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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돌파 나선 국내 주요 그룹 인사 키워드는
입력 : 2025.01.14 18: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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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슬림화·현장형 인재·트럼프 맞춤’
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상 경영에 돌입한 국내 주요그룹의 연말 인사가 단행됐다. 삼성, SK, 현대, LG 등 주요 대기업은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부회장단 승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삼성, SK, LG 모두 3년째 신임 부회장 승진이 전무했다. 올해 재계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조직쇄신과 슬림화 ▲미래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현장형 인재 전진 배치 ▲트럼프 시대 맞춤형 인사로 요약된다. 시계제로 상황을 맞이한 거시 경제 위기와 내수 경기 부진 우려 속에 위험을 최소화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구심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27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9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2025년 인사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특히 사업부장을 겸임하는 직할체제를 구축하며 반도체 사업 재기를 주문했다.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종합기술원)원장을 함께 겸한다. 메모리사업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넘겨준 가운데 노련한 전 부회장이 직접 경쟁력 회복을 주도하라는 것이다.
삼성, 경쟁력 회복 목표삼성전자는 SAIT 산하에 있던 AI센터와 DS부문 내 혁신센터를 통합해 ‘AI센터’를 신설했다. 기존 DS부문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으로 자율생산체계, AI·데이터 활용 기술 등을 담당한 혁신센터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신임 AI 센터장은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부사장이 맡았다. 이와 함께 DS부문 내 차세대공정개발실을 개발팀으로 격하했다. 산하 2개팀 인력은 각각 HBM개발팀 등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조&기술 담당 조직은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전담 조직으로 나눠 사업별 공정 기술 전문성을 강화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이례적으로 ‘미국통’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기술통’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2명을 배치했다. 글로벌 고객사 확장과 선단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 등 발빠르게 현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대대적 쇄신은 그룹사 인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험과 기술 리더십을 갖춘 이청 사장을 중심으로 경쟁사들과의 초격차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SDI 사장으로 이동했다. 디스플레이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계에서 삼성SDI의 반등을 만들 적임자라는 평가다. 삼성SDI는 “그동안 축적한 성공 노하우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삼성SDI의 혁신과 회사가치 제고를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신설한 경영진단실 초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경영진단실은 삼성 관계사 요청에 의해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계열사의 신규 임원 역시 대폭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총 38명으로 지난해 56명 보다 급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각각 16명과 12명의 승진자를 발표했다. 두 회사의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부사장 6명, 상무 9명, 마스터 1명 등 16명을 승진시켰다. 2023년 17명(부사장 10명·상무 15명·펠로우 1명·마스터 1명)의 임원 승진인사보다 40.7%나 줄어든 규모다.
올해 재계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조직 쇄신과 슬림화
▲미래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현장형 인재 전진 배치
▲트럼프 시대 맞춤형 인사로 요약된다.삼성SDI는 부사장 3명, 상무 8명, 마스터 1명 등 12명의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2023년 실시한 21명(부사장 6명·상무 15명) 보다 43%가량 인원이 줄었다.
삼성전자 계열사들이 승진 인사 규모를 줄인 데는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와 ‘맏형’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43명보다 4.19% 감소한 137명의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다.
SK, 안정적 변화 관리SK그룹은 지난해 12월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사항을 협의해 확정했다. SK는 안정적 변화 관리와 함께 ‘기술·현장·글로벌’ 키워드의 인사로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사장 승진은 2명에 그쳤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올해 연중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은 지난 10월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 3명을 새로 임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5월, SK스퀘어는 7월에 CEO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SK디스커버리의 새 대표이사 사장에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손 사장은 경영전략 설계와 재무 전문성을 살려 SK디스커버리의 대표로 낙점됐다. SK하이닉스는 안현 N-S Committee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는 개발총괄(CDO)을 맡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마켓 리더십을 강화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 경쟁력 제고 등을 진두지휘한다.
SK그룹은 ▲기술과 현장 출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 ▲AI/DT(디지털 전환)에 역량 결집 ▲지경학 이슈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인물 발굴 등에 중점을 두고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임원 수는 75명으로 145명이 선임됐던 2022년의 절반 수준이다. 신규 임원 가운데 3분의 2는 사업, R&D, 생산 등 현장 및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들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ARPA-E)에서 기후 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CTO는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에너지부의 50여 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SK온은 신창호 SK주식회사 PM 부문장을 신설된 운영총괄 임원으로 선임했다. 또 SK온은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승진시켰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연구개발(R&D) 실장 등을 지냈다. SK실트론과 SK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이 전환 배치된다. 계열사의 AI·DT 추진 가속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Global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며,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강화한다. SK주식회사는 CEO 직속으로 ‘AI 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올 상반기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신임 대관 총괄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했고,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미주GR(Government Relations) 총괄로 역할이 확대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또 8개 위원회 조직 구조와 소수 정예 기조는 지속 유지하면서도 기존 육성된 인력은 계열사 현장으로 전진 배치한다.
현대차, 성과주의 기조 뚜렷2024년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239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성과주의 기조에 바탕한 인사라는 평가다. 승진 인원 중 40대 이상이 41%에 달했으며, 여성도 두 자릿수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12월 10일 ‘2024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승진자 자체는 전년보다 13명 줄었다.
현대차는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재무 목표 초과달성 등 성과를 낸 이승조 전무, IR담당 임원으로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전원 ‘A등급’ 획득 등을 이끈 구자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는 재경본부 내 요직과 미국판매법인 재무총괄 등을 거친 김승준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CFO에 보임했다.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이태훈 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밖에 2024년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한다. 글로벌 전동화를 앞당기기 위해 배터리, 수소 기술 개발을 이끄는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김창환 전무와 내연기관 시스템 등 구동계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 AI에 방점2024년 11월 21일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실시한 LG그룹은 지난해 5명의 80년대생 임원을 새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도 4명의 신규 임원을 임명했다. 이 인사로 그룹 내 80년대생 임원 수는 총 17명을 기록, 최근 5년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그룹은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를 그룹 차원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발탁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1980년대생인 LG AI연구원 이문태 수석연구위원(상무), 이진식 수석연구위원(상무), LG유플러스 조현철 상무 등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추동훈 기자]