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Ⅲ ③ 승자와 패자 종목은] 中 나우라 테크놀로지·텐센트 주목, 엔비디아·도쿄일렉트론 기대치 낮아져

    입력 : 2025.02.28 17:47:37

  •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줄곧 관세 인상을 강조해오다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인상 카드를 빼내들었다. 업종별로 볼 때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부문은 반도체와 온라인 상거래,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특히 AI 시대를 둘러싼 미·중 기술 갈등 한가운데 서 있는 반도체가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트럼프발 무역 전쟁 서막이 오르면서 가장 먼저 갈등 한가운데 자리한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지난 2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약 17% 뛰어올랐다. AI 산업 간판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같은 기간 0.4% 오른 데 그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지난 해 인텔 주가는 58% 급락했고 엔비디아는 179% 폭등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초반 두 기업 희비가 분명히 엇갈린다.

    미국 워싱턴DC 에 본사를 둔 현지 투자사 캡스톤은 최근 ‘트럼프의 기술 장벽 : ‘중국 강경책’ 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 심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무엇보다 AI용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전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 견제라는 기본 방향은 같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는 더 과격한 견제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캡스톤의 이언 탕 기술·미디어·통신 담당 분석가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특히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SME)를 중심으로 보다 공격적인 다자간 수출 통제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전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나 일본 같은 동맹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대해 간접적인 ‘수출 통제’를 유도하는 식이었다면 트럼프 정부는 직접적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시행을 협상 카드로 들고 동맹국과 협상에 나서는 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외 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하더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한 제품인 경우 미국 정부가 해당 제품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미국 행정 규칙을 말한다. 처음에는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역외적용’ 규정을 통해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해당 국가 정부와 협의에 따라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통제 범위를 확대해왔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중국 반도체 견제용 무역 규제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승자’로 꼽히는 종목으로 캡스톤은 중국 선전증시의 나우라 테크놀로지(베이팡화창)와 홍콩증시의 텐센트 홀딩스를 꼽았다. 반면 ‘패자’로 꼽히는 종목은 미국과 유럽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네덜란드계 반도체 장비기업 ASML 홀딩스와 뉴욕증시의 엔비디아, 일본 도쿄증시의 도쿄일렉트론 등이 꼽힌다.

    미국의 요청으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요청으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나우라 테크놀로지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중국 선전증시에서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2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약 14%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나우라는 2023년 처음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 상위 10위(매출액) 안에 들며 중국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나우라가 2023년 매출 기준 상위 8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지원 속에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나우라 장비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결과다. 나우라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중국 간판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는 중국 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한 AI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정책으로부터 비교적 리스크가 작다는 평이다. 마틴 라우 텐센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중국 내 기술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AI 반도체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앞서 2023년부터 강조해왔다. 엔비디아의 AI용 반도체를 사재기한 텐센트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지난 2월 중순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약 20% 뛰었다. 텐센트는 2월 중순, 중국 최대 메시지 앱인 웨이신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딥시크 AI 검색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웨이신 자체 AI 모델인 ‘훈위안’과 중국 스타트업의 딥시크를 활용해 검색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패자로 꼽히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폭이 작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같은 기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세계 최대 EUV 장비업체 ASML 미국예탁증서(ADR) 주가는 약 7% 올랐고 일본 도쿄증시에서 도쿄일렉트론은 약 2% 상승했다.

    미국 투자사 파이퍼샌들러의 낸시 라자르 글로벌 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기술기업 매출 타격으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미·중 AI 갈등이 치열한 기술업종의 경우 “지난해를 보면 미국 기술 기업 전체 매출의 14%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기술 부문 중에서는 특히 반도체의 중국 노출도(매출의 20%)가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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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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