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은 기자의 미식미담(美食美談)] 무어스 | 세계 각지의 맛을 스페인 음식에 녹이다

    입력 : 2025.05.15 17:50:27

  • “삶과 웃음, 꿈과 사랑을 나누는 스페인 다이닝.”

    지난 4월 1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새롭게 문을 연 ‘무어스(MOOUS)’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맛을 스패니시 디시로 풀어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브라질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일찍이 미식에 눈을 뜬 박정무 대표(28)가 소꿉친구인 이반석 셰프(28)와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을 현실로 만든 곳이다. 무어스는 스페인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온 식재료와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섬세한 음식을 선보이지만, 가게 분위기나 음식 가격대는 캐주얼 다이닝에 가깝다. 더 많은 사람이 언제든 좋은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게 이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무어스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분주하다. 가게는 오전 11시부터 손님을 받지만, 새벽 6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그날 음식을 내는 데 필요한 재료 손질과 사전 준비를 한다. 일례로 스페인 전통 스튜인 산코초는 준비 과정에만 4~5시간이 걸릴 정도다. 영업시간도 상당히 길다. 브레이크 타임 없이 밤 12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메뉴도 다양한 편이다. 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소고기 타르타르 등 가벼운 메뉴부터 하몽 파스타, 문어 스테이크 등 한 끼 식사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와 특색 있는 디저트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지중해식(食)의 특색을 다채롭게 담고 있는 스페인 요리는 최근 한국에서도 많이 대중화했다. 특히 와인을 즐겨 마시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스페인 음식 마니아층이 형성됐을 정도다. 무어스는 손님들에게 ‘옥타보어루떼 쉬라’ 등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스페인 와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우스 와인 2잔과 하몽 파스타, 세비체, 쌀푸딩을 함께 제공하는 ‘하우스 와인 세트 메뉴’도 인기다.

    스페인 전통 살린 컨템퍼러리 요리

    무어스의 음식은 스페인 현지 요리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컨템퍼러리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단품 주문이 가능하고, 일부 세트 구성도 있다. ‘하우스 와인 세트 메뉴’ 외에도 파에야와 뽈뽀를 더한 ‘스패니시 컬처 세트 메뉴’와 ‘무어스 시그니처 세트 메뉴’(볼로네제 라자냐·바칼라우·음료 2개), ‘커플 세트 메뉴’(판콘 토마테·바칼라우·음료 2개) 등이 있다.

    사진설명

    무어스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흔히 스페인 요리라고 하면 떠올리기 쉬운 파에야다. 샤프란과 각종 해산물이 어우러진 스페인식 전통 볶음밥으로, 적당히 밥알이 씹히는 꼬들꼬들한 식감과 해산물의 깊은 풍미가 두드러진다. 이 셰프는 “파에야는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을 강한 불에 볶은 다음 새우 머리로 만든 비스크 오일로 마무리해 풍미를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라며 “원래 파에야는 대량으로 조리하는 음식이지만 저희는 천천히 조리해 준비해 놓은 뒤 25~30분 끓여서 손님들께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메뉴로 개발된‘통문어 다리 먹물 파에야’는 수비드(저온 조리)한 통문어 다리와 진한 해산물 풍미의 먹물이 어우러진 파에야다. 일반적인 파에야에 비해 촉촉한 수분감을 느낄 수 있어 부드럽게 입안에서 고소함이 퍼진다. 함께 곁들여 내는 소스는 식물성 요거트에 레몬 제스트와 약간의 핫소스를 더해 만든 상큼한 맛의 소스다. 비 오는 날이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또는 따뜻하게 식사를 시작하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을 셰프의 스페셜 메뉴는 산코초다. 팬에서 담백하고 쫄깃한 소고기 부채살을 먼저 구우면서 마이야르 반응(열이 가해진 식재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며 특유의 감칠맛과 향이 나타나는 반응)을 이끌어낸 뒤 레드와인을 붓고 감자와 당근, 옥수수, 양송이버섯, 브로콜리 등 각종 채소를 차례로 넣으며 오랜 시간 끓여낸 스페인 전통 스튜다. 따끈한 국물을 한 스푼 떠 먹으면 버터가 들어간 진한 양파 스프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 올라오지만 실제로 버터가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셰프는 “소고기 지방에서 우러나온 본연의 맛”이라고 말했다. 채소를 베어 불면 달달한 채수가 나와 입맛을 돋우고, 고기는 마치 다진 고기처럼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다.

    뽈뽀 스테이크
    뽈뽀 스테이크

    뽈뽀 스테이크에도 무어스만의 특별함이 깃들어 있다. 80℃에서 6시간 동안 물에서 꺼냈다 뺐다를 반복해 익힌 수비드 통문어 다리를 다시 그릴에 구워낸 요리다. 이때 방망이로 두들기듯 압력을 가해 쫄깃함을 살렸다. 그 밖에 페루비안 전통 방식의 소스를 곁들인 세비체, 피퀼로 소스와 곁들여 먹는 대구살 요리인 ‘바칼라우 와 피퀼로 소스’, 볼로네제 소스가 들어난 토르티아로 감싼 요리인 ‘볼로네제 부리토’, 수제 비스크 오일에 새우를 익혀낸 ‘감바스 알 아히요’ 등이 있다. 100% 식물성 식재료만 사용한 브로콜리 스테이크, 고수 크림 파스타 등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일반 메뉴들도 최대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건강을 생각해 채식을 선호하는 손님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칼라우
    바칼라우

    무어스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디저트도 즐길 수 있다. ‘츄로스 콘 돌쎄 데 레체’는 수제 반죽으로 튀긴 스페인 전통 츄러스를 브라질 연유인 둘세 데 레체에 찍어 먹는 메뉴다. 이 셰프는 “연한 갈색을 띠는 브라질 연유는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하얀 연유보다 풍미가 더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브라질 연유에서는 고소한 곡물의 단맛 같은 특유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아로즈 콘 레체’는 남미 전통의 쌀 푸딩 디저트다. 쌀을 오랜 시간 우유, 계피 스틱과 함께 끓인 뒤 식혀내는 달콤하고 차가운 디저트다. 무어스가 스페인 식당이지만 이반석 셰프는 사실 한 번도 스페인 현지에 나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무어스 오픈을 준비하면서 국내에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박 대표는 “무어스는 준비 기간만 1년 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 한 달에 외식 비용만 400만원씩 써가며 방방곡곡을 다녔다”며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보완할 점은 보완해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꽃집을 품은 다이닝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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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어스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색색의 꽃들이 진열된 아담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오후 1시부터 운영되는 ‘가게 속 가게’인 플라워숍이다. 기념일이나 프러포즈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사전에 꽃을 예약하면 이벤트에 어울리는 꽃을 화병에 준비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테이블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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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는 “긴 시간을 내지 않고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전문 플로리스트와 협업해 레스토랑 안에 꽃집을 들였다”며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집에 가서 육아도 해야 하고, 그런 분들이 무어스에 방문해 주신다면 시간을 내서 즐기는 거니까 소소하지만 한 자리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삶 속에서 잠시 무어스에 오셔서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어스’는 박정무 대표 이름의 ‘무(MOO)’에 ‘우리’라는 의미의 ‘어스(US)’를 합성한 말이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지인과 친구 4명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데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무어스는 스페인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지금의 무어스 다이닝과는 다른,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또 다른 레스토랑과 여러 업종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어스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무어스는 지난 4월 19일부터 인근 와인샵 ‘와사향’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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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어스(MOOUS)

    장르 스패니시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19 1층

    헤드 셰프 이반석 셰프

    영업시간 매일 11:00-24:30(23:30 라스트 오더)

    가격대 메인 메뉴 3만~4만원대

    프라이빗 룸 1개(8인석)

    전화번호 050-71363-9485

    주차 건물 앞 또는 인근 주차장 이용

    [송경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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