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드디어 빗장 푸나 한한령 해제 소식에 주목받는 주식은
입력 : 2025.04.14 17:11:12
-
BTS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국내 기업들의 본토 진출을 막았다. 특히 한국 콘텐츠 수입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면서 K-팝, 뷰티, 미디어, 패션, 게임 등 한류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칠쳤고, 관련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젠 중국 전역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볜하오(編號)17’이란 이름으로 중국 전국 영화관에서 정식 상영을 시작했다. 중국의 APEC 정상회의 준비기구인 ‘중국아태협력중심’이 한국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양국간 문화협력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9년여 만에 한한령이 풀리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은 한류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 예상한다.
미키17 포스터 다시 열풍 불 K-드라마국내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만큼 한한령이 해제되면 국내 미디어 산업이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한령 이전 연간 미디어 콘텐츠의 중국 판매 금액은 1100억원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4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그간 제작됐던 K콘텐츠들의 IP(지적재산권) 수출과 중국 현지에서의 드마라 동시 방영, 아울러 중국 현지화 오리지널 콘텐츠 및 공동제작 협업 등 기대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러한 수혜를 온전하게 받을 수 있는 K-콘텐츠 제작사의 조건은 IP를 직접 보유하고 있고 캡티브 채널이 있어 연간 최소 10편 이상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제작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OTT 서비스와의 유통망 구축 여부와 중국으로의 판매 이력이 있는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놈은 흑염룡 포스터 DB금융투자는 이에 부합하는 K-콘텐츠 기업으로 스튜디오드래곤, 콘텐트리중앙, SBS, 에이스토리를 꼽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스터디그룹’ ‘그놈은 흑염룡’ ‘얄미운 사랑’ ‘자백의 대가’ ‘조각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구작도 많은 편인데 연평균 20편의 IP 중 절반이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가정하면 약 350억원의 매출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콘텐트리중앙의 구작 IP 매출을 계산해보면 약 25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콘텐트리중앙도 올해 ‘천국보다 아름다운’ ‘굿보이’ ‘마이유스’ ‘착한 사나이’ ‘에스콰이어’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콘텐트리중앙의 주가가 올랐어도 아직 시가총액은 2000억원대”라며 “SBS의 경우 주가는 혼자 못 오르고 소외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중소형제작사 중 보유 IP가 가장 많은 에이스토리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한령의 진정한 해제는 K-콘텐츠의 중국 동시방영 계약과 방영 소식이 기점이 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변동성에 잘 대응할 필요가 있고 중국 동시방영 작품 조건으로는 전편 사전 제작, 광전총국의 허가, 귀신·미신 관련 내용 금지 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K-콘텐츠 기업들의 주가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상승해 있는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중국아태협력중심의 문화사절단 파견 소식이 나온 직후인 2월 20일 주가가 하루만에 18.32% 상승했다. 에이스토리(30%), 콘텐트리중앙(24.72%), CJ ENM(7.83%)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BTS 中 진출 기대?…엔터주 주목한한령 이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K-팝 아티스트들도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빅뱅은 2016년 중국 본토 팬미팅을 총 29회 진행했는데 이때 약 48만명을 모객했다. 지금은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에스파, 트와이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스타디움 규모의 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K-팝의 위상이 커진 상태다.
국내 증시엔 크게 하이브, SM, YG, JYP엔터테인먼트가 상장돼 있다. 하이브의 경우 지난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올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BTS의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하이브의 예상 매출액은 각각 2조 7000억원, 3조 5000억원인데 여기엔 여전히 BTS의 활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BTS는 콘서트 회당 모객수 5만 명 이상을 보장하는 아티스트인데 70회 콘서트를 가정하면 350명 이상, 최근 평균 공연 티켓 단가(23만원 수준)를 감안하면 총 8000억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라고 했다.
BTS 외 세븐틴,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이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는 점도 하이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븐틴은 남미 최대 음악 축제 ‘팔 노르띠에’에 K-팝 최초로 참가하며 엔하이픈은 코텔라에 입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에스파와 NCT드림 등의 글로벌 아이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라이즈, 엔시티 위시, 하츠투하츠 등 비교적 신인으로 분류되는 아이돌들을 데뷔 시켰는데 이들에 대한 팬덤 형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하츠투하츠는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다국적 걸그룹인데 최초로 인도네시아 멤버(카르멘)가 합류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초기 모습과 유사하게 데뷔 전부터 인도네시아 팬덤이 만들어졌고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NMIXX, 킥플립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도 블랙핑크를 포함해 베이비몬스터, 트레저 등의 아티스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신인 보이그룹, 일본과 태국 현지화 그룹도 준비하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에 5만석 이상 모객이 가능한 공연장은 36개”라며 “올해 발표된 탑티어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 일정엔 중국이 제외돼 있으나 한한령 해제로 인해 중국 본토에서 공연이 가능해진다면 100만 명 이상 추가 모객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제2차 K-뷰티 부흥기 찾아왔다명동 올리브영 고급 명품 브랜드로 중국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K-뷰티도 다시 한번 희망찬 날갯짓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당시 한방 화장품에 궁중(宮中) 이미지가 입혀진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중국 현지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VIP 부유층들 사이에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명품처럼 여겼고 중국 다이공(대리구매상)들이 이 브랜드 제품을 앞다퉈 사갔다. 이후 한한령과 함께 중국의 경기침체로 현지 소비시장이 어두워졌고, 현지인들도 중국산 화장품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뚝 떨어졌다. 이에 제1차 K-뷰티 부흥기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2030을 타깃으로 한 한국 화장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세계 전역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 제2차 K-뷰티 부흥기가 도래했는데 중국 시장까지 개방되면 확장세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화장품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판매 채널인 올리브영도 이에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즉 국내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의 성장을 의미하는데, 올리브영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이 국내 ODM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한한령 해제로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의 기업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모두 화장품 ODM 업체인데 향후 목표주가를 각각 22만원, 9만원으로 제시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국내 화장품 ODM 1등 업체로 중국과 비중국 수출 증가에 대한 수혜를 둘 다 받을 수 있는 업체로 변동성 확대 시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콜마는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업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중국향 수혜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곳”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미국 공장 가동률이 양호할 경우 추가로 실적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별 화장품 기업 선호주는 ▲메리츠증권 에이피알, 코스맥스 ▲신한투자증권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에이피알, 아이패밀리에스씨 ▲하나증권 에이피알,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LS증권 코스맥스,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中 유저들 사로잡는 K-게임승리의 여신 니케 오피셜 영상 갈무리 한한령 해제로 수혜가 예상되는 또 하나의 산업은 바로 K-게임이다. 국내 게임들은 뛰어난 그래픽과 다이내믹한 시스템 등으로 글로벌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한령 이전에도 중국 현지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16년 이후 진출이 쉽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판호(版號)라는 유통 허가권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만 판호 발급이 소수에 그쳤다. 한한령 시행 첫해 1건에 불과했고 2018~2019년 0건, 2020~2021년 3건에 그쳤다. 한국 게임 수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수출 비중이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점차 게임산업에 대한 빗장을 열었다. 지난해 중국신문출판국은 113건의 내자판호와 15종의 외자판호 발급을 발표했는데 국내 게임 중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니케’가 판호를 발급받았다.
판호 발급이 기업들의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에 곧바로 이어지진 않지만 경기불안으로 침체된 국내 게임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엔 용이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프트업은 지난달 17일부터 승리의 여신: 니케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상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프트업의 주가는 니케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니케는 계속 꾸준히 출시시점과 시장 기대감을 트래킹할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올해 국내 게임사들은 대형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올 상반기 중 출시할 방침이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넷마블은 ‘RF 온라인 넥스트’를 내놓는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