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퍼펙트 스톰

    입력 : 2025.02.27 17:31:34

  • [PartⅠ 관세의 정치경제학] 美마이웨이에 글로벌 경제 초비상
    자유무역 역행, 세계는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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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한달 만에 ‘관세 폭탄’을 잇따라 터트려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불법이민과 마약 문제를 핑계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카드를 꺼내더니,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로도 관세를 인상하겠다며 무역 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엔 국가별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장벽까지 손보겠다며 ‘상호관세’카드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3장(국가별·품목별·상호관세)의 카드 사용에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까지 도입해 글로벌 무역질서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4월 1일까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짜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할 계획이다. 3월 말께 나올 예정인 USTR의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미국이 요구하는 각종 규제 완화 및 제도 개혁 요구사항이 자세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관세는 좋고, 관세는 사실 대단하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관세는 좋고, 관세는 사실 대단하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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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일방통행에 일각에서는 “1970년대 브레튼우즈 붕괴 이후 세계 무역에서 가장 큰 충격”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속에 발전해온 세계자유무역 경제시스템은 이제 글로벌 교역량 감소를 걱정해야 될 처지다. 세계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정책으로 인해 향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목표는 두 가지다. 교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늘리겠다는 것과 세계 공급망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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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미국 국익만을 생각해 세계 경제의 기본 시스템인 자유무역 강화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을 강요하는 것이 진정한 미국의 이익으로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또 공급망 재편에서도 미국이 세밀하게 분업화된 글로벌 경제의 모든 생산을 책임질 수 없을뿐더러, 만일 이를 해낸다 할지라도 비효율에 따른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계는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벌써부터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글로벌 성장 둔화 등이 예견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세계는 놓이게 된다.

    세계 각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상황은 트럼프의 의도대로 가고 있다. IMF는 1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은 성장에 있어 하방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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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 합종연횡…세계화 버전 2.0?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19세기 초 내세운 비교우위 이론은 국가 간 교역이 글로벌 후생을 증대할 수 있다는 토대를 제공했다. 실제 세계 경제는 이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측면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더 생산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 서로 거래했고, 세계화란 이름 속에 지구촌을 하나로 묶었다. 글로벌 기업도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비교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생산 과정을 유리한 국가들에 마련했다. 한때 지구촌을 휩쓴 세계화의 바람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이 세계화란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 그 종언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란 상품, 서비스, 사람, 기술 등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자유무역을 통해 각 국의 상호의존성이 강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세계 경제시스템에서 현재의 세계화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한 1945년 이후부터 찾는 시각이 많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체제를 만든 미국이 수장이 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이 세계화의 종말과 연계될 수 있는 것은 기존 자유무역의 바탕이 되는 비교우위론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효율성이 작동하는 시장 논리가 아닌 관세 압박이란 인위적 방식으로 글로벌 생산 구조를 바꾸려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작동했던 자유무역시스템은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도 세계화와 무관치 않다. 세계화의 부작용 중 하나가 불평등 문제인데, 미국 사회에서도 이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2008년 세계 자본주의 심장 격인 월스트리트에서 진행된 시위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흐름을 간파했고, 이를 미국의 제조업 쇠퇴와 연계해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세계화로 만들어진 저가 제품의 유입, 무분별한 이민 등으로 미국의 제조업이 망가졌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성은 확실하다. 미국을 더 이상 세계화 흐름에 종속시키지 않고, 아예 미국 주도로 판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물론 무시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달러 중심의 세계경제체제가 유지되는 한 미국, 그것도 세계 초강대국을 무시하고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대상에는 피아가 따로 없다. 자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를 첫 관세 타깃으로 삼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작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본토 위주의 이익 확보체제를 마련하겠다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지만, 세계는 브레튼체제 이후 세계 번영을 구가했던 자유무역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니즈’에 맞추는 동시에 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관세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동시에 맞대응 카드를 마련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분주하다. 여전히 자유무역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이 글로벌 경제 발전에 유익하다는 시각을 가진 국가들이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인데, 이들은 미국을 뺀 관세장벽을 낮춘 자유무역지대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못지않은 규모의 경제 영토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벼르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발걸음이 바쁘다. EU는 지난해 12월 6일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25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했다. 협정이 비준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단일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참여국 간에는 관세를 90% 내릴 방침이다. EU는 13년간 미뤄왔던 말레이시아와의 FTA 협상도 재개했다.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1월 회원국이 됐고, 튀르키예·말레이시아 등도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브릭스 회원국 전체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GDP는 지구촌 전체의 절반가량에 육박한다. 브렉시트에서 탈퇴한 영국은 지난해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다. 브라질과 멕시코도 무역협정 범위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지구촌 움직임에 대해 야코브 키커가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무역의 특징은 미국을 제외한 무역 관계의 심화가 특징”이라면서 “이는 세계무역시스템의 종말이 아니며 다른 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 그륀월드 S&P 글로벌 레이팅스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호무역주의가 증가하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발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한 각국의 이 같은 합종연횡 움직임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합심해 경제영토를 확보하더라도 자생력을 가져야 대응이 가능하지만 사실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산업구조가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4차 산업 혁명기를 맞아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불리한 구석이다. 4차 산업 혁명기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어서 오히려 종속 정도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관세 압박 정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도 각국에게 힘든 부분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달성하고자 하는 숨은 목표는 미국을 세계 공급망 구조의 핵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의 속내는 지난 2월 13일 상호관세 부과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강조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같은 생각의 바탕은 자국이 미래 핵심 산업에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구현해 내기 위한 핵심 생산을 해외에 의존한다는 것이 잠재적 안보 위기나 다름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에 선제적 대응 조치로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짜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의 장기적 국익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국 정치권은 초당적 모습을 보이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정책의 효과가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트럼프와 앙숙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시작한 ‘공급망 관련 중국 때리기 정책’을 지속한 것이 그 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등 관세 효과 즉각적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후보 시절부터 보편관세 등 미국우선 통상정책을 주장해 온 트럼프발 경제 파고를 넘기 위한 각국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진 연합뉴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후보 시절부터 보편관세 등 미국우선 통상정책을 주장해 온 트럼프발 경제 파고를 넘기 위한 각국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공급망 파장은 즉각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관세 효과가 일단은 톡톡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분야의 관세를 25% 부과하기로 한 날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1기 때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미국 전역에서 투자 붐이 일어났다”며 “최근엔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했다. 공급망 재편의 선두에 우리 기업이 서 있다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재가 필수인 자동차 분야의 관세도 예고한 상태인데, 현대차그룹은 이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현지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지 않더라도 생산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뿐만 아니다. 중국 기업에 인수된 자동차업체 볼보도 관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시설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짐 로언 CEO는 “지난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서 미국으로 배터리를 수입할 때 (관세가) 7.5%에서 25%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생산이나, 심지어 협력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볼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확대로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벨기에로 이전 중이다.

    AI시대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트럼프의 뜻이 작동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 역시 해외 기업들이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전례없는 관세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과 우리를 다분히 고려한 움직임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를 가지고 있는 대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대만이) 미국 반도체를 빼앗아 갔다”는 인식까지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배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경쟁력이 없는 자국 반도체 기업을 살리려 하고 있고, TSMC가 그 역할을 맡기를 내심 원해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해 주저했던 TSMC는,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전향적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반발도 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의 우청원 주임위원(장관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만은 민주주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게시물에서 “”반도체산업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분업이 필요하다. 각국이 독특한 산업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반도체 화학제품·재료·설비 측면에서 중요하고 네덜란드는 첨단 포토리소그래피 장비 기술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메모리칩에서 상대적 우위가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분업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더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은 대 글로벌 관세 정책 초기에 보여지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내심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 경제가 더 불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지만 이러한 보호무역조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고 관세 정책 이후 간신히 잡았던 물가를 다시 요동치는 등 불안한 구석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신용 평가 회사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가 올해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는 올해 4분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상승 목표치인 2%를 넘어서는 수치다. 현실로 나타나면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는 더 늦춰지고 그에 따른 각국의 정책 혼란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급망 재편에서 주적격인 중국이 미국과 새로운 대결 전선을 만들며 글로벌 편가르기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불안한 구석이다. AI 관련 반도체 칩 수출 통제 등 미국의 일방적인 옥죄기를 견디며 반격 기회를 노리던 중국은 동맹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며 최근 우군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유럽 각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회의 참석에 앞서 영국을 방문해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이 영국을 찾은 것도 10년 만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는 지난 2022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1차 세계대전 직전 세계는 놀랍게도 통합돼 있었지만 전쟁으로 끝나버렸고, 이후 세계는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고 썼다. 세계화 퇴조 분위기가 강한 현재 지구촌에서는 공교롭게도 유럽과 중동이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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