증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방산기업의 수출 흐름이 지속될 시 현재 약 8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가 신설된다면 대형사업 관련 의사 결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K-콘텐츠로 소프트파워 5대 강국 도약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라며 K-콘텐츠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문화 수출 50조원, K-컬처 산업 300조원 규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정부 총 지출의 1.05% 수준인 문화예산을 2030년까지 2%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5년간 51조원을 투입해 콘텐츠 산업 육성과 체육 인프라 확충, 관광 산업 고도화 등 전방위 문화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OTT 등 K-컬처 플랫폼 육성을 공약집과 대선후보 유세 때 번갈아 내놓으며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 대통령은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통합 OTT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드라마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와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국내 문화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한 국내 통합 OTT 플랫폼을 언급했다.

    공약집에서도 OTT를 언급했다. K-OTT 콘텐츠 및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지원 강화 방안으로 ▲OTT 콘텐츠 제작 정책자금 지원 확대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 운용 ▲OTT 콘텐츠 제작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추진 ▲K-OTT 콘텐츠 및 플랫폼의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정책 추진 ▲K-OTT 콘텐츠의 IP(지적재산권) 확보 및 국내·외 불법유통 등 저작권 침해 방지 등이 담겼다. CJ ENM은 티빙 오리지널 제작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로 해외 매출이 증가할 것이 기대된다. 하나증권은 CJ ENM을 두고 “새 정부와 관련이 높고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CJ ENM 목표가를 기존 7만 7000원에서 9만 5000원으로 23.4%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티빙은 2027년까지 해외 진출 포함 가입자 1500만 명을 목표하고 있는데 정부도 K-컬처 글로벌 브랜드화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위 반도체 국가 달성

    이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국가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을 주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으며, 이에 따라 오는 10월 중순 이후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국내 생산·판매 반도체에 대한 최대 10%의 세액공제를 선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강국에서도 그간 시행한 적 없는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불린다. 업계에선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를 통해 연간 합산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세액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인,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지역은 부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 등 각종 문제로 작업이 지연됐는데,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과 더불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새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난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한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2조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부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 등 각종 문제로 클러스터 조성이 지연된 바 있다.

    AI·방산·콘텐츠·반도체 4대 엔진은 단독 성장뿐 아니라 상호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정부 주도의 예산·입법·거버넌스 구축과 민간의 기술·자본 결합이 정책 성공의 변수로 꼽힌다. 향후 예산 집행, 특별법 통과, 컨트롤타워 실효성 확보 여부가 이재명 정부의 ‘산업 대전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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