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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울리는 뱃고동 소리 K-조선주 순항 계속된다
입력 : 2025.03.06 1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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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독에서 건조 중인 LNG 선박. 현재 울산조선소에서 선박을 만드는 9개 독은 건조 중인 선박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뱃고동 소리를 힘차게 울리며 상승세를 달리는 조선주(株)다. 코스피가 털썩 주저앉았을 때에도 신고가 행진을 하면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한해 동안 HD현대중공업(122.87%), HD한국조선해양(88.59%), HD현대미포(58.07%), 한화오션(48.8%), 삼성중공업(45.81%)과 조선기자재 관련 기업인 HD현대마린엔진(108.97%), 한화엔진(88.36%), STX엔진(69.62%)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피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32.23%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증권가 안팎에서 국내 조선업이 수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고,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조선주를 쓸어담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큰손 투자자로 분류되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도 조선주를 앞다퉈 사들였다. 하지만 한편에선 주가 급등으로 인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커져 상승세가 계속될지 우려하는 의견들도 나온다.
조선업 3차 수퍼사이클 왔다역사적으로 조선업 수퍼사이클은 총 2번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글로벌 무역 증가와 컨테이너선 개발로 선박 발주량이 늘면서 조선업 수퍼사이클이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해상물동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탱커선 교체수요까지 겹치면서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수조원의 수주 물량을 받게 됐다. HD현대미포는 주가가 무려 80배 이상 뛰기도 했다. 이때가 바로 2차 조선업 수퍼사이클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국내 조선업도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일감이 줄었고 조선사들의 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조선사들의 통폐합이 진행됐고 황금기를 맞았던 국내 조선사들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위태로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을 지나면서 글로벌 병목현상으로 해운업 호황에 따른 대규모 발주가 나왔다. 2008년 이전 1000개가 넘는 조선사수가 400개 이하로 감소하면서 각 조선사들마다 대규모 수주를 받게 됐고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쌓게 됐다. 또 환경규제로 인한 노후화된 선박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현재도 수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고선가 선종인 LNG선, 컨테이너선 물량이 계속해서 인식되고 있다. 2023년 평균 선가는 2021년 선가 대비 약 31.4% 상승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더 크게 상회하기 시작했다. LNG선의 경우 수익성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2022년 수주분부터 고마진 물량으로 분류되고 있고 지난해 LOI를 체결한 대형 컨테이너선은 두자릿수 수준의 마진율로 추정된다. 향후 수주량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는 LNG선을 포함한 가스운반선의 발주환경은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미를 포함해 글로벌 LNG 생산 및 투자 확대에 따른 LNGC와 더불어 액화암모니아운반선, LPG운반선, 에탄운반선 등 수익성이 타 선종 대비 높고 다른 조선사 대비 건조기술력이 앞서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관련 수주 물량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재개될 미국의 LNG 프로젝트와 카타르 Phase III 등을 고려하면 LNG선을 둘러싼 공급 과잉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2028년 LNG선 슬롯을 영업하고 있고, 2030년까지 인도슬롯 품귀현상이 발생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조선업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신조선가 지수는 고공행진 중이다. 영국 해운·조선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서 발표하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2024년 180포인트(p)를 넘어 현재 180p 후반선을 유지하고 있다. 180p를 넘은 건 2007년 10월 5일 이후 처음이다.
국내 조선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이 유입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선박 건조와 관련해 동맹국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한국이 유력 동맹국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글로벌 선사들도 최근 한국산 선박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기에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상대였던 중국은 더이상 대규모 추가 증설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국영조선소가 민영조선소들을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파악되며, 선박의 최대 수요국 중 하나인 미국은 일부 중국 선사들을 인민 해방군과 관련이 강하다고 간주되는 중국 군사기업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즉, 국내 조선사들이 반사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내수 의존도가 낮고 수주 계약 대부분이 민간 영역에서 체결된다”며 “원화 약세,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증가 가능성, 중국 조선업 견제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적자 늪에서 탈피202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조선사들은 이제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조 2532억원, 영업이익 1690억원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이전까지 발생했던 공정만회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은 덕분이다. 즉, 공정이 정상화되며 본업이 정상화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부터 한화오션은 LNGC 인도 능력이 동종사를 상회하는 25척 수준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도 압도적인 실적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다. 지난해 4분기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82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6% 이상 상회했다. 계절성이 없는 엔진기계 매출과 상선 부문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부진을 떨치고 호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이제 이익의 상당수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배당정책을 재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5100원, 총 3606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2019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배당에 나선 것인데 배당 규모는 순이익(1조4546억원)의 약 25% 수준이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향후 주주환원율을 30% 이상, ROE(자기자본이익률)를 12% 이상 낼 것을 목표로 밸류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금배당 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검토하고 핵심 사업부문별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산업 리더십에 부합하는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삼겠다”며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 가치가 부합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그룹의 조선·해양 부문의 중간지주사 격으로 산하에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를 거느리고 있다. 비상장사인 HD현대삼호를 제외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도 현금배당을 함께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은 주당 2090원, HD현대미포는 주당 71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지난해 순이익의 약 30%, 25% 수준이다.
주가 상승여력 높아한화오션이 건조한 FSRU. 국내 증권사들도 조선업 수퍼사이클이 몇 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주가도 현재보다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현재 조선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한화오션인데, 각 증권사들이 제시한 한화오션의 목표주가는 각각 ▲IBK투자증권 7만 2000원 ▲DS투자증권 7만 5000원 ▲NH투자증권 6만 7000원 ▲신영증권 6만 3000원 ▲신한투자증권 6만원 ▲키움증권 6만 4000원 등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상선 부문 믹스 개선 효과는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2021년 초기에 수주해 가격이 낮고 외주가공비 비율이 높은 컨테이너선 인도매출 비중 하락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업 적자수주 탈피, 공정 안정화에 따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보여준 첫 주자로 실적 모멘텀(재료)이 가득한 올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들에 대한 눈높이도 높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14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조선주 평균주가는 ▲HD한국조선해양 29만 5308원 ▲HD현대중공업 35만 4333원 ▲HD현대미포 17만 6375원 ▲삼성중공업 1만 7821원 등이다. 엄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계는 장기간의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조선업체로 집약됐고, 필요한 기자재 밸류체인(가치사슬)과 같이 변곡점을 지나면서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탄소제로에 도달하기 이전 중간 매개체 연료가 LNG로 자리잡게 됨에 따라 선박과 천연가스 사이에 구성하는 생태계를 손에 쥐고 가야 선박 교체주기에 기업과 사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조선주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고점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치로 따져보면 조선사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 배수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2007년으로 당시 지배주주 기준 PBR 평균은 4.95배 수준이다. 올해 평균 PBR이 3배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상승 여력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신조선가지수도 이미 2007년 말 수준을돌파했고 글로벌 수주잔고 금액도 단 1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업종 구조조정으로 조선사 수가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개별 업체들이 누리는 호황 강도는 2007년 수퍼사이클 당시 보다 강력하다고 분석한다. 저가수주 소진으로 올해도 의미있는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가 측면에서의 비용 절감도 계속될 전망이다.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후판가격은 톤 당 600달러 선을 하회하고 있는데 과거 수퍼사이클 당시 후판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찍었던 것과 비교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신조선가 지수는 2007년 말 대비 2.3% 높은 수준이지만 환율을 감안한 지수는 61%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스팟 후판 가격은 2007년과 유사한데, 당시 후판 가격이 상승 추세였던 반면 현재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아 조선업종의 미래 실적 개선에 좀 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