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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Ⅲ ② 부담 커진 韓 경제] 투자·법률시장 개방요구 커질 듯 車·반도체 직격탄…수출도 비상
입력 : 2025.02.28 16: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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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관세·통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정부나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무기로 각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문제 삼으면서 우리도 미국과의 무역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미국 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에 장애가 돼 온 한국의 각종 정책들을 폐기하라는 주장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반경쟁행위를 차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다.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이 법이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애플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업을 규제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향후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관세·통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미국은 비관세 장벽 중 환율정책도 살펴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국은 2023년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빠졌지만 지난해 11월 1년 만에 다시 지정됐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 대미 교역은 타격을 입게 된다. 고율의 관세 부과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가신용등급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한국의 농축산시장 추가 개방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무역대표부(USRT)는 매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간하는데, 한국의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월령제한 조치와 블루베리, 체리, 사과 등에 농산물에 대한 시장진입 제한 조치 등을 문제 삼아 왔다.
미국과의 무역 시스템 전반 검토해야투자시장 개방에 대한 요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미국 무역당국은 외국 로펌의 소유지분을 49%로 제한하고, 업무 범위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육류도매업과 지상파방송, 전력, 간행물 발간 등과 관련된 투자 제한도 문제 삼았다. 통상전문가들은 4월 상호관세 부과 전까지 미국이 원하는 카드를 맞추기 위한 각국의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국 정부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역 압박을 하면서도 각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긴장 수위를 낮춰간 바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별 산업과 개별 품목의 이익 균형을 맞춘다는 게 어려울 수 있고, 통상당국이 생각하는 이익 균형만으로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국가별로 얻어내야 하는 게 있고, 양보해야 할 것이 있는 상황에서 외교, 안보 등과 연계된 범부처 협상 패키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갈등 격화 역시 악재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특성을 짚으며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마스 헤블링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미·중 무역갈등 고조는 한국에 주요 하방 리스크다”라며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시장에 긴밀하게 묶여 있고 미국과 중국 양국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현재 트럼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민국의 대표 북미 수출 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한국 경제엔 더욱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2024년 한국은 미국에 153만 5616대(366억달러·약 52조 8000억원)의 자동차를 수출해 수출량 기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4만 7190대(21억달러·약 3조원)로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거의 5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상당히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제프리 샷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세계경제연구원이 ‘미국 대선 이후 무역정책 변화와 중국 및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연 웨비나에서 “미 대선 이후 미국 무역정책이 이전보다 내향적이고 안보 우선주의적으로 변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중 무역과 투자 제한 정책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한국, 아세안이 타격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 감소할 것이라는 해외투자은행(IB)의 분석도 나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자동차·반도체 관세와 상호 관세 부과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GDP가 0.203% 줄고, 평균 10.79%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0.20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효자’ 품목이 직격탄을 맞게 된 국내 업계와 정부도 초비상이다. 이미 관세 25%가 확정된 철강·알루미늄과 함께 자동차와 반도체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 1278억달러 중 자동차(347억 4400만달러)가 1위, 반도체(106억 8000만달러)가 3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자동차·반도체 수출 전략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한국 수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대중 견제 흐름에 올라타야반도체 업계도 전전긍긍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은 ‘D램’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달러(약 206조원)로 이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7.2%에 달한다”며 “특히 D램은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상당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관세가 포함된 한국산 D램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낸드는 대다수 제품이 반도체가 아닌 컴퓨터 부품으로 관세 품목이 잡혀 있어 피해가 작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TSMC 첨단 칩 시설의 미국 이전과 중국산 저가 반도체의 미국 유입 차단을 동시에 노리는 이중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철강 업계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 전략은 미국 현지 생산 가속화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조지아 기아 공장, 그룹의 친환경 차량 혼류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내에 3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세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면 연간 110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2024년 미국 내 현대차그룹 총 판매량 170만 대의 6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을 최대한 미국 내에서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조정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초도 생산을 시작한 HMGMA의 가동률을 빨리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을 위한 강판을 공급하는 계열사인 현대제철 역시 미국 내 공장 건립 등을 통해 관세 부과 압력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일자리다.
한국 기업의 한정된 투자금이 미국에 쏠리면 국내 투자는 줄게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우리나라 고용 상황과 투자 전망을 뒤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고용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보편관세 부과 시나리오별 한국의 대미 수출 영향’ 분석에서 미국의 보편관세로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액이 64억 4000만달러(약 8조 9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대기업의 주요 우회 수출로였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 우리나라가 석유화학제품 등 중간재를 수출해온 중국에 추가 관세 10%를 매기면 미국의 한국산 수입이 10.2%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것이다.
국가별·품목별·상호 관세 등 전장이 넓어지면 그 피해가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각국이 보복관세를 물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미국 수출액이 최대 304억달러(약 42조원) 감소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448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상호관세, 반사이익 볼 수도미국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도입하면 한국 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인도·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인도·EU 등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견제하기 위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경우,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환경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경우 다른 적자 대상국들과 달리 ‘불공정 무역행위’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교역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품 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환율 조작, 수출상품 부가세 환급, 직간접 보조금, 세액공제, 수입 제한, 관세·쿼터 인상 등의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 인도, EU 등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추가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 조정을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보다 더 높은 상호 관세율을 설정한다면 한국 수출품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정부의 대응 전략은 대미(對美) 양자 간 무역관계 분석과 한 기업의 피해 축소 등에만 치중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인도·아세안·유럽 등 제국과의 무역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각국 산업정책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 흐름에 올라타 반도체, 바이오의약품, 배터리 등 전략산업과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군에서 중국의 추격을 둔화시키고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을 유지·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보 등 비경제적 요소도 종합적 검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이 지금의 ‘세계 전략’을 유지하려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의 제조·산업 기반, 각 나라의 자체 국방 역량이 받쳐줘야 한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 국가 전략적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아직 많이 미흡하다”며 “향후 대미 통상 교섭 시 우리나라가 동맹으로서 보유한 역량과 가치를 기반으로 설득하고 대응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