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시대엔 예금 대신 ‘이것’에 돈 몰린다

    입력 : 2025.04.16 1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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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3%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른 내림세를 보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를 제시하는 정기 예금 상품이 있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발맞춰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내리면서 이제 2%대 중·후반으로 포진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금리는 2.4~2.95% 수준이다. 이렇게 예금 금리가 내려앉으면서 “차라리 예·적금을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투자처를 고민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연 4%대까지 치솟았던 저축은행 정기 예금 금리는 이제 3%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던 예금족(族)은 갈수록 불리해지는 환경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리 하락 국면, 채권에 쏠리는 눈

    여러 금융권 전문가들은 일제히 “채권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한국보다 금리가 높아, 미리 발행된 채권을 사두면 금리가 인하될 때 시세차익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과거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는 비교적 안전자산 투자로 분류되는 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개별 채권을 직접 선택하기 어렵다면 채권형 펀드를 고려하는 방법도 있다. 회사채와 국공채를 적절히 편입해 안정성과 수익률을 함께 노리도록 설계된 채권형 펀드는, 최근 국내외 시장 상황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채권보다는 아무래도 미국에 관심이 높다”라며 “올해 말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전에 산 채권에 웃돈이 붙어 연 6%대 수익률도 노려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채권보다는 아무래도 미국에 관심이 높다”라며 “올해 말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전에 산 채권에 웃돈이 붙어 연 6%대 수익률도 노려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하기에선 신규 발행 채권보다 기존 발행 채권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용 국채, 국가 지급 보장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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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투자용 국채 역시 눈여겨볼 대안으로 꼽힌다. 3월부터 기존에 발행해온 10년물·20년물뿐 아니라 5년물이 추가되는 점, 1인당 연간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 점도 투자 매력도가 증가하는 부분이다.

    5년물 만기 보유 시 연 3.035%(세전) 금리가 보장되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생각해 예금환산수익률로 계산하면 5년물이 연 5.5%에 달한다. 10년물과 20년물 역시 세제 혜택을 고려하면 예금에 견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안심하고 장기투자하기 좋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청약 기간 내에 판매 대행 기관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월간 종목별 발행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한 전액 배정받을 수 있다. 다만 중도에 환매하면 여러 혜택이 사라지고, 표면금리만 단리로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안정적 투자 수단이자 절세상품인 개인 투자용 국채에 5년물이 새로 출시돼 상품 구성도가 다양해졌다”라며 “금리 인하 국면에서 중장기 투자 대안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원금 보장형 ELB·ELD

    과거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있었지만, 원금 보장형 상품인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나 ELD(지수연동예금)는 성격이 다르다.

    원금 대부분이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되고, 나머지 일부로 주가·지수 파생상품을 운용해 이자를 높이는 방식이어서,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부센터장은 “현재 ELB 수익률은 연 45% 수준”이라며 “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되고, 은행 예금보다 12% 포인트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처럼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 인기를 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피200 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일정 범위에서 지수가 상승 또는 하락하면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최근 NH농협은행은 최근 만기 1년짜리 ‘지수연동예금(ELD) 25-1호’를 출시하면서, 지수변동 폭에 따라 개인에게 최고 연 5%까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연동예금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청약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투자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금도 저금리 시대의 대안 중 하나다. 특히 국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금이 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외 금값이 상승하는 일이 잦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금값은 대체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고, 국내에서도 정치·사회 불안이 커질 때마다 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올해 초에도 세계 시장 변동에 영향을 받아 금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최근에는 거품이 일부 빠지면서 단기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가격 조정이 끝났으니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말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금은 안전자산 특성이 있으나 환율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단기적으로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 시세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지만, 환율 변수 등으로 인해 수익이 일정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는 내려가는데 금값까지 출렁이면 한순간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무리한 대출을 통한 대량 매수보다는 자산 일부를 이용한 분산투자가 권장된다.

    미워도 다시 한번 ‘상장 리츠(REITs)’

    배당주의 개념을 부동산에 접목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도 대표적인 저금리 시대 대안으로 떠 오른다.

    지난해 여러 상장리츠들이 유상증자에 나서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리츠는 배당 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해, 예·적금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분기나 반기별 배당해주는 구조라, 배당 예측 가능성도 크다.

    국내 리츠 시장은 2018년 6개 상장 리츠에서 2022년 21개로 빠르게 확대됐다. 사무용 건물, 상가(리테일), 물류센터, 해외 부동산까지 기초자산이 다양해지면서, 금리 인상기에는 조정받았으나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보유 자산 매각으로 특별 배당을 줄 가능성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서울 핵심 지역의 오피스는 최근 공실률이 매우 낮고 매매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국내 오피스 위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리츠를 유망하게 보는 편이다.

    결국 예금 금리가 2%대로 진입하면 원금 보장 상품에만 돈을 묶어두던 투자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전개된다. 일정 기간 원금이 묶여 있어도 문제 없는 투자자라면, 여전히 일부 특판 예금(연 3% 안팎)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

    반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채권·채권형 펀드, 원금 보장형 ELB·ELD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 투자는 ‘위험 회피’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일부를 편입해보는 전략이 권장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든 채권이든, 결국 투자 기간과 시장 전망이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반면 예·적금 금리가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큰 지금 시점에 미리 움직인다면, 지난해 말까지의 ‘예금 전성기’를 놓쳤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5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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