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덕의 한국기업 탈각의 순간들] 코스맥스 | ③ 코스맥스의 히트작, 피부전달체

    입력 : 2025.03.28 14:32:17

  • ▶ 손현덕의 <한국기업 탈각(脫殼)의 순간들>
    성공한 기업들은 보면 결코 우연이란 건 없습니다. 운이 따랐다 한들 그 운을 기회로 만든 결정적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뱀이나 매미가 껍질을 벗듯, 탈각(脫殼) 이전의 기업과 이후의 기업은 전혀 다릅니다. 담대한 변신으로 위대한 성공을 이끈 기업가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스 판교 R&I 센터 내 컬러차트 앞에서 연구원이 립 틴트 제품의 조색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류준희 기자>
    스 판교 R&I 센터 내 컬러차트 앞에서 연구원이 립 틴트 제품의 조색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류준희 기자>

    다소 전문적이지만 코스맥스의 연구와 혁신 중 자랑할 만한 것은 앞서 말한 하이브리드 제형화 기술보다도 마이크로바이옴과 피부전달체 기술이 우선일 것이다.

    코스맥스 연구·혁신의 대표주자라고 하면 누가 뭐라해도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재균’이다. 말 그대로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가 주로 장내 미생물 쪽으로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그러나 코스맥스는 피부 상재균에 주목했다. 판교 시대를 연 지난 2011년부터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시작해 2019년 세계 최초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아직도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견한 피부 미생물 EPI-7을 이용해 화학 계면 활성제나 기계의 도움 없이 인체 유익 미생물만으로 화장품 유화물을 만들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전통적인 화장품 유화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미생물 유화 시스템과 생물 전환 공정 기술’이다. 통상 화장품을 생산할 때 필수 공정이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수성 원료와 유성 원료를 섞는 유화 공정이다. 그런데 코스맥스는 계면활성제 없이 미생물에 원료를 섞어 유화물을 만드는 공법을 가능케 했다. 화학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 천연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이다. 10년 이상 연구를 통해 현재 약 3000종 이상의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의약업 등 이종산업과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버금가는 혁신은 피부전달체. 화장품은 피부를 좋게 하기 위해 다양한 효능 원료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좋은 효능 원료가 반드시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효능 원료들이 피부에 좋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전달되어야 한다. 코스맥스는 여기에 주목해 효능 원료들이 피부에 잘 전달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게 피부 친화성을 이용한 리포좀 피부전달체, 즉 플러스좀(Plussome)의 개발이다. 2024년 매일경제가 주관하는 IR52 장영실상을 비롯, 세계적인 화장품 박람회인 볼로냐 전시회에서도 혁신상을 수상한 히트작. 국무총리 표창을 포함해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대외수상 5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신기술이다.

    좀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기초화장품은 효능을 발휘하는 유효 성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부 깊숙이, 즉 진피층까지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피부 겉, 그러니까 표피층에서만 맴돌면 제대로 된 효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된 기술이 리포좀 기술. 리포좀은 안이 빈 축구공 같은 형태의 주머니로 그 안에 유효 성분을 담을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면 세포에 유효 성분을 전달하기 쉬워진다. 사람의 피부는 기본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리포좀 역시 일반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있다. 음극과 음극은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피부에 리포좀이 붙어있기 어렵다. 코스맥스는 마치 풍선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잘 달라붙는 현상에서 착안해 버섯에 함유된 키토산을 이용한 양전하 리포좀을 만들었다. 이 안에 유효 성분을 담으면 피부에 오랜 시간 붙어있을 수 있으니 흡수 전달이 훨씬 뛰어난 화장품이 되는 것이다.

    코스맥스가 획득한 글로벌 인증 특허 중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 역시 플러스좀 관련 특허다.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되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특허 출원된 상태다. 이 특허가 뛰어난 이유는 피부전달체에 대한 원천기술 특허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효능 원료를 피부전달체에 봉입하면 그 자체로 새로운 기술이 되는 속칭 플랫폼 기술이다. 박천호 유닛장은 “코스맥스는 이러한 신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높이고, 또한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벌려 궁극적으로 K뷰티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25개 대학과 산업협력
    코스맥스 판교 R&I센터 CF(쿠션 파운데이션)랩 소속 연구원이 파운데이션 유화 공정을 진행하는 모습
    코스맥스 판교 R&I센터 CF(쿠션 파운데이션)랩 소속 연구원이 파운데이션 유화 공정을 진행하는 모습

    지난 2014년 이경수 회장은 신년사를 마치고 화장품 전문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좋은 제품,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커질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혁신과 간결성.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낡았을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매 순간 숨 쉬듯 해야 한다. 간결함이란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다. 코스맥스는 혁신과 간결함으로 무장한 고객우선기업이다.”

    이를 위해 이경수 회장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 통찰력도 끌어들이자는 것. 보통 산학협력 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시늉’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스맥스에게 산학협력은 진심이다. 지난 2014년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유재형 교수팀과 한 공동연구는 화장품 업계로선 획기적인 것이었다.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보다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기업이 집중하지 않는 임상평가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착수했다. 적외선 차단 화장품이었다.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선에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중적외선, 원적외선이 있다. 이중 화장품업계가 주목하는 적외선은 근적외선이다. 우리가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얼굴이 벌겋게 되는 홍반 현상이 생기는데 그게 자외선 때문이다. 자외선의 경우, 단시간 노출만으로도 홍반현상을 보인다. 적외선은 단기 노출로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몇 년 이상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피부에 손상을 준다. 오히려 자외선보다 피부에 더 깊숙이 침투돼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는 상식. 관련 논문도 많다.

    문제는 적외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코스맥스가 한번 표준을 만들어보자고 도전한 것이다. 유재형 교수는 적외선으로 광물자원 원격탐사를 연구하는데 적외선 통과율 측정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화장품 사용 후 피부에서의 적외선 반사율 측정 가능성을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했다. 충남대가 보유한 장비는 광물탐사용이라 인체 피부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코스맥스는 인체 피부에 적외선 차단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장비를 직접 제작하고, 시험평가법도 독자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시험 평가법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프랑스 리옹에 분사를 둔 화장품 임상시험 전문기관인 IEC의 서울지사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나름 개발한 것이 적외선차단지수(IPF).

    자외선 차단 크림을 보면 용기에 SPF, PA 같은 표시가 있고 여기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그러나 규제 등 여러 문제로 아직 공인화되지 못했다.

    박 유닛장은 “적외선에 대한 피부 영향은 오랜 기간 연

    구됐으나 산업적으로는 아직 태동기라고 보면 된다“며 “좀 더 많은 임상 실험과 연구가 병행되어야 SPF, PA와 같은 국제 공인 지수로 활용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코스맥스의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 K뷰티 신예 브랜드에서 ‘지샌달 솔라 이클립스 선크림’ 제품을 올 1월에 출시했다.

    현재 코스맥스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만 해도 모두 25개. 산학협력 건수로 치면 63개다.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협력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와 설립한 TIC(Technology Incubation Center)가 대표적 사례. 공과대학은 물론 인문대학, 미술대학까지 대부분의 학과와 협업해 혁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연구를 더욱 고도화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갖는 특성을 첨단 기술과 결합하는 CT(Culture Technology) 융복합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서울대와는 올해로 연구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4년 차부터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기 시작해 연구결과를 제품에 적용해 약 13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5년 차에는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6년차인 올해는 직전 2년치를 웃도는 5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중국의 강남대학 및 푸단대학, 싱가포르 국립대학 등과도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코스맥스가 34건,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가 29건이다. 이른바 개방형 연구(Open R&I) 작업이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손현덕 대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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