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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3인방 투자해도 될까
입력 : 2025.06.09 16: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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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정부 규제가 심해지며 지식산업센터·상가·오피스텔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이 풍선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2022년 말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며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급변했다. 임대 수익은 급등하는 대출 이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좋은 시절 진행된 사업 물량이 쏟아지며 공급과잉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가격이 추락하고 정부 규제 완화도 집중되며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는 수요자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경기 전망은 미묘하게 다른 만큼 투자는 정밀한 판단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결론부터 보면 오피스텔은 보수적인 접근이 가능한 타이밍이지만,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는 시기상조로 볼 수 있다.
오피스텔, 서울선 여전히 인기오피스텔 매매시장은 현재 침체기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거래는 3만 3011건으로 전년(2만7356건)에 비해 20.7% 증가했다. 거래금액은 2023년(5조4366억원) 대비 27.6% 상승한 6조9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정부가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를 허용하고 바닥난방 제한도 폐지하면서 주거 용도로의 활용성도 높아졌다.
특히 서울 지역의 오피스텔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의 4월 오피스텔 통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월(0.00%) 보합을 기록한 뒤 3개월째 상승했다. 2월(0.06%)과 3월(0.03%) 오름세를 이어나가 4월에는 0.14% 급등했다.
원인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이 꼽힌다.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으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대체 투자처로 꼽히는 오피스텔 가격도 올랐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다음 불안정성이 커지면 무주택자들이 돌파구로 오피스텔을 사려고 한다”며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는 점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전국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지수는 2023년 10월 이후 1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수도권의 4월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3% 하락했고, 5대 광역시는 같은 기간 무려 1.88% 하락했다. 때문에 오피스텔 매매가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률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올 3월 5.51%를 기록했다. 2022년 3월(3.73%)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전국에서 대전(7.83%)의 오피스텔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광주(6.46%), 세종(6.40%) 등 지방 오피스텔도 6%를 웃돌았다.
‘힐스테이트 삼송역’ 오피스텔 전경. 이 단지는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한 전용면적 65~84㎡형으로 구성돼 ‘아파텔’로 불린다.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이 오르는 이유는 월세가 워낙 급등했기 때문이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2021년 3월 97.58에서 2025년 3월 101.71로 4년새 4.13p 급등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용면적 40㎡ 이하 평균 월세는 76만 6000원을 기록했다. 강남 등이 위치한 서울 동남권의 전용면적 40㎡ 이하 오피스텔의 평균 월 세는 91만 5000원에 달한다.
오피스텔 월세가 이처럼 뛰는 이유는 1~2인 가구의 증가, 전세사기 영향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에서 월세 152만원(보증금 1200만원)에 거주 중인 박 모씨(29)는 “원래 전세로 살았다. 주변 지인들이 전세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보며 불안감이 커져 고액을 감수하더라도 월세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규 공급이 급감하는 것도 오피스텔 투자 환경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1만 1994실로 집계됐다. 올해 입주 물량(3만 3461실)보다 64.1% 감소한 수치다.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019년(11만 211실)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5만 4418실, 지난해에는 3만3839실로 떨어졌다.
지식산업센터, 올해 회복은 ‘글쎄’지식산업센터는 한 건물 안에 정보기술(IT)·벤처 등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3층 이상의 건축물로, 흔히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린다. 주택과 달리 보유 수와 상관없이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는 등 각종 부동산 규제에 비교적 자유롭다. 대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80%가 가능해 2020년~2022년 분양 호황기를 겪었다.
하지만 현재 지식산업센터는 최악의 불황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건축된 물량은 공급과잉으로 돌아오는 것에 반해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2021년 8536건에 달했지만 2022년 5536건, 2023년 3668건으로 급감해 지난해에는 3590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건축 중이거나 예정인 단지를 포함해 1547곳이었다. 2021년 1월 말 1219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0곳 이상 증가한 셈이다. 공급이 급증하면서 공실 문제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자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임대료 없이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이 경기 불황으로 텅텅 비어 있다. 일례로 국내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로 꼽혔던 다산 현대프리미엄캠퍼스 1층은 현재 3집 건너 1집 가량이 상점이 입점한 상태다. 건물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1년을 공짜로 쓰게 해준다고 해도 안 찾아온다”며 “대출 이자가 높으니 매매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 내 사무실에서 일하는 B씨는 “이 동네에 상가가 과도하게 많다”며 “텅텅 비어있으니 보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증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1년 737건이었던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지난해 1594건으로 늘어났다. 2021년 85.8%에 달했던 낙찰가율은 지난해 65.8%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낙찰률도 39.2%에서 24.3%로 떨어졌다.
지식산업센터는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대개 중도금 대출이 실행됐다면 시행사와 협의를 거쳐야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출 감당 여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극단적인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각오하고라도 팔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알스퀘어는 ‘2024년 4분기 오피스·지식산업센터 매매지표 리포트’에서 “2022년 2분기까지 높은 가격상승을 보였던 지식산업센터는 3분기부터 하락했다.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는 연말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로 가격이 정체되었으나 다시 하락하여 2024년 4분기에는 고점 대비 25% 하락한 상황”이라며 “임대차 시장이 좋지 않아 가격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가는 온라인 쇼핑 직격탄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으로 각광받던 상가 경기는 심각하다.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고 가격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유통 산업이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면서 상가의 수익성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업계에서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 창업주이자 세계적 부호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가로수길 소재 건물을 손해 보고 매각한 것이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2016년 9월 대지면적 457.4㎡, 연면적 1241.9㎡ 규모의 가로수길 건물을 325억원에 매입했다가 최근 25억원을 손해 보고 300억원에 팔았다.
오르테가의 빌딩 매각을 업계에서는 가로수길 쇠퇴의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대 상권의 공실률은 명동(4.4%), 강남(15.4%), 홍대(10.0%), 가로수길(41.2%), 한남·이태원(10.5%), 청담(18.0%)이었다. 이중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36.3%)보다도 4.9%p 오른 수치다.
상권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상가가 더 이상 ‘필수 공간’이 아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식음료 소비는 배달로 대체되고, 패션 리테일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가의 입지 중요성이 계속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핫플’로 부상한 상권조차 임대료 인상 한 번에 임차인이 빠지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상가 가격과 투자수익률은 모두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0.21% 떨어졌다. 소규모 상가는 0.34% 낮아졌다. 전분기 대비 투자 수익률은 중대형 상가가 0.01%p, 소규모 상가가 0.06%p, 집합상가도 0.09%p 감소했다. 반면, 전분기 대비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0.2%p, 소규모 상가가 0.5%p, 집합상가가 0.2%p 상승했다.
상가 공실이 증가하면서 대출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2736건의 상가 경매가 진행돼 전년(1530건) 대비 78.8% 증가했다. 반면, 낙찰률은 16.8%로 전년(21.1%) 대비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70.9%로 전년(78.9%) 대비 하락했다.
골목상권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며 ‘아파트 상가’는 강남에서도 골칫덩어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괄 매각(통매각)을 시도했던 서초구 신반포 4지구 메이플자이는 지난 1월 첫 번째 입찰에서 유찰된 이후 같은 달 두 번째 입찰에서 기준가를 10% 낮춘 끝에 간신히 낙찰자를 선정했다. 강남권 프리미엄 단지마저도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된 것이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아파트 분양이 다 됐다. 그런데 시행사가 상가 분양도 하고 있지 않고 월세 세입자를 찾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남 미사 신도시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D씨는 “코로나 때는 소상공인들 지원도 잘 됐고 경기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배달도 덜 하고 사람들이 소량으로 소비하면서 상인들도 장사를 안 하려고 한다”며 “근처에 신도시가 많이 생기니 임대료가 싼 곳으로 가려는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부동산 임대업 부진이 심화되면서 4대 시중은행의 관련 대출도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 중이다. 금융감독원과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부동산 임대업 대출 잔액은 188조 3175억원으로 전년 말(190조 1695억원)에 비해 1조 852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8014억원 줄어들었다.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주요 리테일 상권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BRE코리아는 ‘2025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보고서’에서 “홍대는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활발하며, 주요 거리 이외의 배후 지역까지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의 경우 패션, 뷰티 및 메디컬 업종의 신규 매장 오픈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성수에 대해서는 “팝업 매장 수요가 특히 높다”며 “최근 상업시설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서며 현재의 임대인 우위 구도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