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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포와 함께하는 스타트업 생존방정식] 센디 | 염상준 센디 대표, 모바일로 화주와 화물차주 매칭해 매출 150억
입력 : 2025.01.20 10: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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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디(Sendy)’는 자체 개발한 AI와 빅데이터로 화물차주와 화주를 연결하는 화물 운송 플랫폼이다. 국내 운송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용달 화물시장에 주력하며 방대한 운송 데이터를 학습한 AI 알고리즘이 최적의 차량과 경로를 배정한다. 쉽게 말해 화주가 센디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카테고리를 선택한 후 운송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계산한 운송 요금을 확인하고 운송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예약 완료, 매칭 완료 등 진행 상황이 배달앱처럼 전달되고, 운송이 시작되면 차주의 실시간 위치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성다이소, AJ네트웍스, 세방익스프레스, CJ제일제당, 쿠팡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 150여개의 기업들이 센디의 주요 고객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염상준 센디 대표는 “2024년 3분기부터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대기업을 비롯한 B2B 고객이 늘며 센디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3년 고향인 부산에서 창업한 염 대표의 첫 사업은 이사 플랫폼 ‘이사모아’. 이사 플랫폼을 운영하며 개발한 기술과 문제해결 능력이 화물 운송 시장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 뒤 피봇해 2018년 현재의 센디가 탄생했다.
염 대표는 “기존 화물 운송시장의 다단계 주선 구조에서 비롯되던 화주의 운송료 부담, 차주의 수수료 상승 등의 문제를 플랫폼을 통한 화주, 차주 직접 매칭으로 해소하고, 기존 종이 문서, 엑셀 위주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던 정산 업무를 디지털화해 효율적으로 개선했다”며 “선불 요금제와 간편결제시스템을 도입해 결제 업무의 편의성도 높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2027년 상장 후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뒤 자체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e is부산대를 졸업하고 2013년 고향인 부산에서 창업했다. 2015년 이사플랫폼 ‘이사모아’를 출시한 후 피봇해 2018년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센디’를 출시했다. 현재 총 투자금은 185억원. 2024년 누적 화주 가입 50만 명, 누적 차주 가입 1만7000명을 넘어섰다.
대기업이 찾는 화물 운송 플랫폼Q 많이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투자 관련 미팅도 있다고.
A 2024년 상반기에는 B2B 고객들의 성장세가 더뎌서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3개월간 60%가량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B2B 고객들이 센디를 이용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어요. 성장세가 높으면 관련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 바쁘네요. 투자요? 저희가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지 만 2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이죠.
Q 3개월에 60%?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A 센디는 화물차를 부르는 서비스잖아요. 택시를 부를 땐 별다른 협상이 필요 없지만 화물차는 꽤 많은 협상을 해야 합니다. 어떤 화물인지, 얼마나 무거운지, 가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3~4번의 협상, 10~15번의 전화 통화가 이어져야 화주와 화물차가 연결되거든요. 개인과 달리 B2B 고객들은 하루에 화물차 10~100대를 쓰니 의사결정 구조도 다르고 저희가 따로 갖춰야 할 시스템도 있습니다. 처음엔 B2B 영역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했는데,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젠 대기업들도 센디를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Q 대기업이 센디를 찾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최근엔 AJ네트웍스와 다이소도 저희 고객이 됐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의 약 9~12%를 물류비로 지출하는데, 정작 의사결정권자들은 이 분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요. 가장 싼 곳에 맡기는 거죠. 그런데 물류 담당자는 밸류가 중요해요. 센디는 AI를 활용해 실제 운송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고 합리적인 요금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이잖아요. 이걸 쓰면 일이 쉬워지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류비 절감은 기업들의 핵심 비즈니스 포인트에요. 특히 물류비가 메인 비즈니스와 맞물려 있는 기업이 저희 핵심 고객입니다.
Q 화물 운송 플랫폼은 꽤 경쟁이 치열한 분야 아닌가요.
A 그렇지요. 2005년 무렵에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들이 진출했어요. 한진, 한솔, CJ, SK가 화물 플랫폼을 만들었고, 3년 전에는 통신 3사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했어요. 일반적으로 택시 플랫폼은 택시 기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화물은 책임져야 할 포인트가 전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택시의 경우 어떤 플랫폼을 쓰든 트래픽이 많아 택시가 안 잡히면 별다른 책임이 없잖아요. 그런데 화물은 그런 상황에서도 돈을 내면 무조건 배차가 돼야 합니다. 또 택시는 미터기 요금제인데, 화물은 협상해야 돼요. 오늘 용달에 짐을 실어 18만원에 평택에 보냈다고 가정하면 내일은 똑같은 상황인데 24만원에도 안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매칭이 안되면 이탈하는 화주들이 늘게 되죠.
Q 센디는 AI를 통해 최적의 매칭을 주선한다?
A 일반적으로 매칭부터 접수, 변경, 결제, 정산까지 주고받아야 할 데이터도 많고, 팩스나 운송장, 액셀로 관리해야 할 것도 많거든요. 기존에 쓰던 경험보다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다른 곳을 찾습니다. 센디는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화주와 화물차를 연결하죠. 화주에게 맞는 화물기사가 매칭됩니다. 예를 들어 쿠팡 물류센터면 그곳에서 나쁜 경험이 없는 기사님이 가게 되고, 모터사이클이나 자동차 운송이면 분명 관련 경험이 많은 기사님이 매칭되죠. 화물차는 크기와 기능, 전문 차량까지 약 250여 가지가 있기 때문에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관리합니다.
화주나 화물차 모두 센디로 비용 절감Q 화주 입장에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까.
A 일단 운영비나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하루에 수십 대의 화물차를 이용하면 한 달에 수백 혹은 수천대의 운송장을 관리해야 해요. 누군가는 엑셀로 정리하고 결재를 올리고 화물차 기사들과 통화하고 경유지 상황을 점검해야 하죠. 센디를 이용하면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해도 됩니다. 관련 비용이 들지 않는 거죠.
Q 화물차 입장에선 거래대금이 가장 큰 이용 조건일 텐데.
A 예전엔 기사님들이 직접 화주와 협상하고 운송 후 50일 뒤에 연락해 대금 결제를 받았다면 센디를 이용하면 운송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 언제 입금 예정이고 완료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거든요. 기본적으로 화주로부터 저희 이용료를 받는 구조여서 다른 곳보다 단가가 낮을 확률도 거의 없습니다.
Q 센디를 이용하는 화물차주는 얼마나 됩니까.
A 현재 유상운송사업자가 약 17만명 정도 되는데, 센디의 누적 사용자는 1만7000명 정도 됩니다.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흰색과 노란색이 있잖아요. 화물차도 흰색은 회사에 소속된 차고 노란색은 유상운송사업자에요. 정부에서 이미 포화라고 판단해서 노란색 번호판의 발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기존 번호판이 3000만~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Q 관련 AI는 직접 개발하신 겁니까.
A 제가 부산대를 나왔는데, 두 학번 아래 박사 출신 후배가 CTO를 맡고 있어요. 현재 22명의 개발 조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워 시간에는 2만원을 더 내야 배차할 수 있다, 명절 연휴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서울에는 조례가 있어서 오후 5시 이후엔 큰 차가 못 들어가니 5t은 받으면 안 된다, 여의치 않을 땐 1t으로 쪼개서 진행해야 한다 등등의 화물 관련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좀 더 견고해지고 있어요. 화물 특성이나 기사 선호도, 실시간 교통상황, 운송 지연 예측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Q 수도권 지역의 매출이 많을 텐데
A 부산에서 창업하고 여전히 활동 중입니다. 매출의 70~80%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비즈니스 미팅도 90%가 이 지역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이 185억 원인데, 주요 투자사(포스코기술투자, 롯데벤처스, KDB산업은행, BNK벤처투자, 신한자산운용 등)도 대부분 서울에 있어요. 비즈니스 조직이 서울에 있는 게 편하긴 할 것 같은데,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출 물류까지 혁신하는 플랫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부산에 있는 게 불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 주거가 안정돼 있고 IT나 기술기업에 대한 욕구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인재들이 많아요. 유니스트나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 등등 좋은 인재들이 많죠. 부산에서 상장하고 글로벌로 진출하고 싶습니다.
2년 뒤 IPO, 글로벌 진출이 목표Q 해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A 개인적으로 글로벌 물류 이슈는 대부분 같다고 생각해요. 2027년 IPO가 목표인데,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때가 되면 운송, 창고관리, 재고관리, 통관, 보험까지, LaaS(Logistics as a Service·물류 토털 솔루션)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겁니다.
Q 매출 성장세가 꽤 드라마틱합니다.
A 2021년에 39억원이었고 2022년에 60억원이 됐어요. 2023년에 93억원, 2024년엔 약 15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B2B 고객의 증가가 성장세를 견인했습니다.
Q 스타트업을 꿈꾸는 후배들의 멘토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하신다면.
A 사실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처음엔 한 20억원이면 싹 다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누적 투자금이 185억원에 이르고 있어요. 요즘 같은 시기에 창업을 한다면 정말 대단한 결심인데, 전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취직해서 주 40시간 근로 계약하고 50~60시간 일하면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스톡옵션도 받을 겁니다. 그런데 창업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70~80시간 일하게 될 거고, 월급도 창업자 본인은 최저로 유지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투자받으러 다니거나 대출받으러 다닐 가능성이 99%죠. 스타트업 대표는 갑을병정 중에 병쯤 됩니다. 투자자, 직원, 시장, 고객의 눈치를 봐야 하고 신용불량이 될 확률도 높아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분들 얘기보다 같은 무대에서 달리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배워야 해요. 그런 과정을 거친 후 뚜렷한 무언가가 잡힐 때 창업해도 늦지 않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2호 (2024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