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INTERVIEW | 이덕철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수명 연장의 목표는 액티브하게 살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
입력 : 2025.02.05 18:17:48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일하며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 연세대 건강센터 소장 등을 지낸 이덕철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느리게 늙기에 대한 관심을 두고 “증상이 없는 만성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게 달라진 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은 식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덕철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일하며 주임교수, 과장을 지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 대한민국 통합의학박람회 조직위원장,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이사장,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연세대 건강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이며, 송도 국제캠퍼스 건강센터 소장과 하나로의료재단 검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포가 늙기 시작하는 나이는 30세Q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올해도 여전합니다. 의료계 일선에선 어떻습니까.
A 우리 수명이 늘고 있잖아요. 그만큼 어르신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이 목표가 됐어요. 과거에는 저속노화나 노화 방지가 좀 애매하고 포괄적인 개념이었는데, 최근엔 분명히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Q 관련 환자도 늘었습니까.
A 늙지 않게 해달라, 이런 것보단 노화를 촉진시키는 게 만성질환이잖아요.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처럼 별다른 증상이 없는 질환이죠. 과거엔 아프지 않으면 치료받거나 상담할 생각을 안 했는데, 요즘은 미리 상담하고 대비합니다. 비만도 마찬가지죠.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데 관심이 높아졌어요. 이게 저속노화죠.
Q 저속노화에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겁니까.
A 다른 게 뭐 있겠어요. 생활습관 잘챙기고 위험 요소 관리 잘하면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건강의 기본적인 원리를 잘 지키는 게 저속노화의 방법입니다.
Q 예전과 달리 MZ세대도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A 맞아요.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지표는 타고나는 게 많아요. 일례로 체질 혈압은 유전적인데, 보통 다른 분들에 비해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높고 당뇨도 있어요. 30대부터 증상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설명을 하고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 다뤄야 노화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잘 따라 옵니다. 우린 그걸 순응도라고 하는데,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부분이죠.
Q 늙지 않기 위해 특별히 조심해야 할 연령대라면.
A 의학적으로 노화는 세포에서 시작되는데, 60조 개의 세포가 늙기 시작하는 건 30세부터예요. 그러니까 30대가 되면 세포 노화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죠. 과거에는 세포 노화를 일으키는 주원인이 밝혀지면 영양제나 치료제, 호르몬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개개인에 포커스를 맞추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첫째는 식단, 둘째는 운동, 셋째는 스트레스 관리Q 생활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A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부터 살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식단입니다. 그 다음이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죠. 사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얘기들이에요. 어느정도가 가장 건강하다는 지표대로 몸을 관리하고 향후 AI나 빅데이터를 통해 훨씬 더 많은 통계가 확보되면 좀 더 확실한 기대수명이 나오겠지요.
Q 가장 바람직한 식단은.
A 요즘 건강기능식품이 유행하던데, 뭔가 하나만 먹어서다 되는 건 없어요. 좋은 식단의 표준은 예를 들어 지중해식 식단처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입니다. 전라남도나 일본 오키나와에 장수마을이 많은데, 그곳에 사는 분들은 여러 콩류가 섞인 잡곡밥이나 섬유질을 많이 드세요. 이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죠. 피해야 할 건 달고 기름진 것. 이걸 먹으면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많이 먹으면 앞서 말한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못살던 때는 눈에 띄는 대로 많이 먹는 게 오래 사는 길이었는데, 이젠 기름진 건 피하고 채소를 많아 먹어야죠. 과일도 틈나는 대로 먹고 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돌 하나로 여러 마리 새를 잡는 것처럼 염증이 떨어지면서 만성질환 발생이 낮아지고 암 발생률도 현저히 떨어지게 되죠.
Q 건강검진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검사 주기가 알맞은 겁니까.
A 건강검진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해진 절대적인 수치가 있는 건 아니에요. 건강검진의 가장 큰 목적은 암의 조기 발견입니다. 암은 생활 습관을 통해 100% 방지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살면서 뭔가 생기는 게 있단 말이에요. 물론 암의 종류에 따라 확률과 통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한 2년 정도, 대장암은 용종이 있냐 없냐에 따라 한 3~5년 주기적으로 검진이 필요합니다. 건강검진의 또 하나의 목적은 혈관 건강이에요. 혈관을 통해 우리 몸에 영양소나 산소가 공급되고 노폐물이 빠져나가죠. 이게 망가지면 기관이 망가집니다. 만성질환, 혈압, 콜레스테롤, 염증은 혈관 건강의 적이에요. 치매도 결국 혈관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두 부분을 축으로 검사하고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국가건강검진만 받아도 통계적으로는 어느 정도 몸 상태를 알 수 있어요. 여기에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성향을 파악해 알아가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모든 조건이 충족됐을 때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텔로미어 검사 등을 통해 추정하는 게 120세인데, 실제로 최장수 기록 등을 살펴보면 120세 정도 되더군요. 어떤 의학자들은 150세를 들기도 하던데, 확실히 알 순 없죠. 의학이 좀 더 발전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단순한 수명 연장은 의미가 없고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사회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오래도록 액티브한 삶을 살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인 생활도 행복한 게 목표가 돼야겠죠.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3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