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CES 통해 본 양자컴 빅테크 경쟁이 시장 기대감 높여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 두고 논란도
입력 : 2025.02.11 09:19:39
-
<사진 연합뉴스> 넥스트 AI 기술로 불리며 전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이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 테크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CES 2025의 3대 새 키워드로 손꼽혔지만 AI혁신 트렌드를 주도해온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말 한 마디에 관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행사는 매년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혁신 기술을 선보여왔다. 올해 열린 CES 2025 역시 AI와 로보틱스 등 핵심 산업의 청사진을 그림과 동시에 주목해야 할 혁신 기술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다. CES 2025에서는 에너지와 모빌리티, 그리고 양자컴퓨팅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는 핵심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CES 2025에서는 양자 기술의 최신 혁신을 선보이며 미래를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양자 기술은 양자역학의 특성을 활용해 향상된 네트워킹, 컴퓨팅, 센싱 분야서 그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특히 퀀텀 컴퓨팅이 AI와 함께 결합할 경우 금융, 화학, 물류 등의 연구와 계산 능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양자 컴퓨팅은 퀀텀 기술로 불리며 더이상 먼 미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강조됐다.
AI와 결합, 응용 부문 확장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구글은 양자컴퓨터 ‘윌로’와 관련된 최신 양자칩을 전시했다. 양자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 속도와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애저 콴툼 엘리먼츠(Azure Quantum Elements)’를 전시했다. 클라우드와 양자 기술을 통합해 성능이 크게 개선된 통합 솔루션을 발표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양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브라켓’을 소개하고 연구개발(R&D)에 최적화된 양자 솔루션을 강조했다.
인텔 역시 양자 칩 호스리지(Horse Ridge)의 최신 버전을 전시해 양자컴퓨팅의 물리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고루 보여줬다.
CES는 퀀텀 월드 콩그레스(Quantum World Congress, QWC)와 협력해 ‘양자기술이 곧 비즈니스: 퀀텀 월드 콩그레스 프로그램(Quantum Means Business:A Quantum World Congress Program)’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선 전 세계 리더들이 참여해 양자 기술과 광학, 센서 등 인접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 및 머신러닝이 비즈니스 기회를 어떻게 창출하는지 논의했다.
주요 세션 중 하나인 ‘퀀텀 이즈 히어(Quantum is Here)’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온큐, IBM 등 업계 리더들이 참석해 양자 컴퓨팅이 물류, 약물 개발, 재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챌린지(Global Industry Challenge)’ 세션에서는 전세계 주요 산업과 기술을 대표하는 클러스터에 참가자들이 모여 특정 사용 사례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소비자 제품, 에너지, 금융서비스, 생명과학, 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됐다.
아울러 ‘퀀텀 이즈 나우’(Quantum is Now) 세션에서는 의료영상, 진단, 환경 모니터링, 제조, GPS 등 여러 분야에서 고전적인 센서를 뛰어넘어 정밀도와 감도에서 전례 없는 수준을 제공하는 양자 장치들의 발전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마가렛 아라카와 아이온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양자 기술은 단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도 실질적으로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양자 솔루션이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외에도 SK, 큐심플러스(QSIMPLUS), Integrated Quantum Photonic, 아이온큐(IonQ), 콴델라(Quandela)과 같은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꾸려 이러한 양자컴퓨팅이 바꿀 미래를 선보였다.
젠슨 황 발언에 주가는 롤러코스터CES 2025에서 양자컴퓨팅에 대한 혁신기술이 소개됐지만 논란은 다른 지점에서 발생했다. 바로 CES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8년만에 복귀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양자가 인공지능(AI) 다음의 핵심 기술이자 AI를 완성할 기술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상용화 시기를 두고 논란이 점화된 것이다.
젠슨 황 CEO 발언이 나온 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양자컴 관련 기업 주식이 일제히 폭락했다. 전일 대비 리게티컴퓨팅은 45%, 퀀텀컴퓨팅은 43%, 디웨이브퀀텀은 36% 급락했다. 순수 양자기업 가운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도 39% 폭락했다. 심지어 미 자산운용사 레버리지드셰어스에서 운용하는 ‘아이온큐 3X ETP’ 레버리지 상품은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이 상품은 아이온큐 주가가 39% 폭락하며 원금 자체가 마이너스가 되자 결국 상장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젠슨 황의 발언에 양자컴퓨팅업계는 강하게 반박했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퀀텀 CEO는 “젠슨 황 CEO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수많은 기업이 우리 양자컴을 사용해 혜택을 보고 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양자컴 상용화 시기는 15년 후나 20년 후, 3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이라는 뜻이다.
실제 디웨이브퀀텀은 2011년 세계 최초로 ‘어닐링’ 방식 양자컴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어닐링은 원래 물체를 뜨겁게 가열했다가 식히며 연마하는 재료공학 용어로 어닐링 양자컴은 이 과정과 비슷하게 에너지 함수의 높낮이를 따라 최소값을 찾아가는 계산 기계다. 여러 가능성을 한 번에 고려해 더 빠르게 좋은 답을 찾는 수학적 조합 최적화와 비슷한 개념이다. 일각에선 젠슨 황 CEO가 양자컴 기업에 의도적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세계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시장의 90%가량을 장악 중이다. 양자컴과 슈퍼컴은 초고성능컴퓨팅(HPC) 기술에서 엔비디아의 경쟁자이자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견제구를 던진 것이란 의미다. 실제 엔비디아는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기술자 포럼에서도 ‘양자 데이’(Quantum Day)를 개최하는 등 양자컴퓨팅 분아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양자 컴퓨팅에서 현재 가능한 것과 이용 가능한 것, 양자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포함한 많은 양자 관련 주제에 대해 젠슨 황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회사 크레이그할럼의 리처드 섀넌 애널리스트는 “양자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젠슨 황에 이어 마크 저커버그 메타CEO도 양자컴퓨터에 회의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논란은 사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CES 2025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이노베이션 게이트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지난 1월 10일 공개된 한 팟캐스트에서 “나는 양자컴퓨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양자컴퓨터가) 매우 유용한 패러다임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는 “저커버그 CEO는 젠슨 황 CEO의 양자컴퓨팅에 대한 신중한 전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임무 및 기술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미트라 아지지라드는 자신의 블로그에 2025년을 ‘양자 기술 준비의 해’라고 선언하며 양자 컴퓨팅이 먼 일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 시대의 문턱에 와 있다”며 “우리는 양자 컴퓨터가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MS는 기업에 양자 기술의 혁신에 대한 통찰과 도구를 제공하는 새로운 ‘양자 준비 프로그램’(Quantum Ready Program)도 발표했다. MS는 구글, IBM 등과 함께 양자 컴퓨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아지지라드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행동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향후 1년간 양자 연구와 개발이 빠르게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심의 양자컴퓨팅 산업에서 중국의 약진도 눈여겨 봐야 한다.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