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시크 쇼크 ④ 차세대 경쟁은] 개인형 비서 모델에서 피지컬AI로

    입력 : 2025.03.10 10:11:35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인공지능(AI)의 미래 기술로 사람을 닮은 로봇 ‘피지컬 AI’를 지목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인공지능(AI)의 미래 기술로 사람을 닮은 로봇 ‘피지컬 AI’를 지목했다. <사진 연합뉴스>

    AI 발전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위주의 인프라스트럭처 AI가 1단계이며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에지AI(EdgeAI)는 2단계다. 어플리케이션(에이전트) AI는 3단계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개인형 비서와 비슷한 형태다. 최종 단계인 피지컬AI는 로봇과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극도로 향상된 생산성과 잉여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주는 단계다.

    현재 2단계 에지AI가 보급 중인 가운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CES2025 기조연설을 통해 4단계 피지컬AI라는 인공지능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서 에이전트 인공지능을 거쳐 최종적으로 물리인공지능(피지컬AI) 로 간다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멀티모달 데이터에 토큰을 생성해 행동 토큰을 출력할 수 있는 코스모스(Cosmos) 월드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테슬라의 성공을 강조하며 자율이동역량, 행위제어역량, 언어명령역량이 융합된 피지컬AI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이상적인 피지컬AI 개발방법론과 거기에 대한 엔비디아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이상적인 방법론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싶은 물리노동행위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 엔비디아 비지니스 모델은 리얼월드 데이터 확보를 통한 추론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한다. 리얼월드 에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합성 데이터를 양산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리얼월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학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훈련 컴퓨팅 플랫폼도 제공한다.

    피지컬AI 에 도전하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데이터 디바이스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엔비디아는 추론 칩과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도요타와 우버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거부해왔던 레거시 카메이커의 대표 주자이며 우버는 독자적인 물리주행 역량 개발을 내세웠던 회사지만 이들은 엔비디아의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테슬라의 앞선 피지컬AI 개발 속도를 본다면 더이상 기존 업체들이 시대 변화를 부정하기 어려운 단계에 왔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피지컬AI의 원리

    피지컬AI의 핵심은 로봇과 자율주행의 물리적 세계 이해와 반응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LMM(Large Multimodal Model) 과 Large Action Model 중간단계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월드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언어모델과 피지컬AI 세계의 난도는 천지차이다. LLM은 문법과 의미론이란 비교적 안정된 규칙이 있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자기지도학습이 중심이 되고 다음 토큰을 예측하기도 쉽다. 그에 반해 피지컬AI는 연속적이고 물리적인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 비정형데이터로 구성돼 물리법칙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며, 수많은 변수의 실시간 처리가 필요하다. 오류 발생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시뮬레이션과 실제환경의 병행학습, 멀티태스크학습,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가 필수다. iM증권에 따르면 피지컬AI는 2020년 이후 꾸준히 기술 발전을 보여왔으며, CES 2025에서는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으로 구체화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자율이동 소프트웨어 개발의 3대 축은 차량제조와 하드웨어 플랫폼 등의 밸류체인을 내재화한 테슬라, 스마트카 소프트웨어를 차량제조업체에 라이센싱 중인 화웨이, 스마트카 하드웨어 플랫폼을 차량제조업체에 공급 중인 엔비디아로 이뤄져 있다.

    피지컬AI 로봇 개발 선도업체인 테슬라는 2014년 10월 전 세계 최초 리얼월드 데이터 기반의 자율 이동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1월엔 운전로봇자율이동 소프트웨어 개발완성도를 100% 달성했다. 주행 중 물리적 개입 횟수는 없었다. 무개입 주행은 2019년 이후 진행해온 다양한 버전에 대한 시험 주행 중 최초였다. 테슬라는 자동이동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며 이제는 주차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진행 중이다.

    2분기엔 주행주차 외 운전 로봇을 위한 추가 역량 강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에서 이동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통일된 연방정부 차원의 자율 이동 로봇 법안 마련과 함께 개발 니즈 차원의 규제 완화는 로보택시 비지니스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피지컬AI 로봇의 자율이동 역량 확보는 350만년전 전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지능 확장의 문을 연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피지컬AI로봇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율이동 행위제어 언어명령을 위한 낮은 원가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 중에서 개발하기 제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역량은 자율이동이다. 자율이동이 돼야 진정한 의미의 다종 노동을 제거하고 대체로봇을 상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승용 시장이 인플레이션 기술 소비 패턴이었다면 디플레이션 기술 소비 대상으로의 변화도 감지된다. 인플레이션 기술 소비는 더 편리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이 필요했다. 가령 우버의 경우 차량 선택과 평점 조회라는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비용 지출도 높아진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피지컬AI로 인한 디플레이션 기술 혁명으로 인해 노동제거를 통해 소비자에게 시간을 제공해준다. 이 기술이 나오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운전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들여 타인의 노동을 살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술 소비에 종지부가 찍힌다.

    테슬라는 승차·하차·호출·배차·무인승객관리, 무인차량관리 데이터 훈련 이후 로보택시를 상용화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테슬라의 전기차는 자율이동 소프트웨어를 B2C로 제공하기 위해 대용량 배터리나 센서설계 등 많은 비용이 투여돼 가격이 비싸졌지만 로보택시 이후엔 비용 논쟁도 퇴색할 수 있다.

    테슬라, 피지컬AI의 선도주자
    사진설명

    NH투자증권은 피지컬AI 수혜자로 테슬라, 아마존, 엔비디아와 알파벳을 꼽았다. 중형주로는 반도체 장비와 협동로봇 사업을 하는 테라다인(TER)을, 소형주는 서버로보틱스(Serve Robotics, SERV)와 홍콩증시에 상장된 로보센스(Robosense)를 제시했다.

    딥시크의 충격으로 주가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엔비디아는 현재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피지컬AI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점에선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g)에 비하면 열위일 수 있지만 결국 기술격차가 좁혀질 것이라 예상되는 기업이다.

    기존 GTC 2024에서 엔비디아는 로봇에 대해 구체적인 제품과 디테일이 다소 부족했지만 CES 2025에선 피지컬AI에 대한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개념을 녹인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했다. 월드파운데이션은 엄청난 컴퓨팅파워 수요를 창출하면서 엔비디아칩에 대한 필요를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모스 플랫폼은 기존 옴니버스와 통합해 로봇과 자율주행 모델 학습을 강화한다.

    코스모스 플랫폼은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소량의 데이터로 대규모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 학습 플랫폼으로도 진화할 수 있다.

    웨이모 품은 알파벳, 서버로보틱스도 수혜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우수한 GPU 연산능력과 AI 개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상대적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AI 학습에 필요한 주행 데이터 부족을 물리적 법칙을 이용한 시뮬레이션(합성) 데이터를 생성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기존 자동차 반도체칩 오린(Orin) 대비 연산능력이 20배 개선된 Thor 를 공개했다.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한다. 류 연구원은 “엔드투엔드 AI 기술노선을 지향하는 고객들의 채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BYD 리비안 볼보와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이번 CES에서 도요타와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홍콩의 로보센스는 2014년에 설립된 라이다 및 센서 솔루션 업계다. 2021년부터 대규모 양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자율주행과 로봇 측면에서 매출 성장률이 연평균 100%에 달한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보유 특허가 479개인 기술 기업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75%에 달한다. 지리자동차, 광저우 자동차그룹, 샤오펑 등 중국 OEM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업은 웨이모, 아마존 등 빅테크 진영에도 있는데 크게 SDV(software-defined vehicle) 업체와 라이다 업체로 분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상장사를 찾자면 블랙베리 자회사인 QNX가 있다.

    웨이모는 CES 2025에서 6세대 자율주행시스템 웨이모 드라이버를 공개하고 현대차 아이오닉5와의 협력을 발표했다. 알파벳은 웨이모의 모회사로 해당 사업부 가치가 커진다면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웨이모의 기업가치가 450억달러(62조원)으로 알파벳 시가총액 2조 3000억원 대비 크진 않지만 향후 웨이모 기업가치 증대에 따른 리레이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베리는 2010년 QNX 소프트웨어를 인수해 자사 운영체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블랙베리 내 QNX는 IoT 사업부에 속해 있고 사업부 매출 비중은 32% 수준이다. QNX는 자동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 내 입지를 강화 중인 SDV 분야의 강자다. QNX 소프트웨어는 2023년 기준으로 2억 3500억대 차량에 내장돼 있다. 로열티 매출 규모는 약 6억 5000만0달러 수준으로 벤츠와 도요타에 공급 중이다.

    엔비디아의 투자로 유명한 음성인식 AI솔루션 업체인 사운드하운드 역시 피지컬AI 밸류체인에 속한다. 사운드하운드는 이전엔 매출의 72%를 단일 고객에 의존했지만 이젠 최대 고객 매출 비중이 12%로 다변화에 성공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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