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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 “한국이 받아들이면 유럽, 북미서도 통할 것”
입력 : 2025.05.07 17: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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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국내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국산 완성차 업계에선 “이미 기술력과 품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됐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BYD코리아 승용 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인철 대표는 “단기적인 판매량보다 좋은 브랜드란 인식이 우선”이라며 “품질이 꽤 좋은데 가격도 적당하다는 고객이 하나 둘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 ▶ He is
2002년 BMW그룹코리아에 입사한 후 현대차, 한국도요타, 미니코리아를 거쳤다. 2024년 4월 1일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로 임명됐다.
낮은 인지도, 싸구려 편견이 도전과제Q 최근 서울모빌리티쇼부터 ‘아토3’ 출고까지 꽤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요.
A 우선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은 모든 조직 운영이 다르기 때문에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BYD코리아에 입사한 지 이제 막 1년이 됐어요. 지난해 4월 1일에 입사했거든요. 정신없이 보냈습니다.(웃음)
Q BYD 전시장을 찾는 고객이 꽤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A 첫 날부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일단 호기심으로 오신 분들이 있고, 아토3의 시승을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차가 괜찮다, 이런 사양에 이 가격대가 맞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실제로 저도 타고 있는데 승차감이 꽤 좋습니다. 사양이나 편의성도 높아서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여러 가지죠. 아토3로 전기차에 입문하신 분들도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더해져 평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Q 최근 환경부 인증이 마무리됐는데, 예상보다 일정이 2개월이나 늦어지면서 일각에선 연식 변경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A 정부 인증에 대한 일정은 저희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 입장에서 첫 모델에 대한 인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또 현재 고객에게 인도되고 있는 차량은 2025년도 생산 차량입니다. 올해 말까지 동일한 차가 판매될 예정이죠.
Q 국내시장과는 달리 글로벌시장에는 이미 아토3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는데요. 그런 점에서 구모델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A 그 점은 잘못 전해진 건데, BYD는 지난 3월에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인 ‘신의 눈(天神之眼)’을 모든 차종에 무료로 장착하기로 했어요. 아토3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이 국내시장에 당장 나올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원래부터 한국 시장에 출시 계획이 없던 모델이에요. 유럽 브랜드의 경우 글로벌 시장과 자국에서 판매되는 신모델의 출시 주기가 비슷한데, BYD는 수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두 시장의 신모델 출시 주기에 차이가 있습니다. 참고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중국 내에서도 아직 출고되지 않았어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계획도 아직 없습니다.
Q BYD에 대한 선입견 중엔 배터리 안전성이나 데이터 보완 등의 문제도 있는데요.
A 학계에선 이미 LFP 배터리가 NCM보다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NCM 배터리에 비해 화재에 강하거든요. 직접 타보신 분들의 경험이 입소문으로 전해지면 좀 더 분명해질 겁니다. 주행 관련 데이터도 국내 서버를 이용합니다. 절대 국외로 나갈 일이 없습니다.
어떤 차인지, 어느정도 품질을 갖추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직접 타봐야 합니다. BYD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Q BMW, 현대차, 도요타, MINI까지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거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일선을 지켰는데, BYD는 어떻습니까.
A 중국 브랜드는 처음이죠. 특히 중국의 승용차는 처음이라 입사하고 몇 달 뒤에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해 봤어요. 30%가 나오더군요. 30이란 숫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이 브랜드를 모른다는 겁니다. 보통 많이 알려진 유럽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98% 이상 나오니까요. 조금 덜 알려진 브랜드도 90% 이상은 집계되거든요. 첫 번째 도전과제였어요. 두 번째는 중국 제품은 품질이 낮고 싸구려란 편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만져보고 타봐야 한다,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걸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언론에선 공식 진출 이전부터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보도하고 있지만 일반 고객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어떤 차인지, 어느 정도 품질을 갖추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직접 타보셔야 합니다. BYD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Q 그래서인지 비대면 온라인이 중심인 테슬라와 달리 딜러 네트워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중심이더군요.
A 전혀 테슬라를 의식한 건 아니에요.(웃음)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이 트렌드화되긴 했는데, 저희는 제품 경험이 우선이거든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딜러사들이 고객과 부대끼며 좀 더 많은 경험(시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3대 완성차업체 보유한 선진국Q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궁금한데요.
A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전시장이 15개, 서비스센터가 12개인데, 올 연말까지 30개로 늘릴 예정이에요. 우선 가깝게 다가서야죠. 그래야 차도 보고 로고도 보고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시승하지 않겠습니까.
Q 전시장을 보면 고객층을 알 수 있다는데, BYD는 어떻습니까.
A 우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게 우드톤의 편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너무 고급스러우면 부담스럽고 가벼우면 싸구려 같아 들어오기 싫잖아요. 비교적 젊은 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전기차는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Q BYD의 국내 진출에 결국 국내 완성차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 부분 낮아질 거란 전망도 있는데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 3대 완성차업체를 보유한 나라에요. BYD의 승용차 수출은 이제 막 3년이 지났을 뿐입니다. 인력이나 네트워크 모두 현대차그룹에 비하면 상대가 안됩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이 아직 7%에 불과한데, 이 시장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태는 게 저희가 할 일이죠. 전기차 점유율이 신차 판매량의 30~50%로 가려면 어느 한 브랜드 만이 아니라 관련 브랜드가 모두 나서야 합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으로만 국한하면 아직 시장 점유율이 20%가 채 안되거든요. BYD의 진출로 조금이나마 점유율이 높아진다면 여타 브랜드와 동반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결국 그 길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Q 그럼에도 BYD의 기술력이 회자되곤 합니다. 최근엔 단 5분 충전에 400㎞를 주행한다는 슈퍼 e-플랫폼이 그랬는데요.
A 저도 입사하고 느낀 부분인데, 중국 본사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앞서가고 있어요. 그런데 원천 기술이 앞서가는 것과 시장에 상품화되는 건 다른 문제에요. 슈퍼 e-플랫폼이 놀랄 만한 기술이지만 실제 사용하기까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한국 고객들이 사용하려면 꽤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들여올 것Q 지난 1월에 론칭 당시 판매량에 대한 목표치가 없다고 했는데.
A 일단 BYD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1만 대가 팔릴지 10만 대가 팔릴지 1000대가 팔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무리하게 판매 대수를 설정하는 것보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로 했어요. 적어도 향후 1~2년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한 후 판단하자는 거죠.
Q ‘양왕’이나 ‘덴자’같은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A 저 개인적으로도 덴자는 당장 내놔도 손색 없을 만큼 좋은 품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증 절차 등이 있어서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중국 본사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Q BYD의 장점 중 하나는 직접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점인데, 더 좋은 배터리를 탑재하려는 여타 브랜드에 비해 자사 배터리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A BYD의 시작은 배터리잖아요. 기술뿐 아니라 원재료 수급력 등이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잉파워 확보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자동차만 생산하는 브랜드라면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배터리 생산까지 일원화된 BYD 입장에선 굳이 다른 제조사의 배터리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Q BYD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역할이라면.
A 자동차 선진국을 꼽을 때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 글로벌에선 유럽과 북미가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라면 이 메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골고루 잘 팔리는 톱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국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중요시하는 이유죠. 단순히 판매량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 유럽이나 현재 관세 등의 문제로 들어가지 못하는 미국, 북미 시장에서도 통할 거라고 분명히 믿고 있습니다.
Q 여타 중국의 완성차업체들도 한국 진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BYD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던데.
A 총알받이죠.(웃음)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다음으로 어떤 브랜드가 들어올진 모르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저희도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6호 (2025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